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96면. 1949년 도시문화사에서 간행하였다. 김경린·임호권(林虎權)·박인환(朴寅煥)·김수영(金洙暎)·양병식(梁秉植) 등 5인의 시 20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은 “바야흐로 전환하는 역사의 움직임을 모더니즘을 통해 사고해보자”(임호권, 서문)는 취지로 이 동인시집을 간행하였다.
김경린편에는 ‘매혹의 연대’라는 소제목 하에 「파장처럼」·「무거운 지축을」·「나부끼는 계절」·「선회하는 가을」·「빛나는 광선이 올 것을」 등 다섯 편, 임호권편에는 ‘잡초원’이라는 소제목 하에 「생명의 노래」·「생활」·「등잔」·「검은 비애」·「시내」 등 다섯 편이 실려 있다.
박인환편에는 ‘장미의 온도’라는 소제목 하에 「열차」·「지하실」·「인천항」·「남풍」·「인도네시아인민에게 주는 시」 등 다섯 편, 김수영편에는 ‘명백한 노래’라는 소제목 하에 「아메리카타임지」·「공자(孔子)의 생활난」 등 두 편과 양병식의 번역시 「결코 실재하지 않지만」(SPENDER, S.)·「우인(友人)피카소에게」(ELUARD, P.)·「나는 자기를」(POUND, E.) 등 세 편으로 짜여 있다.
이 시집의 성격은 김경린·박인환·김수영의 시에서 잘 드러난다. 김경린의 시는 ‘전쟁·속도·지축·시간·음향·언론·유행·시민·지구·광선·층계·국제열차·폭음’ 등의 시어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 문명의 명암을 주로 묘사하면서 ‘낡아빠진 전통’( 「파장처럼」)에 대한 항거를 보여준다.
박인환도 ‘열차·지하실·인천항·인도네시아인민’ 등의 제재와 소재를 통해 도시 문명과 세계시민에 대한 지향성을 주지적 감각으로 노래한다. 김수영은 ‘아메리카타임지·공자의 생활난’ 등 당대로서는 이색적이라 할 현실적인 제재와 이국적인 감수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화한다.
이들 동인들의 작업은 당대 시단의 주류이자 중심 기류이던 ‘청록파’의 전원탐구나 ‘생명파’의 생명탐구에 대한 하나의 반동이자 저항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광복 후 최초로 모더니즘을 표방한 동인지로서, 이 시집은 다시 6·25전란기에 ‘후반기’ 동인을 태동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50년대 이후 모더니즘의 선구자로서 문학사적 의미가 놓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