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향정기 ()

고전산문
작품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이칭
이칭
종경기전, 금향정록
내용 요약

「금향정기」는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당나라 현종 대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인 ‘안녹산의 난’을 배경으로 삼아 남녀 주인공인 종경기와 갈 소저의 애정 성취의 과정을 다룬 애정소설로, 중국소설인 「금향정」을 당대 조선의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이다.

정의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서지사항 및 이본

국문 필사본(筆寫本) · 목판본(木版本) · 활자본(活字本). 필사본으로는 서울대학교 도서관 소장의 『금향졍긔』(7책),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금향뎐기』(1책), 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의 『금향졍녹』(1책), 서대석(徐大錫) 소장의 『죵경긔젼』(1책)이 있다.

목판본으로는 경판본(京板本)인 유동신간본(由洞新刊本) 『금향뎡긔』(2권 2책)가 있는데, 파리 동양어학교 · 일본 동양문고 · 대영박물관에 각각 소장되어 있다. 그리고 이능우(李能雨) 소장본(1책)이 있다. 활자본으로는 동미서관(東美書館, 1916) · 신구서림(新舊書林, 1924) ·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각각 간행된 『금향정기』가 있다.

중국소설 「금향정(錦香亭)」을 원전(原典)으로 한 이 작품은 원전을 얼마나 충실하게 번역했는가에 따라 크게 ‘경판본 계열’과 ‘ 세책본 계열’로 나눌 수 있다. 더불어 주목할 점은 상업적인 출판물인 두 계열이 중국본이나 완역본(完譯本)을 저본(底本)으로 하면서 각기 필요한 부분을 취사(取捨)하여 만들었다는 점인데, 이러한 양상은 상업적 이윤을 꾀하면서도 각각의 내용이 겹치는 것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경판본 계열은 원전과 대조해 볼 때 변개(變改)된 부분이 있으며 반대로 세책본 계열에서는 원전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내용

이 작품은 안녹산의 주9이라는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혼인하기까지의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사건을 엮어 나간 주10이다. 유동신간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종경기(鍾景期)는 당나라 주11 대의 명신(名臣) 종수의 아들로 17세에 부모를 여의고 삼년상(三年喪)을 마친 뒤 과거에 응시한다. 주14을 구경하던 중 종경기는 어사 갈태고의 집 후원(後園)에서 갈 소저(葛小姐)를 보고 감탄하다가, 그녀가 떨어뜨리고 간 주17 수건을 발견한다. 그 백릉 수건에는 시가 적혀 있었는데, 종경기는 그 백릉 수건에 화답시(和答詩)를 쓴다.

종경기가 갈 소저의 시비(侍婢) 홍애(紅愛)를 통해 백릉 수건을 갈 소저에게 전하자, 갈 소저는 종경기의 글솜씨에 감탄하며 다시 화답시를 써서 종경기에게 전한다. 다음날 두 사람은 후원 금향정에서 만나 가연(佳緣)을 맺는다.

마침 갈태고가 이백(李白) · 두보(杜甫)를 데리고 금향정으로 오므로, 종경기는 담을 넘어 양 귀비(楊貴妃)의 언니인 괵국부인(虢國夫人)의 화원으로 들어가 괵국부인에게 환대를 받는다. 이후 종경기는 장원 급제(壯元及第)하여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었고, 갈태고의 집으로 청혼하러 갔다. 그러나 갈태고는 주28과 언쟁을 벌이다 좌천(左遷)되어, 갈 소저와 이미 집을 떠나고 없었다.

한편 종경기는 안녹산과 주29의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上疏)를 올리고서 투옥되었다. 그러나 두보의 도움으로 종경기는 죽음을 면하고 서천만호(西天萬戶)로 부임하게 된다.

