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노래

구비문학
작품
여성들이 맷돌질하면서 부르는 노래.
내용 요약

맷돌노래는 여성들이 맷돌질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나, 특히 제주도에서 집중적으로 전승된다. 여성들이 늦저녁이나 새벽에 주로 맷돌질하면서 부르는 맷돌노래에는 시집살이의 애환, 남편 및 첩과의 갈등, 시부모의 핍박, 남녀 간의 사랑, 경제적인 어려움, 맷돌질의 고됨, 인생의 덧없음, 여자로 태어난 서러움 등이 표현된다.

정의
여성들이 맷돌질하면서 부르는 노래.
맷돌노래의 기능

맷돌노래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나, 특히 제주도에서 집중적으로 전승된다. 제주도에는 논이 드물고, 밭이 대부분이다.주식으로 삼는 곡식이 조 · 보리 및 잡곡이었기 때문에 곡식을 갈아야 할 일거리가 많았다. 가족의 끼니를 잇기 위해서 곡식을 장만하여 빻고 가는 일이 일상적인 노동이었으므로, 맷돌질은 집마다 사계절 내내 이루어지던 작업이었다. 결혼 등 잔치가 있을 때는 맷돌질을 며칠씩 계속하기도 하였다.

맷돌은 곡물을 가루로 만들기 위한 도구이며, 윗돌과 알돌로 나뉜다. 윗돌의 가운데는 곡물을 넣을 수 있는 홈이 있고, 윗돌과 알돌 사이에는 곡물이 들어가는 구멍이 있으며, 측면에는 나무로 된 손잡이가 끼워져 있다. 알돌의 가운데는 윗돌이 빠지지 않고 회전이 쉽도록 뾰족한 주21가 박혀 있다. 제주도의 맷돌은 현무암 주22로 만든다.

여성들은 부엌 · 마루 · 처마 밑 또는 마당 등 집안의 일정한 장소에 멍석이나 주23을 깔고, 그 위에 맷돌을 놓은 뒤 맷돌질한다. 맷돌질은 마당이나 대청마루에서 주로 두 사람이 짝을 이뤄서 했다. 두 사람이 맷돌질할 때는 한 사람은 주로 맷돌을 돌리는 일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맷돌을 돌리는 일과 동시에 곡물을 맷돌에 담아 넣는 일을 한다. 맷돌질이 여성들이 밭일이나 물질을 하지 않는 늦저녁이나 새벽에 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노래의 사설(辭說)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세 한탄이나 마음속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주요 내용은 시집살이의 애환, 남편 및 첩과의 갈등, 시부모의 핍박, 남녀 간의 사랑, 경제적인 어려움, 맷돌질의 고됨, 인생의 덧없음, 여자로 태어나 겪어야 하는 서러움 등이다.

맷돌노래의 사설 구성

맷돌노래는 대부분 독창(獨唱)로 부르지만, 작업 상황이나 일하는 사람 수에 따라 선후창(先後唱)이나 교환창(交換唱)으로 부르기도 한다. 선후창의 경우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맷돌 자루를 잡고 돌려가며 곡식을 갈면서 소리를 주도하고 다른 이들이 후렴을 받는다. 사설 형식은 4 · 5조 주32이 2 주33로 나뉘어 1행을 이루고 4행이 한 연을 이룬다. 대구(對句) 형식으로 4행이 한 단위로 진행되기도 한다. 자유 리듬의 민요이지만 선율의 고정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락의 변화가 적은 편이다.

먼저, 노동 관련 내용이 노래되는 자료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맷돌은 보니 주36 없는 맷돌 / 내가 들어 확을 놓자 / 바악바악 갈아져라 오늘 저녁 수제비하여 / 내일도 먹고 모레도 먹고 / 바악바악 갈아져라 호박잎 따다가는 ᄌᆞᆸ쌀죽을 하여 먹자(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김덕진, 『제주도민요연구』)

“확 없는 맷돌”을 통해 현재 노동 상황이 열악함을 알 수 있다. 이에 굴하지 않고, 화자(話者)는 확을 놓아 맷돌질하자고 권유한 뒤 맷돌로 곡식을 갈아 수제비 · 좁쌀죽을 만들어 먹자고 하였다. 위 인용문은 맷돌질과 밀착되어 있다.

자료에 따라서는 개인적인 심회(心懷)가 노래에 표현되기도 한다. 전남과 제주에서 조사된 자료를 각각 살펴보고자 한다.

맷둘아 맷둘아 밀 간 맷둘 / 주1 가운데 맞체 놓고 / 도리 주2 채 감시롱 / 어매 어매 어디 가서 / 울어매는 달 밖에서 / 점심떄나 오실 건데 / 이 맷둘은 맥혔는가 거렸는가 / 주39를 안 내노네 / 어매어매 우리 어매 / 울아부지 오시거든 / 나무란 소리 하지 마라고 / 울아부지 입 가려주소 / 딸 한나는 주3 못 하여 / 근심걱정 양채 주4 / 들밖으로 왜 못 나가게 날 잡어논가 / 어매어매 우리어매 / 주38을 쪄여놓고 / 점실 쉴 때 도얏는디 / 울어머니 안 오시고 / 울아버지 안 오시네(전남 고흥군 도양읍 관리 관하 정영엽(1929년생), 『한국민요대전: 전남민요해설집』)

위 인용문은 현재 상황 묘사와 친정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이 노래되었다. “밀가리를 안 내노네”라는 사설을 통해 맷돌질이 원활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맷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고달픈 시집살이에 기인할 가능성이 크다. 화자의 바람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없으므로 노래의 비극성이 한층 강화되었다.

