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朴勝喜)가 쓴 희곡.
1929년 11월 조선극장(朝鮮劇場)에서 가졌던 토월회 재기공연에서 상연된 이래, 작가자신이 이끌던 토월회 태양극장의 중요한 연제(演題)의 하나가 되었다.
박승희가 쓴 작품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이 작품 역시 현재 극본이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제목이 상징해주듯이 식민지수탈에 따른 농촌의 붕괴와 이농문제를 비극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한 마을에 사는 길룡(吉龍)이라는 총각과 봉희(鳳姬)라는 처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두 연인은 빨리 성례(成禮)를 올리고 싶어 하지만, 길룡이네 집안 사정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일본인 돈놀이꾼에게 얻어 쓴 빚을 갚지 못해 집과 전답을 빼앗기게 된 것이 길룡이네의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두 연인들이 애를 태우는 중에도 빚을 갚을 기한은 어김없이 다가와, 마침내 길룡이네는 조상대대로 이어 살아오던 고향을 등지고 멀리 북간도로 유랑의 길을 떠날 것을 작정한다.
길룡이네가 북간도로 떠나기로 작정한 날, 일본인 돈놀이꾼은 앞잡이를 데리고 와서 어서 떠나라는 재촉이 성화같고, 봉희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저절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길룡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해마다 조상 산소의 풀이나 뜯어달라고 부탁하면서 통곡하고, 길룡과 봉희는 애끊는 이별의 설움에 흐느낀다.
이 정경을 본 마을 사람들은 저절로 터져나오는 아리랑곡으로 이별의 노래를 불러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이상의 줄거리처럼 당시 민족수난의 현실을 다룬 이 작품은 일제치하의 관객들에게 비상한 충격과 공감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이 작품을 연출하였던 박진(朴珍)이 회고록에서 “명색이 연출자라는 나로부터 작가, 기타 무대에 있던 사람이 다 울어버렸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왕벌떼 소리가 났다.”고 적고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당시 수난받고 있던 관객들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