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2권. 정식 서명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고, 간략 서명은 ≪불조직지심체≫이며, 판심제(版心題)는 ≪직지≫ 또는 ≪심요 心要≫이다. 이 책은 경한이 입적하기 2년 전인 1372년(공민왕 21)에 직접 초록한 수고본(手稿本)이다.
그 내용은 ≪경덕전등록 景德傳燈錄≫ · ≪선문염송 禪門拈頌≫ 등의 사전(史傳) 관계 문헌을 섭렵하여 역대의 여러 부처를 비롯한 조사와 고승들의 게(偈) · 송(頌) · 찬(讚) · 명(銘) · 서(書) · 시(詩) · 법어 · 설법(說法) 등에서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 긴요한 것을 초록하여 편찬한 것이다.
그 중 권상(卷上)에는 비바시불(毘婆尸佛) · 시기불(尸棄佛) · 비사부불(毘舍浮佛) · 구류손불(拘留孫佛) · 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 · 가섭불(迦葉佛) ·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등 일곱 부처와 석가모니불로부터 불법을 계승한 인도의 제1조(祖) 마하가섭(摩訶迦葉) 이하 제28조 보리달마(菩提達磨)까지의 28존(尊)이 실려 있다.
그리고 중국의 혜가(慧可) · 승찬(僧璨) · 도신(道信) · 홍인(弘忍) · 혜능(慧能)의 5조사와 그 법통을 이은 후세의 고승 대덕 중 안국대사(安國大師)에 이르기까지의 것이 수록되었다. 권하에는 아호대의화상(鴉湖大義和尙) 이하 대법안선사(大法眼禪師)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그 중에는 신라 대령(大領)의 것도 초략되어 있다.
이 책의 중심주제인 ‘직지심체(直指心體)’는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이라는 오도(悟道)의 명구에서 따온 것이다. 그 뜻은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깨달을 때 그 심성이 바로 부처의 실체라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그 자체가 본시 청정하므로 선지식(善知識)의 도움에 의하여 자기 마음 속에서 그 심성이 자정(自淨)함을 깨닫고 늘 자수(自修) · 자행(自行)하면 곧 불성(佛性)을 체득하여 자기 자신이 바로 법신(法身)이 되며, 자기 마음이 바로 불심이 된다는 요지이다.
즉, 사람이 눈을 외계로 돌리지 않고 자기의 마음을 올바로 가지면서 참선하여 도를 깨친다면 마음 밖에 부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이 바로 부처가 됨을 뜻한다.
스승이 주는 공안(公案:참선의 과제로 주어지는 화두)에 의하여 선을 공부하는 간화선(看話禪)보다는, 일체의 사심과 망념에서 떠난 진심(眞心)을 중시하는 무심무념(無心無念)을 궁극의 경지로 삼음이 경한의 특징적인 선풍(禪風)이다. 이와 같은 특색있는 선풍을 펼치기 위하여 경한은 이 책을 편찬한 것으로, 그가 주창한 무심선(無心禪)을 연구하는 데에 긴요한 자료가 된다.
이 책은 그가 입적한 3년 뒤인 1377년(우왕 3) 7월 청주목의 교외에 있었던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인 주자로 찍어낸 것이 그 초인본(初印本)이다. 그 간행에 조연(助緣)한 문인(門人)은 석찬(釋璨)과 달잠(達湛)이고, 시주한 사람은 비구니 묘덕(妙德)이다. 이 때 간행된 상하 2권 가운데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하권 1책(첫 장은 결락)뿐이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프랑스인 쿠랑(Courant,M.)이 엮은 ≪한국서지 Bibliographie Coreenne≫의 부록에 일찍이 소개되었으나 책의 행방이 묘연하였는데, 1972년 ‘세계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도서의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말에 주한프랑스대리공사로서 서울에 부임한 바 있었던 플랑시(Plancy,C.de.)가 수집해 간 장서 속에 있었던 것이 1911년 골동품상 브베르(Vever,H.)에게 180프랑으로 팔렸으며 이것이 그가 죽은 다음해인 1943년에 그의 상속인에게 넘어가 관리되어 오다가 195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 주자본은 활자의 주조술과 조판술이 아주 미숙하였던 고려시대에 관서(官署)가 아닌 지방의 한 사찰이 전통적인 밀랍주조법으로 주조하여 찍어낸 것이기 때문에 활자의 크기와 글자모양이 고르지 않고, 또 본문을 찍은 중자가 부족하여 소자와 나무보자로 충용하여 찍어냈기 때문에 인쇄상태가 조잡한 편이다.
이와 같이 기술이 미숙한 단계의 사주본(寺鑄本)이지만, 문헌에만 전하여지고 있던 여러 종의 고려 주자본 중 유일하게 전래되고 있는 금속활자본으로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는 점에서 그 가치가 사뭇 높이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최초로 주자를 창안, 발전시킨 슬기로운 문화민족임을 실증하여 우리의 긍지를 온 세계에 과시할 수 있게 한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
이 책의 고간본(古刊本)으로는 흥덕사주자본보다 한 해 뒤인 1378년에 개판된 목판본도 있다. 그 책에 적혀 있는 간기(刊記)에 의하면, 지금의 여주(驪州) 북쪽에 위치한 천녕현(川寧縣)혜목산(慧目山) 소재의 취암사(鷲巖寺)에서 간행되었다.
목판에 새기기 위한 판서본(板書本)의 글씨는 일암(一菴) · 선화(禪和) · 천단(天旦) 등이 썼고, 판각은 종탁(宗倬) · 참여(旵如) · 신명(信明) 등이 담당하였으며, 판각을 위한 모연(募緣)은 법린(法麟) · 자명(自明) · 혜전(惠全)이 맡았다.
경한이 초록한 ≪불조직지심체요절≫을 바로 1년 전에 흥덕사에서 주자로 찍어냈음에도 이처럼 다시금 목판으로 간행한 것은 지방사찰의 주자인쇄술이 미숙하여 간행부수에 제한을 받았고 또한 활자판은 목판과 달리 후쇄가 없으므로 보다 많은 공급을 오래 지속하기 위함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 목판본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상하권 1책이 각각 소장되어 있으며, 그 중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본은 1992년에 보물로 지정되었다.
국내에 널리 보급되고 있는 신간서는 문화재관리국(현, 국가유산청)이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의 고려 흥덕사주자본 권하 1책(첫장 결락)에 의거 원본 크기로 복제한 흑백 영인본과 해제 2책을 1973년에 발행한 것이다. 또 원색으로 복제한 영인본과 해제 2책이 1987년에 다시 발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