다음은 제주 지역에서 조사된 자료이다.

이연이여 이여동ᄒᆞ라 / 이연ᄒᆞ난 눈물이 난다 / 이여랜 말 말 주5 / 말앙 가민 ᄂᆞᆷ이나 웃나 / 말앙 주6 ᄂᆞᆷ이나 웃나 / 어멍 주7 옷 반반 주8 / 모른 주9 모르뎅 주10 / 아방 주11 신 반반 주12 / 아는 질도 물으멍 가라 / 다슴 어멍 개년의 ᄄᆞᆯ련 / 가건 주13 보내여 주14 / 나 눈물로 나 주15 / 울만ᄒᆞ난 주16 (제주시 표선면 성읍 1리 이선옥(1913년생), 조을선(1915년생), 『한국민요대전: 제주도민요해설집』)

위 인용문은 힘든 노동으로 인한 신세 한탄이 주된 내용이다. 화자는 열악한 환경과 극심한 고립감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해결책의 하나로 친정 부모님을 떠올리지만, “어멍 시민 옷 반반 입나”라는 사설에서 보듯, 부모님이 자신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자료에 따라서는 스스로에 대한 탄식에서 나아가 현재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노래도 있다.

이엿 말라 눈물이 진다 / 눈물이 지믄 주41 된다 ᄂᆞᆷ이나 운들 나 무사 울리 / ᄀᆞ렌 보난 지남석 주42여 지남석도 모다 들믄 개볍고나(제주시 아라동 전화초, 『제주민요연구』)

이 노래의 화자 역시 노동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남들처럼 울지 않을 것이라 한다. 힘든 일이지만 자석으로 만든 것과 같은 좋은 맷돌로 일을 하니, 오히려 일하기 수월하다고 하였다.

참고문헌

원전

『한국민요집』Ⅰ∼Ⅵ(임동권, 집문당, 1961∼1978)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한국의 민속음악: 제주도편』(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4)

단행본

『제주도민요연구』상(김영돈, 일조각, 1965)

논문

「제주도민요연구: 여성로동요를 중심으로」(김영돈,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3)
주석
주1

마루.

주2

맷돌 밑에 끼는 짚 방석.

주3

이해.

주4

앉혀 놓고.

주5

하지 말았으면 한다.

주6

하지말고 가면.

주7

어머니가 있으면.

주8

옷을 반듯하게 입나.

주9

모르는 것일랑.

주10

모른다고 하며.

주11

아버지 있으면.

주12

신을 반듯하게 신나.

주13

가려면 가라고.

주14

보내어 두고서.

주15

내가 얼룩졌네.

주16

기다리더라.

주21

맷돌의 위짝과 아래짝 한가운데 박는 쇠. 위짝의 것은 암쇠라 하여 구멍이 뚫리고 아래짝은 수쇠라 하여 뾰족한데, 두 짝을 맞추면 위짝을 돌려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말샘

주22

검푸른 작은 점이 많고 썩 단단한 화강암. 주로 건축 재료로 쓰며 강화도에서 많이 난다. 우리말샘

주23

추울 때에 소의 등을 덮어 주는 멍석. 우리말샘

주25

주로 해녀들이 바닷속에 들어가서 해산물을 따는 일. 우리말샘

주30

민요의 가창 방식의 하나. 한 사람이 선창하면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후렴 따위를 이어 부르는 방식이다. 우리말샘

주31

민요의 가창 방식의 하나. 선창자와 후창자가 모두 변화 있는 가사를 주고받는 식으로 부르는 창법이다. 우리말샘

주32

시에서, 음절의 수를 일정하게 하여 이루는 운율. 우리나라 고전 시가는 세 글자와 네 글자 또는 네 글자와 네 글자가 일정하게 배열된 3ㆍ4조, 4ㆍ4조가 대표적이다. 우리말샘

주33

시에서, 음보의 수를 일정하게 하여 이루는 운율. 우리나라 시에서는 주로 3음보나 4음보가 사용된다. 우리말샘

주34

비슷한 어조나 어세를 가진 것으로 짝 지은 둘 이상의 글귀. 특히 한시를 비롯한 시가 문장에 많이 쓴다. 우리말샘

주36

방앗공이로 찧을 수 있게 돌절구 모양으로 우묵하게 판 돌. 방앗공이가 떨어지는 곳에 묻어 그 속에 곡식을 넣고 찧거나 빻는다. 우리말샘

주38

밀가루나 밀을 빻아 체로 쳐서 남은 찌꺼기로 평평하고 둥글넓적한 조각을 만들어 찐 떡. 우리말샘

주39

‘밀가루’의 방언 우리말샘

주41

한강의 물. 우리말샘

주42

자석처럼 위와 아래의 짝이 딱 붙어서 돌리는데 힘이 든다고 여겨지는 것으로, 무게가 무거워서 갈기가 힘든 맷돌 제주 지역에서는 ‘지남석ᄀᆞ레’로도 적는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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