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세계(華藏世界) · 연화장장엄세계해(蓮華藏莊嚴世界海)’라고도 한다.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이 있는 세계이며, 한량 없는 공덕(功德)과 광대장엄(廣大莊嚴)을 갖춘 불국토이다.
이 세계에는 큰 연화가 있고 그 가운데 일체의 국토와 일체의 사물을 모두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연화장세계라 한다. 그 세계에 대해서는 『화엄경』과 『범망경(梵網經)』에서 각각 달리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이 두 경전의 설을 모두 채택하고 있다.
『화엄경』에서는 노사나불의 서원(誓願)과 수행에 의하여 현출된 이상적인 세계가 이 세계라고 보았다. 즉 세계의 맨 밑에 풍륜(風輪)이 있고 그 위에 향수해(香水海)가 있으며, 이 향수의 바다 속에 한 송이의 큰 연꽃이 있는데, 이 연꽃 속에 함장(含藏)되어 있는 세계를 연화장세계라 한다.
20중(重)으로 중첩된 중앙세계를 중심으로 110개의 세계가 있고, 다시 티끌의 수만큼 많은 세계가 그물처럼 얽혀져 세계망(世界網)을 구성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 부처가 출현하여 중생들 속에 충만한다고 하였다. 이 『화엄경』의 설에 대하여 고승들은 대체로 두 가지 해석을 하고 있다.
첫째, 중생의 입장에서 해석한 것으로, 향수의 바다는 곧 여래장식(如來藏識)이며, 또 법성해(法性海)라고 보았다. 풍륜에 대해서는 망상(妄想)의 바람으로 보거나 무주(無住)의 근본이 바람이므로 풍륜 위에 있다고 하였다. 한없는 성덕(性德)을 갖춘 정인(正因)의 꽃이 연꽃이므로 이렇게 함장되어 있는 것이 연화장세계라고 하였다.
둘째, 부처의 입장에서 해석하면 대원(大願)의 바람으로써 대비(大悲)의 바다를 지키고, 한없는 행(行)의 꽃을 나타내어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를 다 간직할 뿐 아니라, 염정(染淨)이 서로 걸림 없는 상태에 있는 세계라고 하였다.
『범망경』에서는 노사나불이 1,000개의 잎으로 된 연화대(蓮華臺)에 앉았는데 그 1,000개의 잎이 각각 한 세계이고, 노사나불로부터 화현한 1,000의 석가모니불이 1,000개 세계에 있고, 한 세계마다 다시 100억 개의 나라가 있다. 이 100억의 나라 하나하나에 다시 석가모니불이 있어서 보리수 아래에 앉아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화엄경』과 『범망경』의 설은 모두 법계(法界)무진(無盡)연기(緣起)의 깊은 진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연화장세계에 대한 연구는 화엄종(華嚴宗)의 번성과 화엄사상의 전개에 힘입어 우리 나라에서 크게 성행하였지만, 신앙적인 측면에서는 극락정토신앙이나 도솔천 왕생설에 비하여 민간에서는 크게 전승되지 않았다. 이는 연화장세계가 법계연기설과 관련이 있어 그 이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삼국유사』의 사복(蛇福) 설화(說話)에서 사복이 원효(元曉)와 함께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옛날 석가모니불이 사라수 사이에서 열반(涅槃)하였는데, 지금도 그와 같은 이가 있어 연화장세계에 들려 하네.” 하고 띠풀을 뽑은 뒤 송장을 업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는 관련 설화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