종경기는 명경사에서 모해(謀害)를 입고 자신을 모시던 노비와 함께 달아나다가 범을 만나 다시 위기에 빠진다. 뇌만춘(雷萬春)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종경기는 뇌만춘의 간청으로 그의 질녀(姪女)인 청연과 혼례를 올린다. 이후 종경기는 뇌만춘의 도움으로 무사히 임지(任地)인 서천에 도착하여 서천만호로 부임하고, 뇌만춘은 남제운(南霽雲)을 만나 의형제를 맺는다.

안녹산이 양 귀비를 움직여 양국충(楊國忠)과 결탁하고 반역을 도모하여 자칭 황제가 되고, 갈태고와 그 일가족을 감옥에 가둔다. 그리고 안녹산의 아들 주35가 갈 소저를 핍박하자, 갈 소저는 벽주(碧珠)와 함께 남쪽으로 도주한다.

갈 소저는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주38에 도착하여, 자운암의 주지(住持)가 된 괵국부인의 도움으로 자운암에 머물게 된다. 그러다 안경서가 자운암에 온다는 소식에 갈 소저는 도망치다가 길을 잃었는데, 다행히 어부인 노부부의 도움을 받는다.

양국충 · 양 귀비가 죽임을 당하고 태자가 황제에 오르면서, 갈태고는 감옥에서 풀려난다. 감옥에서 풀려난 갈태고는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퍼한다. 갈태고가 황제를 모시고 오다가 종경기를 만나 딸과의 언약을 듣게 된다. 조정(朝廷)이 안정되자 갈태고는 순무사(巡撫使)가 되고 종경기는 서북경략사가 되어 도적 잔당(殘黨)을 토벌하고 민심을 안정시킨다.

갈태고는 자운암에서 딸의 생존 소식을 듣고 벽주를 양녀로 삼는다. 갈 소저는 어부의 모략으로 분양궁의 궁녀로 팔렸으나, 죽음으로써 정절(貞節)을 지키고자 한다. 종경기는 안경서와 접전(接戰)하다가 뇌청연의 도움으로

곽자의(郭子儀)주45가 갈 소저의 일을 알고 황제에게 아뢰자, 황제가 갈 소저와 종경기의 혼인을 주선한다. 종경기는 갈 소저가 다른 여자인 줄 알고 갈태고에게 갈 소저를 보내라고 한다. 갈태고는 마지못해 벽주를 보낸다.

갈 소저와 벽주 일행이 만나 서로가 갈 소저라고 말하자, 종경기는 백릉 수건을 보고 갈 소저를 분별해 낸다. 갈 소저와 벽주가 차례로 행례(行禮)하고, 경사(京師)로 와 가족이 상봉(相逢)한다. 종경기는 세 부인과 함께 영화(榮華)를 누리고 천수를 다한다.

의의와 평가

이 작품은 안녹산의 난과 같은 당나라 현종 대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허구적 인물인 남녀 주인공이 숱한 고난을 극복하고 애정을 실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국소설 「금향정(錦香亭)」과 그 구성이 일치하므로 번안소설(飜案小說)임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소설에 비해 분량이 훨씬 적고 도교적(道敎的)인 요소가 약화되어 서사 전개가 합리적이다.

유교적인 덕목(德目)을 강조하는 부분이 첨가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남녀의 자유로운 결혼과 사랑을 중요시한 점은 조선조 양반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한국 소설사의 일련의 흐름과 일치한다.

전체적으로 번안 과정에서 군담(軍談)을 많이 생략했으며, 여성 인물 뇌청연이 지략(智略)을 쓰고 직접 전쟁에 참여하여 승리하는 장면을 추가한 것은 우리 소설의 여장군형의 이야기를 삽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소설의 번안이면서도 한국적인 정서와 사상이 반영된 작품으로, 한국소설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참고문헌

원전

경판본(유동신간본) 『금향뎡긔』(2권 2책)

단행본

김기동, 『한국고전소설 연구』(교학사, 1981)

