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근대도서관이 생겨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는 대체로 다섯 종류의 도서관이 있었다.
첫째 규장각과 같은 국립도서관, 둘째 성균관·서원·향교 등 교육기관에 설치되었던 학교도서관, 셋째 종교기관에 있었던 사찰문고, 넷째 문중의 자제교육을 위하여 설립된 문중문고이다. 이 밖에 개인문고가 있었다. 문중문고로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수봉정사문고(壽峰精舍文庫)와 영규헌문고(映奎軒文庫)가 있다.
수봉정사문고는 경상북도 달성군 화원면 인흥리에 있다. 설립자는 조선 말기의 지방 부호이며 독립운동가인 문영박(文永樸)이다. 본당과 서고 2동(棟)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서는 약 7,000책 정도이고, 그 중 당시 중국으로부터 직접 들여온 거질의 청판본(淸版本)들이 많다.
문고 설립을 위하여 장서수집을 시작한 것은 1910년경으로 추정되며, 특히 중국서적의 수집에 있어서는 한말의 우국지사로 당시 중국에 망명하고 있었던 김택영(金澤榮)의 협력이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장서를 종류별로 나누어 보면, 문집류(文集類)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역사류(歷史類)·경서류(經書類)·유가류(儒家類)순이다.
이 문고의 운영지침인 절목(節目)에 의하면, 설립목적을 문중 자제의 교육에 둔다고 하였다. 그리고 장서의 관리를 위하여 유사(有司)를 두고 도서의 대출, 기재 등 수시 행하는 일상업무 이외 연 1회의 도서점검을 겸한 포쇄(曝曬)도 실시하였다.
영규헌문고는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면 해저리에 있다. 설립자는 한말의 영남 유림인 김뇌식(金賚植)·김화영(金華永) 등이다. 8칸의 독립건물로 동네 한가운데 있다. 건물 서편에는 존경(尊經), 동편에는 상고(尙古), 중앙에는 영규헌(映奎軒)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이 문고 역시 그 설립목적을 인재 배출에 두고 있다. 설립연도는 1919년이지만 장서수집은 설립자의 할아버지 때부터 하여 왔다. 장서수는 총 약 2,100책 정도이고, 내용별로는 문집류가 가장 많고, 다음이 역사류·경서류·유가류이다. 두 문고는 다 같이 1910년대에 설립되었고, 그 목적이 문중의 자제교육에 있었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 유림들의 일제침략과 신학문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로 사회·정치적인 배경에 기인하여 나타난 순수한 사립도서관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도서관사에서 지니는 의의가 크다. 그러나 그 설립목적에 따른 장서내용이 유학 위주로 구성되었으므로, 그 뒤 급속히 변해가는 사회에서 점차 그 기능을 잃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