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언 48구로 이루어진 배율시. 벼슬에서 물러나 산촌사람들의 평화로운 삶과 훈훈한 인정을 읊은 시이다. 『동문선』 제11권에 수록되어 있다.
「산촌잡영」은 크게 4단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1∼16구, 둘째는 17∼30구, 셋째는 31∼38구, 넷째는 39∼48구이다.
첫째 단락에서 1구에서 10구까지의 내용은 인간세상과는 멀리 떨어진 산촌의 쓸쓸한 정경과 고적한 자연의 모습을 그렸으며, 11구에서 16구까지는 이러한 자연 속에 무당이 있고 중이 있으며, 쌀을 거두고 그릇을 만드는 인간의 삶의 모습을 그렸다.
둘째 단락에서 17구에서 22구까지는 시냇물과 병풍처럼 둘린 푸른 산, 그리고 쓰르라미와 잠자리가 있는 가을 향촌의 모습, 23구에서 30구까지는 지형에 따라 지어진 초가, 밥상에 오른 보리밥과 풀반찬, 그리고 채마밭가의 누런 송아지, 물가의 정자 등 한가한 시골풍경이 담겨 있다.
셋째 단락에서 31구부터 34구까지는 솔바람이 불고 난의 향기도 은은하며, 도깨비불 깜박거리는 산속 마을의 정경을 형용하였다. 35구에서 38구까지는 짚신 신은 농부, 도롱이 입은 농부 등의 방문을 맞아 하얀 막걸리와 생선을 내오는 훈훈한 인정을 담았다.
넷째 단락에서는 작자의 감회를 적고 있다. 전쟁이 잠시 멈추어 편안한 세상에 대한 구가이다. 그동안 전쟁에 시달리다 잠시 평온한 세상을 맞아 태평성세를 구가하며 임금의 만수를 축수하는 내용이다.
「산촌잡영」은 자연과 인간사를 반복시켜 묘사함으로써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인간사의 한 단면을 묘사하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산 골짝골짝마다 옹기종기 형성되어 있는 시골마을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었으며, 산자락에 묻혀 있는 시골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작자의 태평성세에 대한 느낌을 배가시켜주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고려 후기 어지러운 전쟁 속에서 전쟁이 종식되어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는 작자의 심경이 잘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