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육정참회(大乘六情懺悔)』는 1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정신수대장경 45권에 수록된 글을 저본으로 하여 교감한 글이 한국불교전서 1권에 수록되어 있다. 대정신수대장경 수록본은 겸창(鎌倉) 시대의 사본으로 경도(京都) 보보리원(寶菩提院) 소장본을 저본으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단락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전체 내용은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시방세계의 무량제불에게 귀명한 부분이다. 원효는 그 부처님의 성격에 대해 "모든 부처님은 다르지 않고 하나도 아니며, 하나가 곧 일체이고 일체가 곧 일이다. 머물지 않지만 머물지 않는 곳도 없고 행하지 않으나 행하지 않음도 없다. 낱낱의 상호와 낱낱의 모공이 가없는 세계에 가득하여 미래제가 다하도록 장애가 없고 차별도 없다."라고 하고 지금 연화장세계의 노사나불께서 법륜을 굴리고 보살대중은 법락을 누리고 있다고 하여, 여러 부처님 중 특히 노사나불을 지목하였다. 이러한 점은 본 글의 성격을 화엄행자의 참법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둘째, 이렇게 부처님께서 법륜을 굴리고 보살대중이 법락을 누리는 이 완벽한 세상에서 중생들이 마치 장님과 귀머거리처럼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여 불성(佛性)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고 그 원인을 설명한 부분이다. 원효는 여기에서 죄업을 짓고 불성이 가려지게 된 결정적 원인을 무명(無明)으로 규정하였다. 바로 무명에 의해 전도되어 대상세계를 만들고 아(我)와 아소(我所)에 집착함으로써 죄업을 짓게 된다고 하였다.
셋째, 죄의 구체적 내용으로 오역(五逆), 십악(十惡)을 들고 부처님 앞에서 보리심을 내어 참회하며, 과거의 죄를 깊이 참회하고 아직 짓지 않은 죄는 다시 짓지 않을 것을 맹세하며 제불현성(諸佛賢聖)께 증명을 요청하는 부분이다.
넷째, 참회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부분이다. 원효는 바로 앞에서 참회를 하고 나서, 모든 죄는 본래 생겨남이 없기 때문에 생겨남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하여 그 실체가 없음을 설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실상(實相)을 끝없이 사유하여 참회하면 사중오역죄(四重五逆罪)와 같은 무거운 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참회에 대해서도 참회의 주체, 참회의 대상, 참회법이 모두 공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참회의 구체적 예법을 설명하기보다는 죄업이나 참회의 성품이 공함을 관찰함으로써 죄업에서 벗어남을 설한 것에서 이 글은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의 두 가지 참법 중 이참을 더욱 강조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째, 육정의 방일함을 참회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다시 둘 나누어진다. 첫째, 죄업의 원인을 설한 부분이다. 본래 생겨남이 없다는 실상을 알지 못하여 무명에 의해 전도되어 일체의 대상세계를 만들고 그것에 집착하며, 자신의 마음이 지은 것임을 알지 못한다. 둘째, 이미 지은 죄업을 소멸하고 앞으로 일어날 죄업은 다시 짓지 않는 방법을 설한 부분이다. 모든 것이 꿈과 같음을 관찰하는 몽관(夢觀)을 끝없이 행하여 여몽삼매(如夢三昧)를 얻으면 이 삼매로 인해 무생인(無生忍)을 얻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 비로소 모든 것이 일심(一心)의 작용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부지런히 사유하면 육정의 방일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원효는 일심의 원천에서 이탈하는 모든 과정을 죄업으로 간주하였고, 육정을 모든 죄업의 근원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따라서 스스로의 마음이 지어 낸 것에 불과한 육정이 그림자나 꿈과 같은 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곧 "마치 이와 같다. 잠을 잘 때 잠의 번뇌가 마음을 덮어 꿈 속에서 거짓으로 자신의 몸이 큰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본다. 이때 이것이 꿈 속에서 일어난 일임을 알지 못하여 실제로 물에 빠졌다고 생각하여 두려움에 떤다. 꿈에 깨지 않은 채 다시 다른 꿈을 꾸면서 내가 본 것은 꿈이고 실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심성이 총명하여 꿈 안의 꿈은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 물에 빠진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아직도 자신의 몸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모른 채 머리와 손을 요동치며 깨어나려고 애쓴다.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앞의 꿈을 돌이켜보면 물과 떠내려가던 몸이 실제가 아님을 알게 되고 본래 조용히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자신을 본다. 긴 꿈도 이와 같아서 무명이 마음을 덮어 헛되이 육도를 만들고 여덟 가지 괴로움의 바다에 떠돌아 다닌다."라고 하였다.
원효는 물에 빠진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물에 빠진 것이 꿈임을 깨닫고 완전히 꿈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것이 대승육정참회라고 하였는데, 이는 참회와 해탈, 참회와 본각(本覺)을 일치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원효는 이 참회문에서 죄업이 본래 무생임을 깊이 깨닫고 철저하게 일심의 원천으로 돌아가서 본각과 합일하는 것이 진정한 참회라고 설파함으로써, 그 이전의 소극적인 참회를 적극적인 참회로 바꾸어 놓았다. 이 책은 참회 사상을 이론적으로 체계화시킨 것 중 가장 심오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 참회문의 이론적 근거는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