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48면. 작자의 제2시조집으로, 1968년 중앙출판공사에서 간행하였다. 이 시집이 특이한 것은 시인의 오빠인 이호우(李鎬雨)와 함께 펴낸 오누이 시조집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의 한 권이라는 점이다. 즉, 이 시집은 『석류』라는 독립된 표제와 내용을 지니고 있지만, 이호우의 작품과 함께 쌍을 이루면서 합본 시집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색다르다.(이호우 시조집의 제명은 ‘휴화산(休火山)’이다.)
제1시조집 『청저집(靑苧集)』에 실었던 작품 일부를 재수록하고 그 이후의 신작들을 합쳐 펴낸 것이다. 시집 구성은 지은이의 근영(近影)·차례·본시·후기의 순서로 짜여 있다. 체제는 네 묶음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 각각은 ‘아지랑이’·‘보리고개’·‘단란(團欒)’·‘백록담’ 등과 같은 소제목 아래 모두 90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지랑이’에는 「봄·1」 등 모두 21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대체로 자연을 소재로 하여 삶의 정감을 형상화하고 있다. “어루만지듯/당신/숨결/이마에 다사하면/내 사랑은 아지랑이/春三月(춘삼월) 아지랑이/장다리/노오란 텃밭에/나비/나비/나비/나비”(「아지랑이」)와 같이 형태적으로 행갈이를 자주 하고 파격을 이룸으로써 형태적인 신선감을 주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보리고개’에는 「보리고개」 등 22편이 실려 있는데, 대체로 삶의 고달픔을 노래하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사흘 안 끓여도/솥이 하마 녹슬었나/보리 누름 철은/해도 어이 이리 긴고/감꽃만/줍던 아이가/몰래 솥을 열어 보네”(「보리고개」)에서 보듯이 삶의 근심 걱정이 서정적으로 잘 형상화되어 있다.
‘단란’에는 모두 27편이 실려 있는데, 대체로 일상적인 가족 관계 등을 중심으로 한 삶의 애환을 노래하고 있다. 끝으로 ‘백록담’에는 「한라산의 뇌임」·「피아골」 등 20편이 실려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기행시적인 성격을 지닌다.
시조집 『석류』는 고유의 민족정서와 생활 감각을 섬세한 언어로 형상화하는 현대시조의 한 시범을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또한 “다스려도 다스려도/못 여밀 가슴 속을/알 알 익은 孤獨(고독)/기어이 터지는 秋晴(추청)”(「석류」)처럼 내용과 형식을 밀도 있게 결합하여 시조의 현대화에 기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