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계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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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개념
삼라만상의 차별된 모습이 진리의 차원에서 보면 무한히 중첩된 연기(緣起)라는 뜻의 불교 교리.
이칭
이칭
무진연기(無盡緣起), 십십무진연기(十十無盡緣起), 십현연기(十玄緣起), 법계무진연기(法界無盡緣起), 법계무애연기(法界無碍緣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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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법계연기(法界緣起)는 일체의 모든 것이 상호 조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진리관이다. 이 교리는 연기라는 불교의 근본적인 교설에 대한 화엄 교학 특유의 해석이며, 나아가 '현상이 곧 진리'라는 동아시아 불교의 사상적 경향을 대표하는 표제어이기도 하다.

정의
삼라만상의 차별된 모습이 진리의 차원에서 보면 무한히 중첩된 연기(緣起)라는 뜻의 불교 교리.
개설

법계연기(法界緣起)는 화엄(華嚴) 교학의 연기관(演技觀)이자 진리관(眞理觀)이다. 법계무진연기(法界無盡緣起) · 법계무애연기(法界無碍緣起)라고도 한다. 글자 그대로 법계가 다함이 없고 걸림 없는 상호 조건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연원 및 변천

법계연기라는 용어는 6세기 지론종(地論宗) 계통의 문헌에서 처음 등장한다. 지론종의 논사는 유식학파의 삼성설(三性說)에 착안하여 진여(眞如)연기(緣起)를 주축으로 하는 진여연기(眞如緣起) 혹은 여래장연기(如來藏緣起) 사상을 주장하였다. 이때 법계연기는 진여 자체가 아닌 '진여의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사용된다. 나아가 법계연기를 설명하기 위한 육상설(六相說)과 인드라망의 비유 등도 지론종에서 도입된 것이다. 지론종의 법계연기는 어디까지나 진여연기를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화엄종의 법계연기와는 구분된다. 법계연기가 온전한 의미의 진리관으로 인정된 것은 화엄종에서부터이다.

내용

법계(法界)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이와 관련된 모든 설명은 결국 '삼라만상 전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화엄종에 따르면 삼라만상의 차별화된 모습은 본질로서 자성(自性)을 지니지 않으며 모두가 무한히 중첩되는 상호 조건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립한다고 여기는 모든 존재 중생과 부처, 번뇌와 보리(苦提), 생사와 열반(涅槃) 등도 연기라는 관점에서 모두 차별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번뇌가 곧 보리요, 생사가 곧 열반이라는 사유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화엄종에서는 일즉일체(一卽一切)와 일체즉일(一切卽一) 즉 하나의 존재는 자신 외의 존재와 연기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모든 존재는 하나의 존재 안에 포섭된 것으로 본다. 이러한 관계를 상즉상입(相卽相入)이라 한다. 상즉상입의 관계 속에서 법계의 모든 존재들은 완전히 융즉(融卽)하여 걸림이 없는데, 이것을 법계무진연기라고 한다.

법계연기는 불교연기론의 정점이다. 법상종(法相宗)아뢰야식연기(阿賴耶識緣起)법성종(法性宗)의 진여연기 등과 같이 법계연기는 우주연기의 주체를 어떠한 진리에 국한시키지 않고 그 개별적 사태를 모두 진리태로 보는 것이 특징이다.

화엄종의 교리인 사법계(四法界) · 십현 연기(十玄緣起) · 육상원융(六相圓融) · 상입상즉(相入相卽) 등은 모두 법계연기를 설명하는 화엄사상의 골자이다.

사법계는 현상과 본체와의 상관관계를 사법계(事法界) · 이법계(理法界) ·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 ·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 등 넷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모든 사물이 각기 그 한계를 지니며 대립하고 있다는 차별적인 현상계(現象界)를 가리켜 사법계라 하고, 그 반대로 평등한 본체계(本體界)를 이법계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과 본체는 서로 원인이 되고 융합되어, 평등하면서도 차별을 보이며 또 차별 가운데 평등을 나타낸다. 이것이 이사무애법계이다.

나아가 현상 그것도 각 현상마다 서로 원인이 되어 밀접히 융합되어 있다는 것이 사사무애법계이다. 이 사사무애의 특징적인 모습을 동시구족상응문(同時具足相應門) · 일다상용부동문(一多相容不同門) · 제법상즉자재문(諸法相卽自在門) 등의 열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 십현연기문(十玄緣起門)이다. 사사무애 가운데 동시구족상응문이라 함은 현세 속에 과거와 미래가 함께 담겨 있다는 뜻이고, 제법상즉자재문은 현상계의 모든 사물이 서로 차별하지 않고 일체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또한 일다상용부동문은 일(一)은 일의 위치를 지키고 다(多)는 다의 면모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과 다가 서로 포섭되고 융합한다는 의미이다. 일이 없으면 다도 없으며, 일이 있으면 일체가 성립된다. 모든 것은 홀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일로도 되고 십(十)으로도 되며 일체로도 된다. 여기에 화엄에서 가르치는 일즉일체 · 일체즉일 · 일즉십(一卽十) · 십즉일(十卽一)의 논리가 전개된다.

모든 현상은 각각 총상(總相) · 별상(別相) · 동상(同相) · 이상(異相) · 성상(成相) · 괴상(壞相)의 여섯 가지 모습을 함께 갖추고 있어 전체와 부분 또는 부분과 부분이 서로 일체화되어 있다. 이것을 육상원융이라고 한다. 신라의 의상(義湘)은 법계연기를 설명하면서 독자적인 이이무애법계(理理無碍法界)를 주장하였다. 중국의 화엄종에서는 이사무애나 사사무애는 설하였어도 이이무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이무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이(理)의 차별이 있어야 하는데, 의상은 이도 사의 경우처럼 차별적인 면이 있다고 보았다. 십전(十錢)을 예로 든 일즉십 · 십즉일 등의 논지도 의상이 처음으로 시도한 법계연기설이다.

참고문헌

원전

法藏, 『華嚴經探玄記』(大正藏 35, no.1733)
義湘, 『華嚴一乘法界圖』(大正藏 45, no.1877A)

단행본

김동화, 『불교학개론』(보련각, 1981)
가산불교문화연구원, 『가산불교대사림』 9("법계연기" 항목)

논문

이상민, 「지론학파의 법계연기」(『禪文化硏究』 31, 2021)

인터넷 자료

기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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