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회주(冥府會主)인 보현왕여래가 여러 권속을 거느리고 망자를 심판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화기를 통해 1880년(고종 17)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크기는 세로 117.5㎝, 가로 85.5㎝의 면 바탕에 채색을 베푼 불화로, 2009년 6월 4일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현왕도는 조선시대 불교 천도재(薦度齋)인 현왕재(現王齋)의 회주(會主) 현왕과 그 권속을 그린 조선 후기 명계불화(冥界佛畵)이다. 현왕은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에서 염라천자(閻羅天子)의 미래불(未來佛)로 등장하는 보현왕여래(普賢王如來)를 지칭한다. 현왕(現王)이란 명칭은 보현왕여래가 ‘명계(冥界)에 나타난다[현명계(現冥界)]’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사자암 현왕도는 화기를 통해 1880년(고종 17)에 의민(義旻)이 단독으로 조성한 것이다. 현왕상이 몸을 둥글게 휘어 사선 방향으로 비스듬히 앉아 대각선상으로 내려다보며, 그 대각선상에는 두루마리를 펼쳐 든 사자와 판관, 붓을 든 녹사 등의 권속들이 설화풍의 다양한 몸짓과 포즈를 취하며 배치되었다. 현왕 앞에 책상을 그려넣지 않아 자세가 불안하고 의자도 기형적으로 표현해 다소 불안정하나, 현왕의 뒤로 서로 마주한 판관과 시동은 내용이나 구성에 균형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여백은 병풍과 황갈색의 바닥으로 채우고, 병풍에도 장식 없이 연한 황갈색과 청색만으로 단순하게 처리하였다. 현왕의 자세와 그 외 도상 구성에 있어서 유사한 사례로는 통도사(通度寺) 현왕도(1864년)와 통도사 안양암(安養庵) 현왕도(1866년), 고흥 성불사(成佛寺) 소장 현왕도(1874년), 봉녕사 현왕도(1878년), 원각사 현왕도(19세기) 등이 확인된다.
19세기에는 경상도와 서울 · 경기 지역의 불화가 동일한 초본을 공유하거나 유사한 화풍을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이 형식은 1864년 통도사 「현왕도」 등에서도 나타나는 초본을 바탕으로 했기에, 19세기 후반 경상도 지역 현왕도 초본이 서울 · 경기 지역에서 사용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의민이 단독으로 제작한 작품이기 때문에 의민의 화풍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