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지석기는 잔손질된 날의 형태와 각도에 따라 긁개, 찌르개, 홈날, 톱니날, 밀개, 뚜르개, 새기개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석기로 더 자세히 나눌 수 있다.
격지 가장자리를 잔손질하여 가지런한 날을 만든 석기를 긁개라고 한다. 잔손질된 날이 둘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 긁개는 날이 하나다. 석기를 위에서 봤을 때 잔손질된 날의 형태가 전체적으로 직선에 가까우면 곧은날 긁개, 날이 둥글게 볼록하면 볼록날 긁개라고 부른다. 오목날 긁개는 볼록날 긁개와 정반대로 날이 둥글게 움푹 들어가 있다.
한편 두 개의 잔손질된 날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아져 끝에서 만나 뾰족한 석기를 찌르개라고 한다. 찌르개 중에는 잔손질된 두 날이 모두 날카로운 찌르개도 있고, 한쪽은 날카롭지만 반대쪽은 날로 쓸 수 없을 정도로 가팔라 등을 이룬 찌르개도 있다. 또한 찌르개 중에는 뾰쪽한 끝부분과 반대되는 밑부분에 슴베가 있는 석기를 따로 슴베찌르개라고 부른다.
홈날은 대개 격지의 가장자리를 한 차례 깊숙하게 때려 날카로운 오목날을 만든 석기이다. 드물게 격지 가장자리를 여러 차례 정교하게 떼어 홈날을 제작하는 때도 있다. 격지 가장자리에 두 개 이상의 홈날이 연달아 있을 때, 마치 톱의 날과 같다고 하여 톱니날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정작 정교하게 잔손질해서 진짜 톱처럼 가지런한 톱니날을 갖춘 석기는 드물다.
밀개는 격지 또는 돌날의 끝부분을 잔손질하여 둥글게 볼록날을 만든 석기를 말한다. 밀개와 볼록날 긁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날의 각도다. 석기 단면을 보면 밀개 날은 언제나 긁개 날보다 가파르지만, 그렇다고 날로 쓰일 수 없을 정도로, 즉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른 것은 아니다. 밀개는 다시 형태에 따라 부채꼴밀개, 둥근밀개, 손톱모양밀개, 배모양밀개, 콧등날밀개 등으로 세분될 수 있다.
뚜르개는 격지나 돌날의 한 곳 또는 여러 곳을 뾰족하게 잔손질한 석기이다. 찌르개와 달리, 뚜르개는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위가 작고 짧다. 뚜르개 중에 뾰족한 부분이 두툼할 때 부리날이라고 따로 떼어 이름을 주기도 한다.
격지나 돌날의 가장자리에서 가장자리와 나란한 방향으로 아주 작고 긴 격지, 즉 새기개격지(burin spall)를 한 번 또는 그 이상 떼어 낸 흔적이 보이는 석기를 새기개라고 부른다. 새기개는 새기개격지를 떼어 낸 면의 개수와 방향 그리고 새기개석기를 떼어 낼 때 때림면의 상태 등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될 수 있다.
유적에서 출토된 전체 격지석기 중에서 각각의 석기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적의 연대를 보다 세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대개 전기 · 중기 구석기시대 유적에서는 긁개, 홈날, 톱니날이 비중이 큰 반면에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에서는 밀개와 새기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