종밀이 입적하고 16년이 지난 857년에 배휴(裴休, 791~870)의 필사본이 전해지면서 『선원제전집도서』가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판본의 간행 기록을 살펴보면, 송나라 태조 원년인 960년경 계현(契玄)이 간행한 송판본과 원나라 대덕 7년인 1303년에 설당 보인(雪堂普仁)이 간행한 원판본을 모본(母本)으로 한 것이 전래되었다. 우리나라 간행본은 대부분 송판본을 저본으로 하였고, 중국과 일본은 주로 원판본을 저본으로 간행하였다.
우리나라에 『선원제전집도서』가 언제 전래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으나, 조선시대 전국 사찰에서 간행된 판본은 1493년(성종 24) 화암사본(花岩寺本)을 비롯해서 대략 27종이 간행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다.
∙전라 고산 화암사(花岩寺), 1493년, 광곽 18.7×13.6cm, 10행 20자 ∙경상 하동 신흥사(神興寺), 1537년, 광곽 17.8×13.7cm, 9행 19자 ∙평안 평양 두타암(頭陀庵), 1546년, 광곽 18.3×13.5cm, 10행 20자 ∙강원 고성 유점사(楡岾寺), 1553년, 광곽 18.5×12.0cm, 10행 20자 ∙전라 동복 안심사(安心寺), 1570년, 광곽 19.0×13.5cm, 10행 20자 ∙황해 해주 신광사(神光寺), 1570년, 광곽 17.0×13.7cm, 10행 20자 ∙평안 상원 해탈암(解脫庵), 1574년, 광곽 17.3×13.2cm, 10행 20자 ∙경상 상주 관음사(觀音寺), 1576년, 광곽 17.2×13.4cm, 10행 20자 ∙전라 진산 서대사(西臺寺), 1577년, 광곽 18.2×13.2cm, 10행 20자 ∙경상 하동 신흥사(神興寺), 1579년, 광곽 20.2×13.8cm, 9행 19자 ∙전라 익산 상원사(上院寺), 1582년, 광곽 20.6×14.2cm, 9행 19자 ∙강원 고성 유점사(楡岾寺), 1583년, 광곽 19.7×13.0cm, 8행 19자 ∙경상 하동 능인암(能仁庵), 1603년, 광곽 19.5×13.7cm, 9행 19자 ∙충청 공주 율사(栗寺), 1606년, 광곽 20.0×14.5cm, 9행 19자 ∙전라 순천 송광사(松廣寺), 1608년, 광곽 20.1×13.7cm, 9행 19자 ∙평안 영변 보현사(普賢寺), 1612년, 광곽 19.8×13.5cm, 9행 19자 ∙경기 삭녕 용복사(龍腹寺), 1628년, 광곽 18.8×14.5cm, 9행 19자 ∙함경 안변 석왕사(釋王寺), 1633년, 광곽 19.3×14.0cm, 9행 19자 ∙전라 장흥 천관사(天冠寺), 1634년, 광곽 18.6×13.6cm, 9행 19자 ∙전라 태인 용장사(龍藏寺), 1635년, 광곽 19.0×13.3cm, 9행 19자 ∙황해 문화 월정사(月精寺), 1645년, 광곽 19.7×14.2cm, 10행 19자 ∙경상 청송 보현사(普賢寺), 1647년, 광곽 18.8×13.6cm, 9행 19자 ∙강원 회양 표훈사(表訓寺), 1662년, 광곽 18.3×14.2cm, 9행 19자 ∙평안 영변 보현사(普賢寺), 1680년, 광곽 18.7×13.8cm, 9행 19자 ∙경상 울산 운흥사(雲興寺), 1681년, 광곽 19.2×14.5cm, 9행 19자 ∙전라 낙안 징광사(澄光寺), 1686년, 광곽 18.1×13.7cm, 9행 19자 ∙전라 창평 용흥사(龍興寺), 1694년, 광곽 22.7×15.1cm, 10행 20자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선(禪)을 다섯 종류로 나누고, 이어서 선과 교의 종파를 성격에 따라 각각 세 가지로 분류한 후 서로 대비하여 설명하였다. 먼저 5종선은 외도선(外道禪) · 범부선(凡夫禪) · 소승선(小乘禪) · 대승선(大乘禪) · 최상승선(最上乘禪)이다. 그리고 선의 종파는 식망수심종(息忘修心宗) · 민절무기종(泯絶無寄宗) · 즉현심성종(卽顯心性宗)으로 나누고, 교의 종파는 밀의의성설상교(密意依性說相敎) · 밀의파상현성교(密意破相顯性敎) · 현시진심즉성교(顯示眞心卽性敎)로 나누었다.
5종선에서 외도선은 부처님 이전에 인도의 바라문들이 행하던 선으로서, 정법이 아닌 방법으로 천상을 좋아하고 하계를 싫어하는 생각으로 닦는 선이다. 범부선은 인과를 따르면서도 마음 가운데 좋아하고 싫어하는 생각이 있는 상태에서 닦는 선이다. 소승선은 나의 생각과 육체와 본체가 공(空)하다는 아공(我空)을 진리로 삼아 닦는 선이다. 대승선은 나와 법, 주관과 객관이 모두 공하며 모든 것은 인연으로 모였을 뿐이라고 보는 2공(空)에 입각하여 닦는 선이다. 그리고 최상승선은 마음자리가 본래 청정하여 깨달음과 번뇌가 없고, 절대 해탈의 경계인 지혜의 본성을 본래 구족한 마음이 곧 부처임을 알아서 이에 입각하여 닦는 선이며, 이 최상승선을 닦는 것만이 쉽게 일행삼매(一行三昧)를 이룰 수 있는 길이 됨을 천명하였다.
그리고 선의 북종선(北宗禪)은 식망수심종, 우두종(牛頭宗)과 석두종(石頭宗)은 민절무기종, 홍주종과 하택종은 직현심성종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교의 인천교(人天敎) · 소승교(小乘敎) · 유식(唯識)은 밀의의성설상교, 반야공관(般若空觀)은 밀의파상현성교, 여래장(如來藏)은 현시진심즉성교로 분류하였다. 이어서 선의 식망수심종는 교의 밀의의성설상교에, 선의 민절무기종은 교의 밀의파상현성교에, 선의 직현심성종은 교의 현시진심즉성교에 대비하여 설명하였다. 이를 통해 교는 부처의 말씀이고 선은 부처의 마음이므로 서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보물] 1603년 하동 능인암 목판(하동 쌍계사 소장) [지방유형문화유산] 1493년 고성 화암사본(하동 법성선원 소장), 1546년 평양 두타암본(완주 수왕사 소장), 1579년 하동 신흥사본(부산 복천사 소장, 부산 해광사 소장), 1582년 익산 상원사본(평택 동녕사 소장), 1583년 고성 유점사본(서울 성룡사 소장) [지방문화유산자료] 1635년 태인 용장사본(울산 청룡암 소장), 1681년 울산 운흥사본(울산 등용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