논문

박재연, 「조선시대 중국통속소설 번역본의 연구」(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3)
신동익, 「금향정기연구」(『국어국문학』 65·66, 국어국문학회, 1974)
유춘동, 「일본 동양문고 소장 세책 고소설의 성격과 의미」(『民族文化硏究』 64,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4)
주석
주1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곳. 우리말샘

주2

손으로 써서 만든 책. 우리말샘

주3

베끼거나 번역한 책에 대하여 그 본디의 책. 우리말샘

주4

전체를 완전하게 번역해 놓은 책. 우리말샘

주5

개정, 번역 따위를 하기 전 본디의 서류나 책. 우리말샘

주6

쓸 것은 쓰고 버릴 것은 버림. 우리말샘

주7

다르게 바꾸어 새롭게 고침. 우리말샘

주8

사람의 생활이나 일의 진행이 여러 가지 곡절과 시련이 많고 변화가 심함. 우리말샘

주9

중국 당나라 현종 말엽인 755년에 안녹산과 사사명이 일으킨 반란. 현종은 촉나라에 망명하여 퇴위하고 반란군도 내부 분열로 763년에 평정되었으나 당의 중앙 집권제가 흔들리는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말샘

주10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설. 우리말샘

주11

중국 당나라의 제6대 황제(685~762). 성은 이(李), 이름은 융기(隆基). 시호는 명황(明皇)ㆍ무황(武皇). 초년에 정사(政事)를 바로잡아 ‘개원의 치’라고 불리는 성당(盛唐) 시대를 이루었으나, 만년에 양 귀비를 총애하고 간신에게 정치를 맡겨 안녹산의 난을 초래하였다. 재위 기간은 712~756년이다. 우리말샘

주12

이름난 훌륭한 신하. 우리말샘

주13

부모의 상을 당해 삼 년 동안 거상하는 일. 우리말샘

주14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시(西安市)의 옛 이름. 한(漢)나라ㆍ당나라 때 도읍지였던 곳으로, 뤄양(洛陽)에 견주어 서도(西都) 또는 상도(上都)라고도 한다. 우리말샘

주15

‘아가씨’를 한문 투로 이르는 말. 우리말샘

주16

집 뒤에 있는 정원이나 작은 동산. 우리말샘

주17

흰빛의 얇은 비단. 우리말샘

주18

다른 사람이 지은 시(詩)에 응하여 대답하는 시(詩). 우리말샘

주19

‘아가씨’를 한문 투로 이르는 말. 우리말샘

주20

곁에서 시중을 드는 계집종. 우리말샘

주21

아름다운 인연. 우리말샘

주22

중국 당나라의 시인(701~762).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 젊어서 여러 나라에 만유(漫遊)하고, 뒤에 출사(出仕)하였으나 안녹산의 난으로 유배되는 등 불우한 만년을 보냈다. 칠언 절구에 특히 뛰어났으며, 이별과 자연을 제재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현종과 양귀비의 모란연(牧丹宴)에서 취중에 <청평조(淸平調)#GT#3수를 지은 이야기가 유명하다. 시성(詩聖) 두보(杜甫)에 대하여 시선(詩仙)으로 칭하여진다. 시문집에 ≪이태백시집≫ 30권이 있다. 우리말샘

주23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712~770).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ㆍ공부(工部)ㆍ노두(老杜). 율시에 뛰어났으며, 긴밀하고 엄격한 구성, 사실적 묘사 수법 따위로 인간의 슬픔을 노래하였다. ‘시성’으로 불리며, 이백(李白)과 함께 중국의 최고 시인으로 꼽힌다. 작품에 <북정(北征)>, <병거행(兵車行)>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주24

중국 당나라 현종(玄宗)의 비(妃)(719~756). 이름은 옥환(玉環). 도교에서는 태진(太眞)이라 부른다. 춤과 음악에 뛰어나고 총명하여 현종의 총애를 받았으나 안녹산의 난 때 죽었다. 우리말샘

