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으나 2021년 해제되고, 같은 해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재지정되었다. 면 바탕에 채색. 세로 141㎝, 가로 215.5㎝. 1889년에 조성되어 경기도 광주 영장산(靈壯山) 법륜사(法輪寺)에 봉안되었던 신중도이다. 법륜사가 폐사되면서 신중도는 감로도(1889년)와 함께 서울 종로구에 있는 지장암으로 이안되었다. 지장암은 1924년에 강재희(姜在喜)가 중창한 암자이다. 불화를 그린 금어는 완송 종현(玩松宗顕), 완명 응기(玩明應基)였으며 편수로서 비구 석조(奭照)가 함께 그렸다.
화면은 가로가 긴 직사각형의 화면에 제석천과 범천 그리고 위태천을 역삼각형의 구도로 배치하였다. 상단에 위치한 범천과 제석천의 사이에는 주악천인(奏樂天人)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으며 주위로 당(幢) · 번(幡) 등의 장엄구를 든 동자와 천인도 표현되어 있다. 범천과 제석천은 보살의(菩薩衣)에 보관을 쓰고 두 손을 모아 활짝 핀 백련과 모란을 들고 정면을 향해 서있는데, 신광 전체를 백색으로 칠하여 밝은 느낌을 준다. 범천과 제석천 바로 아래에는 붉은색의 해와 흰색의 달이 그려진 관을 쓴 일궁천자(日宮天子)와 월궁천자(月宮天子)가 중앙을 향해 서있다.
하단에는 위태천을 중심으로 신장상들이 무기를 든 채 용맹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앙에 큼직하게 표현된 위태천은 오른쪽으로 몸을 약간 튼 채 두 손을 가운데로 모아 금색의 삼지창을 세로로 들고 있는데, 이러한 자세는 경기 · 서울 일대의 19세기 말 신중도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형상이다. 위태천의 좌우에는 부채를 든 산신(山神)과 건(巾)을 쓴 조왕신(竈王神)이 마치 위태천의 협시처럼 등장하고 있다. 산신과 조왕신은 민간에서 신앙되었던 전통적인 신격으로 조선 말기 토속신앙이 불교에 흡수되면서 생겨난 도상이다.
채색은 적색과 녹색, 청색, 흰색, 황색, 금색 등이 사용되었으나 전체적으로 적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화면에 권속들이 꽉 차서 다소 답답해 보이기도 하지만 범천, 제석천의 신광과 권속의 얼굴을 백색으로 칠하여 한결 밝은 느낌을 준다. 무기를 비롯하여 갑옷 등에는 금박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특히 청색을 많이 사용하였다. 이 신중도를 그린 화승 중 석조(奭照)는 같은 해 감로도 제작에도 참여하였다.
불화의 채색 기법 중에 고분법(高粉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고분법은 신중상들의 신광, 금광저, 무기, 금관과 투구 등이 금박을 붙이는 기법이다. 19세기 후반 일반인들의 금 사용이 늘어나면서 불화 조성에 금을 남용하는 경향이 커지는데 지장암 신중도는 이러한 시대 변화를 보여준다.
지장암 신중도는 경선 응석(慶船應釋)이 출초한 서울의 보문사 대웅전 신중도(1867년), 성북구 미타사 대웅전 신중도(1873년), 경국사 극락보전 신중도(1887) 등과 거의 유사하다. 천부과 천룡부의 무리를 한 폭에 묘사한 형식이라든가, 산신과 조왕신이 위태천의 협시로 등장하는 점, 주악천녀의 모습 등은 19세기 서울 · 경기 지역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화면의 가로를 길게 하여 인물을 짜임새 있게 배치한 점에서 이 그림을 그린 화승이 전통적인 초본을 나름대로 재구성하여 변화를 주고자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