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개국할 때는 이미 신라에서 『선명력(宣明曆)』이 반포된 지 100여 년이 흐른 뒤라 『선명력』에 의한 계산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 개국 이후 약 400여 년 가까이 사용하면서 실제와 차이가 나는 『선명력』의 오차를 줄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고려사(高麗史)』 「역지(曆志)」의 서문(序文)을 보면 지금 전해지는 『선명력』은 누락된 부분과 뒤에 첨가된 부분이 많아 애초에 사용하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이미 『선명력』에 많은 수정이 가해져 「역지」가 편찬될 무렵의 『선명력』은 애초에 사용하던 원본과는 달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신당서(新唐書)』에 전하는 『선명력』은 『고려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선명력』과 달리 계산에 필요한 간단한 천문 주1와 계산 표만 전할 뿐 『선명력』의 계산 방법에 대한 항목이 아예 빠져 있다. 따라서 『고려사』에 실린 『선명력』의 추보(追補) 방법이 『신당서』의 『선명력』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가 없다. 『신당서』 「역지」에 전하는 『선명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명력』은 주2 2년에 해당하는 822년 천정동지(天正冬至)를 역원으로 하며 이는 주3의 해로부터 7,070,138년 되는 해이다. 주4이 되는 해의 주5는 28수(宿)의 적도수도(赤道宿度)가 허(虛) 9도인 지점으로부터 계산한다. 그리고 기삭(氣朔: 절기와 삭일), 주6, 일전(日躔: 해의 운행 위치), 월리(月離: 달의 운행 위치)의 계산은 모두 『대연력(大衍曆)』의 옛 방법을 따랐으나 구루(晷漏: 해시계와 물시계)와 교회(交會: 일식과 월식)는 조금 수정하고 새로운 수치를 만들어 주7을 계산하였다.
한편 『선명력』의 천문 주8는 모두 분(分)으로 나타내는데 『선명력』에서 1일은 8,400분이므로 각 천문 상수의 일수(日數)를 구하자면 천문 상수의 수치를 1일의 분 값인 8,400으로 나누어 주어야 한다. 이 값은 『선명력』에서 통법(統法)이라 하여 계산 시에 분모로 사용된다. 『선명력』은 일식의 계산에 3차(差) 즉, 주9, 주10, 각차(刻差)를 고려하여 계산하였다. 절기의 계산은 평기법(平氣法)을 채택하고 삭(朔)의 계산은 정삭법(定朔法)을 채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