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

사회구조
개념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노동력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시장.
정의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노동력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시장.
개설

노동력이라는 상품에 대해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거래가 이뤄지며, 이러한 거래를 통해 그 노동력 상품의 가격(임금) 및 활용조건(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것과 관련되는 제도적 장치와 협상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통상 노동시장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기 위한 구직활동을 벌이고, 자본가들이 자신의 영리적 생산활동을 위해 필요한 노동력을 구매하려는 구인활동을 하는 공간을 추상화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노동시장의 현실적인 존재는 건설 일용직의 노동력 거래가 이뤄지는 인력시장(人力市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내용

노동력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노동시장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의 확립과 더불어 전면적으로 등장하였다. 자본주의의 생산활동이 노동시장을 매개로 노동력의 교환을 통해 실현된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존재는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생활수준이나 자본가의 사업 이윤은 노동시장에서 이들 양자가 어떻게 노동력의 거래조건을 결정하는가에 좌우된다.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의 거래 양과 가격은 기본적으로 그 공급과 수요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상황은 매우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노동력의 공급 측면에서는 각 국가의 인구구조, 구직자들의 숙련정도와 직업선호, 교육 및 직업훈련제도, 사회적 가족부양체계 등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한편, 수요 측면에서는 경제발전 수준 및 산업구성, 경기상황, 기업의 인재선호(人材選好) 및 채용방식, 생산기술의 발전수준 등이 영향을 끼친다. 또한 노동력의 공급자(노동자)와 수요자(사용자)를 연결시키는 데에 필요한 취업정보와 직업알선을 제공·지원하는 노동시장 인프라(labor market infrastructure)의 발달정도가 그 나라의 노동력 수급상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울러 노동력의 수급상황과 관련하여 특기할 점으로써 노동시장의 수요가 기본적으로 생산물시장 또는 재화시장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 파생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집단적인 협상과 단체행동을 통해 그들의 노동력을 공급하는 거래조건을 요구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노동시장의 구조에 대해 ‘경쟁시장 가설’과 ‘분단시장 가설’이라는 상반된 이론적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경쟁시장 가설은 노동시장이 하나의 통합된 구조를 갖고 있어서 모든 노동자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여 희망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 관점은 다른 재화시장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이 완전경쟁상태 하에서 노동력의 수요-공급을 일치하는 균형상태를 이루게 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동자가 갖고 있는 노동력의 가치, 즉 그의 지식·숙련·경험 등에 따라 일자리 배치와 임금 수준이 결정된다는 이른바 인적자본이론(human capital theory)이 등장하기도 한다. 반면 분단노동 가설은 노동시장이 제도적인 장애물이나 자본가의 노동통제 전략에 의해 여러 구획으로 분절화 되어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자리를 선택하거나 이동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현실 노동시장에서 성별·인종 및 학력 등과 같은 노동자들의 개인적 속성에 따라 취업할 수 있는 구획들이 분단된 형태로 나눠져 있어 그 구획 경계를 넘어 일자리 이동이 쉽지 않고 임금이나 근로조건에서 현저한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게 된다.

노동시장의 분단구조가 형성되는 배경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이론적 설명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 하나는 자본가에 의한 노동자의 분할통치 전략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설명하는 이론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이나 노동관계법 및 정부정책에 의해 일부 노동자가 보호되는 반면 남은 노동자들이 배제되는 제도적인 요인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이론에서는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중심으로 노동자와 사용자가 연결되는 매칭(matching) 과정에 사회적 연고의 관계망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노동시장에는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연결망이 배태되어 있어 통상 노동자와 사용자가 그 관계망을 활용하고 의존하여 관련정보를 획득하거나 추천도움을 받아 구직하거나 채용된다는 점이 강조된다.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우리나라에서 맹아적(萌芽的) 형태의 노동시장이 등장한 것은 조선 말기의 18∼19세기 무렵이었다. 이 시기에 상품화폐경제가 상당히 발달하면서 상인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상업의 발달을 통해 일정한 자본을 축적한 상인들이 농업·수공업·광업 부문에 직접 영리사업을 전개하였으며, 농업의 고공(雇工: 머슴)과 임용사공(賃用私工), 광업의 용인(傭人) 및 수공업의 모작배(募作輩) 등이 금전적 보상을 얻기 위해 고용되어 일하였다는 역사적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봉건제 농민수탈로 인해 토지로부터 이탈된 이농민들로부터 충원된 고공이나 임용사공이 임금을 유일한 생활원천으로 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정한 장소에서 집단적·지속적으로 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대적 임금노동자들로 구성되는 노동시장체제가 제대로 확립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더욱이 19세기 말엽 개항과 외세침략으로 자생적인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이 좌절됨에 따라 노동시장체제의 형성과 성장은 지체되었다.

1910년 일제의 조선 병합을 통해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하여 식량 및 원료의 공급지 그리고 상품의 판매지로 위치 지움에 따라 기본적으로 반봉건적인 농경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임금노동 중심의 노동시장체제는 매우 제한적으로 존재하였다. 1912년에 시작된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농촌의 토지소유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어 많은 농민들이 토지를 잃고 그 일부가 임금노동자로 바뀌기도 했지만 다수는 소작농으로서 농촌경제에 얽매여 있었다. 1920년의 회사령 폐지를 통해 일본 자본의 투자가 확대되기 시작하였고, 특히 1930년대에는 우리나라를 일제의 중국대륙 침공을 위한 군수병참기지로 삼아 공업화가 본격화되면서 근대적 공업노동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하지만 1938년의 호구조사에 의하면 전체 인구 중에서 농업인구가 73.6%(1,666만명)의 비중을 차지하였다는 점에서 드러나듯이, 그 당시 절대 다수의 노동인구가 반봉건적인 경제질서에 머물러 있었으며, 일부의 도시노동자를 제외하면 광산이나 토목공사장에 일하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농사일과 병행하는 반농반노(半農半勞)적인 성격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식민지경제 치하에서 후진성을 보여주던 노동시장은 일제의 1938년「국가총동원법」에 의해 전시체제의 요구에 따라 노동력 동원 및 배치가 강제적으로 이뤄져 거의 기능하지 못하게 되었다.