주25

과거에서, 갑과의 첫째로 뽑히던 일. 우리말샘

주26

중국 당나라 때에, 한림원에 속하여 조칙의 기초를 맡아보던 벼슬. 우리말샘

주27

낮은 관직이나 지위로 떨어지거나 외직으로 전근됨을 이르는 말. 예전에 중국에서 오른쪽을 숭상하고 왼쪽을 멸시하였던 데서 유래한다. 우리말샘

주28

중국 당나라의 무장(703?~757). 현종의 신임을 받고, 양국충(楊國忠)과 대립하여, 755년에 반란을 일으켜 뤄양(洛陽)에서 대연 황제(大燕皇帝)라 칭하였으나, 둘째 아들 경서(慶緖)에게 피살되었다. 우리말샘

주29

중국 당나라의 재상(?~752). 현종의 총애를 받아 권세를 행사하였고, ≪당률소의≫를 편찬하는 등의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지만, 조정의 기강을 크게 문란하게 하였다. 양국충에 의하여 관직이 박탈당했으며, 부관참시에 처해졌다. 우리말샘

주30

임금에게 글을 올리던 일. 또는 그 글. 주로 간관(諫官)이나 삼관(三館)의 관원이 임금에게 정사(政事)를 간하기 위하여 올렸다. 우리말샘

주31

꾀를 써서 남을 해침. 우리말샘

주32

형제자매의 딸. 우리말샘

주33

임무를 받아 근무하는 곳. 우리말샘

주34

중국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재상(?~756). 양귀비의 친척으로 등용되었으나, 뇌물로 조정을 문란하게 하였으며, 전횡을 일삼았다. 안녹산과의 반목으로 안사의 난을 자초하였다. 우리말샘

주35

중국 당나라의 무장(?~759). 안녹산(安祿山)의 둘째 아들로 안녹산이 동생인 안경은(安慶恩)을 편애하자 아버지를 죽이고 반란군을 통솔하였다. 후에 당군에 의하여 수세에 몰리자 사사명(史思明)에게 구원을 청했으나 살해당했다. 우리말샘

주37

천 가지 매운 것과 만 가지 쓴 것이라는 뜻으로, 온갖 어려운 고비를 다 겪으며 심하게 고생함을 이르는 말. 우리말샘

주38

예전에, ‘뤄양’을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이름. 우리말샘

주39

절을 주관하는 승려. 우리말샘

주40

임금이 나라의 정치를 신하들과 의논하거나 집행하는 곳. 또는 그런 기구. 우리말샘

주41

조선 시대에, 반란과 전시(戰時)의 군무(軍務)를 맡아보던 임시 벼슬. 우리말샘

주42

쳐 없애고 남은 무리. 대부분이 패망하고 조금 남아 있는 무리를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샘

주43

여자의 곧은 절개. 우리말샘

주44

경기나 전투에서 서로 맞붙어 싸움. 또는 그런 경기나 전투. 우리말샘

주45

중국 당나라의 무장(697~781). 안녹산의 난을 토벌하여 도읍 장안(長安)을 탈환하였고, 뒤에 토번(吐蕃)을 쳐서 큰 공을 세워 사도(司徒), 중서령(中書令)에 이어 분양왕(汾陽王)으로 봉하여졌다. 우리말샘

주46

예식을 행함. 또는 그런 일. 우리말샘

주47

몸이 귀하게 되어 이름이 세상에 빛남. 우리말샘

주48

타고난 수명. 우리말샘

주49

타고난 수명. 우리말샘

주50

도교에 딸리거나 도교와 관련되는. 또는 그런 것. 우리말샘

주51

충(忠), 효(孝), 인(仁), 의(義) 따위의 덕을 분류하는 명목. 우리말샘

주52

전쟁에 대한 이야기. 우리말샘

주53

어떤 일이나 문제든지 명철하게 포착하고 분석ㆍ평가하며 해결 대책을 능숙하게 세우는 뛰어난 슬기와 계략. 우리말샘

주54

마음을 결합하여 서로 의탁하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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