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부터 전해오는 불가사리 민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쇠를 먹고 자라며 악몽과 나쁜 기운을 쫓는 상상의 동물인 불가사리를 소재로 북한영화에 환상과 공포를 도입한 영화이다. 대장장이 탁쇠는 전쟁무기를 만들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농민들의 호미와 곡괭이 심지어 솥단지까지 징발하는 현실을 보고 국왕의 명령을 어기고 징발품들을 마을사람들에게 되돌려준다. 그 일로 탁쇠는 감옥에 가고, 옥에 갇혀 굶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그의 딸 아미가 감옥 창으로 밥을 던져준다. 탁쇠는 그것을 모아 좋은 세상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불가사리라는 인형을 만들어놓고 죽는다. 탁쇠의 한이 들어간 불가사리는 쇠붙이를 먹으며 점점 커져 마을사람들을 도와 관군을 무찌른다. 그러나 관군을 무찌른 후에도 계속 쇠붙이를 먹어야하는 불가사리가 점차 마을 사람들의 부담이 되자 아미는 자신을 희생해 불가사리와 함께 죽는다.
일본에서 「고질라」를 만든 특수촬영팀이 초대되어 기술을 담당했다. 괴수 불가사리라는 새로운 볼거리를 내세운 영화는 북한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는 수탈을 참기만 하던 민중이 불가사리를 앞세워 왕까지 물리치는 이야기를 통해 혁명과 새로운 세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한편 혁명 후 불가사리가 민중의 새로운 골칫거리가 된다는 설정에서 영화의 제작의도와 달리 불가사리가 수령 독재에 대한 암시, 혁명정신을 잊어버린 구세대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되기도 했다.
납북되었던 신상옥 감독이 탈출하여 한국으로 돌아왔으며 영화는 북한에서 신상옥 감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던 ‘신필림’의 소유로 되어 있다.
사회주의 사실주의를 표방하는 북한 문예에서 비현실적인 공포나 환상의 여지는 매우 협소하다. 그 결과 영화제작에서도 남한영화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공포나 SF(과학환상영화)장르를 거의 찾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북한영화계의 제작경향을 염두에 둘 때 「불가사리」의 제작은 참신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한 감독이 만든 북한영화라는 점에서 남북한 영화 합작의 모델, 남북한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