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李光洙)가 지은 단막 희곡.
1917년 1월 ≪학지광 學之光≫ 제11호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이 쓰여질 무렵, 작가의 다른 소설이나 논설처럼 조혼(早婚)이 빚는 폐단과 비극적 양상을 다루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7세에 세 살 아래인 김영준에게 출가한 이씨는 남편의 일본유학으로 고독하고 힘겨운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 이씨가 이웃에 사는 백림(伯林) 유학생의 부인인 최씨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나누고 있는 자리에 시동생 병준이 뛰어들어 남편에게서 온 편지를 전해준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서 개봉된 김영준의 편지는 자신의 의사에 따르지 않고 부모에 의해 강제로 한 결혼은 무효라는 일방적인 이혼 통고였다. 이 통고에 충격을 받은 이씨는 그 자리에서 실성해버리고, 다른 가족들은 김영준을 비난하는 한편, 이씨를 구호하느라 부산한 가운데 작품은 끝나고 있다.
이상의 간단한 작품 줄거리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작품은 조혼의 폐해를 당사자인 여성의 비극으로 형상화한 데 특징이 있다. 이 점은 같은 해에 발표된 이광수의 단편소설 <어린 벗에게>가 당사자인 남성의 관점에서 조혼의 폐단을 논하고 있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부 학자는 이 작품이 개인 의식에 눈 뜬 근대 시민사회를 표현한다고 보아 근대 희곡의 효시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중요한 작중인물인 김영준과 그의 아내 이씨의 성격에 사실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 작품 역시 신파연극적인 통속극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인물 성격에 사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물 성격에 나타나는 이러한 결함은 이광수가 신파극에 이끌린 결과라기보다는 극작의 미숙성으로 판단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미숙하지만 나름대로 근대극의 새싹에 해당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