1945년 광복 이후 해방정국의 정치적 소용돌이와 남북 분단 그리고 6·25전쟁으로 인해 공업생산이 크게 파괴되고 경제활동 전반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노동시장은 그리 발전될 수 없었다. 1950년대에서도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구조 하에서 월남한 피난민들과 황폐한 농촌으로부터 이탈된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 초과잉의 공급상태를 이룬 가운데 노동시장은 후진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1961년에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정부가 수출산업 중심의 경제개발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임금노동자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는 가운데 노동시장 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5세 이상의 생산가능인구가 1963년에 1,455만명이었으며, 취업자와 실업자의 수를 합친 경제활동인구의 규모와 비율이 각각 823만명, 56.6%에 달하였다. 또한 그 해 실업률(=실업자÷경제활동인구)과 고용률(=취업자÷생산가능인구)이 각각 8.1%와 52%이었다. 1960∼1980년대에 걸쳐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정책에 힘입어 노동시장의 고용구조도 많이 개선되어 1980년에 경제활동인구의 규모가 14,431만명으로 증가하였으며, 그 비율 역시 59%로 높아졌다.

생산가능인구 경제활동인구 취업자 실업자 경제활동참가율 실업률 고용률
1963 14,551 8,230 7,563 667 56.6 8.1 52.0
1970 17,468 10,062 9,617 445 57.6 4.4 55.1
1980 24,463 14,431 13,683 748 59.0 5.2 55.9
1990 30,887 18,539 18,085 454 60.0 2.4 58.6
2000 36,186 22,069 21,156 913 61.0 4.1 58.5
2010 40,590 24,661 23,829 832 60.8 3.4 58.7

〈자료〉『KLI 노동통계』(한국노동연구원, 2011)

1963∼1980년의 기간에 임금노동자의 수가 238만 3천 명으로부터 646만 4천 명으로 2.5배 가까이 늘었으며, 같은 기간에 전체 취업자에서 임금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1.5%에서 47.2%로 급증하였다. 이 기간에 여성노동자의 규모 역시 57만 4천 명에서 204만 9천 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으며, 전체 노동자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24.1%로부터 31.2%로 증가하였다. 산업별 고용비중에서도 1960∼1980년의 기간에 1차 산업이 58.3%에서 35.2%로 감소한 반면, 2차와 3차 산업은 각각 11.2%와 20.5%에서 34.0%와 30.8%로 증가하여 이 기간에 제조업 중심의 임노동관계가 가장 빠르게 팽창했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이후에도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서비스경제의 확대에 힘입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하면서 노동자의 규모와 고용비중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노동자의 규모는 1989년에 1천만 명을 돌파하였으며 이후에도 계속 증가하여 2010년에는 1,697만 1천 명에 이르렀다. 전체 취업자에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90년에 60%를 넘어서 2010년 현재에는 71.2%에 달하고 있다. 특히 2000∼2010년에 들어 자영자 및 무급가족종사자의 수가 633만 8천 명에서 535만 9천 명으로 크게 줄어들어 임금노동자 중심의 노동시장체제가 더욱 확대, 성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87년의 민주화를 계기로 활성화된 노동조합운동과 1980년대 말의 3저 호황에 힘입어 임금노동자들의 임금 및 고용조건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개선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대기업-중소기업의 경영실적 격차로 인해 기업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고, 1997년의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비정규직의 고용규모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가 새롭게 대두됨에 따라 2000년대에 이른바 ‘노동 양극화’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졌다. 2002년부터 매년 8월에 통계청이 실시해오고 있는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 따르면, 2002∼2010년의 기간에 비정규직의 전체 규모가 383만 9천 명에서 568만 5천 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에 27.4%에서 33.3%로 증가하였다. 비정규직 고용형태에는 통상 임시계약직, 단시간 근로(파트타임), 파견근로, 용역근로, 호출근로, 특수고용 종사자 및 가내근로 등을 포괄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근로계약의 한시성에 의해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정규직 대비 임금수준이 54.8%에 그쳐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으며,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의 보호로부터 다수가 배제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의의와 평가

우리나라에서 지난 1960년대 이후 압축적 산업화에 힘입어 노동시장의 고용구조가 급속히 개선되는 변화를 보여 왔으며,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1998∼2000년의 외환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3%대의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여 왔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우리 노동시장은 여러 심각한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우선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집단 간에 임금과 고용조건의 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어 노동시장 양극화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자본집약적인 설비투자 등에 의해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기조가 고착화됨으로써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심각한 취업난의 문제를 낳고 있다. 청년층(15∼29세) 집단의 경우에는 전체 실업률보다 2.5배 정도 높을 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자이거나 아예 구직을 단념한 실질실업자의 비중이 전체 청년층의 20%에 달하여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여성들의 고학력화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매우 저조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실제 2010년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각각 49.2%와 47.8%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참고문헌

『KLI 노동통계』(한국노동연구원, 2011)
『한국의 노동』(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07)
『경제위기와 노동시장변동』(이성균, 울산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노동시장의 이론과 실제』(조윤기, 한국학술정보, 2003)
『한국자본주의와 노동문제』(박현채 외, 돌베개, 1985)
집필자
이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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