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참(禮懺)은 예배(禮拜)와 참회(懺悔)의 줄임말로서, 예를 갖추어 참회하는 것이다. 즉 여러 불(佛)·보살에게 예배하거나[禮佛] 경전을 독송(讀誦)하거나 게송 또는 다라니를 외는 등의 의식을 갖추어, 지금까지 지은 모든 악업을 참회하는 것을 말한다.
참회는 이미 지은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참(懺)은 범어 kṣama(懺摩)의 소리 옮김이며, 회(悔)는 그 뜻을 나타낸 말이다. 본래 범어 참마는 ‘참음[忍]·용서·관용’ 등의 뜻이며, 회(悔)는 잘못을 뉘우치는 것[悔過]을 말한다. 또 참회라고 번역되는 범어로 āpatti-pratideśanā(阿鉢底鉢喇底提舍那)가 있다. 아빠띠(āpatti)는 ‘잘못’이고, 쁘라띠데샤나(pratideśanā)는 ‘남에게 말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죄를 마음으로 뉘우치고 다른 사람에게 고백한다는 뜻이다.
초기불교 교단에서도 비구가 죄를 범하였을 때는 반드시 참회를 하도록 하였다. 그것은 정기적으로 보름마다 열리는 포살(布薩, upoṣadha)과, 하안거(夏安居)의 마지막 날인 자자(自恣, pravāraṇā)에서 행해졌다. 재가자의 경우는 매월 육재일(六齋日) 즉, 8·14·15·23·29·30일에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나서 참회하며, 팔관재계(八關齋戒)를 지켜 악을 짓지 않고 선을 행하며 정진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초기불교 교단에서도 참회가 중요시 되었으나, 참회의 방법을 별도로 시설하지는 않았다. 평소에 바른 위의(威儀)를 갖추는 것과 같이,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偏袒右肩] 오른 무릎은 땅에 대어[右膝著地] 합장하고 자신의 죄명(罪名)을 드러내어 말하고 나서 예족(禮足)하고 물러나는 정도였다.
반면,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에서는 참회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하고 있다. 대개 먼저 도량을 장엄하고[莊嚴道場] 땅에는 향기 나는 진흙을 바르고[地塗香泥] 단을 시설하는[設壇] 등의 형식을 갖춘 다음, 본존(本尊)에게 예경[禮佛]·경전 독송[誦經] 또는 불보살의 모습을 관(觀)하거나 실상(實相)의 이치를 생각하는 등의 방법이다. 이와 같이 여러 경전의 교설에 의거하여 참회하는 의식을 참법(懺法) 혹은 참의(懺儀)라 하고, 이러한 의식에 따라 수행하는 것을 예참 또는 수참(修懺)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진대(晉代)부터 예참이 행해져서 남북조시대에 성행하였다. 남조(南朝)의 양대(梁代)이래로 대승경전에 설해진 참회와 예찬(禮讚)의 내용에 따라 참법이 구성되었다. 근거가 된 주요 경전으로는 『열반경』·『반야경』·『법화경』·『금광명경(金光明經)』·『원각경(圓覺經)』·『약사경(藥師經)』·『지장경(地藏經)』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수(隋)·당(唐)대에 불교의 여러 종파가 일어나면서, 각 종마다 소의경전에 의거한 참법을 행하게 되었다. 천태종의 지의(智顗)는 『법화삼매참의(法華三昧懺儀)』·『청관세음참법(請觀世音懺法)』·『금광명참법(金光明懺法)』·『방등삼매행법(方等三昧行法)』 등을 저술하였고, 화엄종의 종밀(宗密)은 『원각경도량수증의(圓覺經道場修證儀)』, 일행(一行)은 『화엄참법(華嚴懺法)』 등을 찬술하였다. 지승(智昇)은 『집제경예참의(集諸經禮懺儀)』 2권을 찬술하였는데, 각종 참법 의식을 종합적으로 모은 최초의 간행본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행해지고 있는 예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자비도량참법(慈悲道場懺法)이다. 중국 양무제(梁武帝)가 죽은 황후 치씨를 위하여 행하였던 참법으로 양황보참(梁皇寶懺)이라고도 한다.
여러 종파 가운데 특히 천태종에서는 예참을 중요한 수행법으로 삼았다. 천태 지의는 『마하지관』 권2에서, 참회를 크게 사참(事懺)과 이참(理懺)의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사참이란 예배(禮拜)·찬탄(讚歎)·송경(誦經) 등을 행하여 참회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참회는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참이란 실상(實相)의 이치를 관(觀)하여 죄를 소멸시키는 것으로 관찰실상참회(觀察實相懺悔)라고도 한다.
지의는 『법화경』과 『관보현보살행법경』을 중심으로 법화삼매참법(法華三昧懺法)을 만들었다. 그 내용으로 10가지 작법이 있는데, 일곱 번째가 육근참회(六根懺悔)이다. 이것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일으켜 무량겁이래로 모든 중생들과 함께 눈·귀·코·혀·몸·생각의 육근(六根)으로 지은 악업을 진심으로 참회한다. 그리고 이어서 권청(勸請)·수희(隨喜)·회향(廻向)·발원(發願)하는 법을 밝히고 있다. 천태종에서는 이러한 참회·권청·수희·회향·발원의 다섯 가지를 오회(五悔)라고 하여, 참회의 기본 형식으로 삼고 있다.
송대(宋代)는 참법의 전성시대였다. 사명지례(四明知禮)와 자운준식(慈雲遵式) 등은 모두 천태 지의의 뜻을 계승하여 예참이 곧 지관(止觀)을 수습(修習)하는 중요한 행법이라고 여기며 오로지 참법을 닦는 데에 힘썼다.
신라 원효의 참회에 관한 저술로 『대승육정참회(大乘六情懺悔)』가 있다. 육정(六情)은 눈·귀·코·혀·몸·생각의 육근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온갖 마음을 가리킨다. 이 육정으로부터 일체 번뇌가 일어나므로, 그것을 돌이켜 참회하는 것을 육정참회라고 한다. 원효는 실상(實相)을 끊임없이 사유하여 참회하면 아무리 무거운 죄라도 소멸되지 않음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참회를 할 때에는, ‘뉘우치는 사람이나 뉘우치는 죄 등이 모두 있는 바가 없으니 어느 곳에 마땅히 참회의 법이 있겠는가.’라고 모든 업장을 참회한다. 그리고 나서, 안으로 육정을 일으켜 분별하는 마음이나 밖으로 육진(六塵)의 경계를 지어 실재로 있다는 생각 등이 모두 꿈과 같아 진실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을 대승의 육정참회라고 하였다.
고려시대에 백련결사(白蓮結社)를 이끌었던 원묘 요세(圓妙了世)는 천태의 법화참법과 구생정토(求生淨土)의 염불을 중심축으로 삼았다. 매일 천태의 선관(禪觀)을 행하고, 부처님께 예경하고 『법화경』을 염송하고 준제신주(準提神呪)를 천 번, 아미타불을 만 번 소리 내어 불렀다고 한다.
초기불교에서 참회는 주로 최근에 행한 잘못을 승가대중 앞에서 드러내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으나, 대승불교에 오면 참회의 대상이 점차 확대되어 세세생생에 지은 잘못을 뉘우치는 일종의 수행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대승불교에서는 경전에 따라 다양한 참회의 방법이 설해짐으로써 여러 가지 참법이 행해지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불교 종파의 형성에 따라 종파마다 독특한 예참법이 행해졌고, 이는 우리나라 불교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