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과거를 잊기 위해 대학생이던 종원(이종원)은 월남 파병 복무를 지원한다. 종원과 부대원들은 베트콩들이 자주 나타나는 푸른 옷소매 계곡으로 수색을 나가고, 종원은 부비트랩에 걸려 동료들이 죽는 모습을 목격한다. 죽음 앞에서 점차 절망과 광기에 휩싸이던 소대원들은 베트콩 한명을 생포해 처참하게 처단하던 중, 적으로부터 또 다시 공격을 받는다. 종원은 어린 소녀 베트콩을 사살한 뒤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베트콩과의 치열한 전투가 끝난 뒤 간신히 살아남은 종원은 주변 산속을 헤매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레이(하유미)에게 포로가 된 종원은 기지를 발휘해 레이를 붙잡는데 성공하지만, 이내 놓아주고 돌아선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종원은 레이의 오빠인 민(허진호)에게 생포당하고, 레이는 종원을 구하려 애쓴다. 종원은 포로가 된 전우들이 처형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다. 대장실로 끌려온 종원은 레이의 노력으로 일단 처형의 위기를 모면한다. 종원은 기타를 통해 민과 접촉하고, 이내 두 사람은 갈등과 연민 속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푸른 옷소매」는 시나리오 작가출신 김유민의 감독데뷔작이며, '영진공 우수 시나리오 사전 제작 지원 당선작(1990)이다. 당시로서는 큰 제작비였던 7억 원의 예산으로 완성되었다. 이 무렵 한국영화는 해외에서 촬영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 작품 역시 베트남에서 정글 수색, 정찰, 전투신 등을 담으며 5개월 간 현지 촬영을 진행했고, 오랫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베트남전쟁을 성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 시도하였다. 실제로 한국영화계는 「여자베트공 18호」,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이 제작된 1970년대 이후 베트남전쟁에 대해 침묵해 왔는데, 「푸른 옷소매」는 한국인의 시각으로 베트남전을 다루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또한 베트남전에 대한 국내의 시각을 교정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영화적 의의가 있지만, 그런 의도가 작품으로 관철되는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주인공의 포로 생활 등이 탄탄한 짜임새를 갖추지 못한 점 등이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베트남전을 성숙한 시각으로 영화화하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이듬해 만들어진 정지영 감독의 「하얀 전쟁」(1992)의 반성적 시각으로 문제의식이 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