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작가 림종상이 1990년 『조선문학』3월호에 발표한 소설 『쇠찌르러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조류학자 원병오 박사 부자의 실화를 기초로 해서이산가족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의 ‘도꾸마’영화사의 주문으로 제작되었다는 문구를 달고 있다.
북한의 원로 조류학자인 윤박사는 새서식지를 관찰하러 갔다가 어느 마을의 작업반장이 쇠찌르러기의 이상한 동태를 발견했다는 전보를 받고 그곳으로 달려간다. 윤박사는 전쟁에서 큰아들을 잃고 손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윤박사의 둘째 아들 명오는 어려서부터 새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였는데, 어느 날 쇠찌르러기를 관찰하러 남한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해 이산가족이 되었다. 한편 남한에서 유명한 조류학자가 된 윤명오는 연구 도중에 남한에서 사라진 따오기가 북한에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새의 발목에 표식을 해 북한으로 날려 보내고, 일본학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느 날 아버지 윤박사는 쇠찌르러기를 관찰하던 도중 새의 발목에 달린 인식표를 보고 그것이 남한에 있는 자신의 아들이 달아 준 것임을 알게 된다. 일본연구소의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잠깐 만난 아버지 윤박사와 명오는 짧은 가족상봉을 하지만 결국 헤어져 돌아간다. 다시 학술대회가 열리자 병석에 누운 윤박사는 아들 명오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액자식 구조이며, 손자가 할아버지와 삼촌을 연결해주는 구조로 되어있으나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로 압축하여 두 인물에게 집중하도록 수정되었다. 원작인 림종상 소설의 결말부가 남한에 있는 윤박사의 아들이 언젠가는 북으로 올 것이라는 암시와 기대를 한데 비해, 영화에서는 남북 이산가족이 다른 통로를 통해서라도 만난다는 설정으로 끝내고 있어 남북교류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분단문제를 새를 통해 초극화하려 하며 단순히 이데올로기 문제를 넘어서 분단을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세륜의 영화문학이 나타난 작품이며, 아버지 역에 유원준, 어머니 역에 문예봉, 아들 역에 조명선이 출연하였다.
북한은 전쟁이나 분단과 관련된 영화를 ‘통일주제영화’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산가족을 다룬 영화도 여러 편 제작되었다. 「분계선 마을에서」(1961)처럼 남편의 월남으로 고통스런 삶은 살던 여인이 수령님의 인정을 받고 체제로 포섭되는 이야기나 「금희와 은희의 운명」(1974), 「혈육」(1979)처럼 이산가족의 남과 북에서의 삶을 대조해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영화가 많았다. 반면 「새」는 동서 화해 분위기와 냉전 해체, 그에 따른 남북한 관계의 변화 및 문화교류를 반영한 작품이다. 또한 그동안 북한의 ‘통일주제영화’가 보여준 것과 달리 분단과 이산의 문제를 가족과 휴머니즘으로 접근하였다고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