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략담에 속하며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된다. 대표적인 것이 전라남도 목포시 유달산과 해남시 옥매산에 있는 「노적봉전설」이다.
임진왜란 때에 이순신(李舜臣)이 이곳에 진을 치고 산꼭대기와 큰 바위를 짚과 섶으로 빙 둘러싸 노적가리처럼 보이게 하여 왜적으로 하여금 싸움을 포기하고 후퇴할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다는 것이다.
군량미가 산더미같이 쌓였다는 위장 전술로 싸우지도 않고 적을 물리쳤다는 이 설화에는 냇물 상류에서 횟가루를 풀어 쌀뜨물이 떠내려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는 대목이 첨가되기도 한다.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수정리 비봉산(飛鳳山)의 「노적봉전설」은 삼한 시대에 소문국왕이 적에게 포위를 당해 식량이 떨어지자 짚으로 산봉우리를 덮어서 노적가리처럼 보이게 했다는 내용으로 목포 「노적봉전설」과 같다.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 건너편의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변협(邊協)이,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행주산성에는 임진왜란 때 권율(權慄)이 같은 목적으로 노적봉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노적봉은 전쟁과 식량난이라는 관계에서 발생한 위장이거니와, 식수난(食水難)도 식량난에 못지않게 고통스러운 것이므로 적으로 하여금 후퇴를 유도한 설화도 있다. 경상북도 칠곡군 인동면 금전동 천생산성(天生山城)에 전하는 곽재우(郭再祐)의 일화가 그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설화는 왜적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려다가 포위를 당해 곤경에 빠진 장군에 대한 존경심과 승리에 대한 열망이 노적처럼 생긴 산봉우리와 연결되어 실제 전쟁과 관계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리한 조건에서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악조건 속에서 지혜로 승리한다는 것이 설화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