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택은 호가 보운(步雲)으로, 1903년 2월 6일 출생하여 1939년 5월 13일 사망하였다. 함경남도 이원에서 출생하여 보성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였다. 1926년 고향 이원에서 문학 동우회 '성우회(星友會)'를 조직하고 동인지를 발간하였다. 1927년 종합예술회를 조직하여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다. 1929년 조선프로예술동맹지부를 이원에 설립하려 했으나 중앙총회의 승인을 받지 못해 해산하였다. 1930년 9월 2일부터 9월 16일까지 소년소설 「동무들」을 『동아일보』에 연재하며 등단했고, 같은 해 서울로 이사하였다. 한인택은 주1 작가이자 동반자작가로 분류된다.
『선풍시대』는 『조선일보』에 연재할 때는 총 21장이었으나, 단행본에는 내용 변동 없이 ‘주검’이라는 장이 추가되어 총 2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 평양, 함흥, 개성, 동경을 배경으로 사랑과 음모, 살인, 자살, 동맹 파업, 체포, 가출, 귀가, 방화, 행방불명 등의 사건이 펼쳐진다.
일본 미술학교를 졸업한 철하와 일본 여자사범학교를 졸업한 명순은 사랑하는 사이다. 조선에 돌아와서도 그들은 경제적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배영학원의 교장이자 청년 사업가 변원식은 명예욕과 이해타산에 밝은 호색한으로, 똑똑하고 아름다운 명순을 아내로 삼고자 애쓴다.
철하의 여동생 복섬이는 변원식의 아버지가 사장으로 있는 호일고무공장에 취업했다가 그에게 농락당해 임신한 채 독약을 먹고 자살한다. 호일고무공장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이었다. 철하는 사람의 목숨을 희롱하는 돈과 썩어가는 사회에 복수를 결심한다. 철하는 유학생 동기 강수길과 함께 주2을 숨긴 채 공장에 취업하고, 동맹 파업을 주도한다. 철하와 수길은 파업을 선동하였다는 이유로 징역을 선고받는다.
철하가 수감되자 명순의 어머니는 변원식과 결혼을 하라고 종용한다. 이를 따를 수 없는 명순은 가출 후 거리를 거닐다가 친구 연순이네 집에 머물게 된다. 명순의 여학교 동기 연순은 함흥의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로서, 철하를 연모한다. 연순은 명순만 없다면 자신이 철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계략을 꾸민다. 연순의 사촌 오빠 창선은 명순에게 약을 먹여 강간하고 종적을 감춘다. 명순은 정조를 잃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 하지만 차마 죽지 못한다. 명순의 유일한 의지처였던 홀어머니까지 세상을 뜨고, 명순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명순은 죽음을 결심하고 한강 다리에 오르지만 동창생 월춘을 만나 마음을 바꾼다. 월춘은 남자를 위해 정조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정조의 노예’에서 벗어날 것을 설득한다. 수원으로 떠난 명순은 은거하며 아들을 출산했고, 여인숙 행랑어멈에게 아이를 맡기고 경성으로 떠나 변원식과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장에서 변원식은 ST라는 가명을 쓴 괴한에게 칼로 습격을 당한다. 그것은 이미 두 번째 습격으로, 명순이와 변원식이 언성 높여 싸우던 밤 첫 번째 폭행이 있었다. ST는 명순에게 목숨을 내어놓고 그녀를 돕겠다는 쪽지를 남긴다. 변원식은 인천 월미도에 근대식 별장을 짓고 주3에 문화주택을 건축하는 등 명순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명순이는 결혼 생활이 즐겁지 않고 괴롭다. 얼마 뒤 철하는 감옥에서 출소하는데, 명순이 변원식과 결혼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원망한다. 감옥을 나온 철하는 노동 시장을 돌아다니며 노동을 하고, 밤에는 노동 주4에서 사상 강의를 한다. 그러나 감옥에서 얻은 폐결핵이 악화되어 각혈까지 하게 되자 연순의 청을 받아들여 여관에서 병 치료 간호를 받는다.
월미도 별장에 머물던 명순은 바닷가를 걷는 철하를 발견하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용서해달라고 말하는 명순에게 철하는 침을 뱉고 냉대한다. 이후 철하의 폐결핵은 점점 악화된다. 연순의 극진한 간호에도 철하는 자신이 황금의 희롱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며, 황금과 명예를 따라간 명순과 변원식에게 복수할 것을 결심한다. 한편 철하에게 교양된 연순은 의식 변동을 겪고, 허영심과 자존심을 버린 채 계급 전선에 나선다. 철하가 발행하는 월간 잡지 『철근』의 인쇄비가 부족해지자 연순은 거금을 내놓는다.
어느 날 철하는 타락한 카페 여급이 된 명순을 만나게 된다. 명순은 일본 옷을 입고 이상한 화장을 한 채 술 냄새를 풍기며 지난날의 이야기를 전한다. 철하는 명순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황금의 저주’를 받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한편 변원식 일가의 호일고무공장은 ST의 방화로 전소되고, 그의 아버지도 ST의 칼에 찔려 생명이 위독해진다. 실종된 명순을 찾던 변원식은 몰래 철하의 뒤를 밟아 여급이 된 명순을 찾아낸다. 변원식이 명순을 인육 시장에 팔아넘기려고 하자, 철하는 그와 몸싸움을 벌인다. 카페를 나서자마자 변원식은 괴한에게 피습당하여 사망한다. 철하는 용의자로 지목되어 잡혀간다.
그날 밤 어둠 속에서 명순을 찾아온 남성은 자신이 변원식과 그의 아버지를 습격한 ST임을 고백한다. ST는 자신의 집안을 몰락하게 한 원수가 변원식 일가라며 복수의 배경을 밝힌다. 그런데 ST는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창선이었다. 창선은 명순에게 용서를 빌며 죽음으로 죄를 갚겠다고 말한다. 명순은 자수를 하여 철하의 누명을 벗겨줄 것을 요청하고, 창선은 이에 응한다. 명순은 창선을 용서한다.
살인 혐의를 벗었지만 철하의 폐결핵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 그를 간호하던 명순은 삶을 포기하고 독약을 마신다. 명순은 철하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치료비를 내지 못해 폐병 주5에서 쫓겨난 철하는 이태원에 묻힌 명순의 무덤가에 선다. 하얗게 눈이 덮인 무덤 위로 철하의 입에서 흐른 피가 붉게 물든다.
『선풍시대』의 등장인물들은 일본 유학파, 교사, 교장 등 대부분 고등 주8을 받았지만 지식인으로서의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한다. 경희, 명순, 월춘 등 여성 인물들은 모두 여학교 교육을 받았지만 여성의 정조에 대해 각기 다른 인식을 보인다. 경희는 몸을 허락한 남성과 반드시 결혼하겠다는 생각에 집착하다 파멸을 맞고, 명순은 성폭력을 당한 이후 불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한다. 반면 월춘은 정조 관념에 반기를 들고 체제를 비판하며 성적 주체로서 자유와 연애를 추구하는 면모를 보인다.
『선풍시대』는 『조선일보』 현상 소설 공모 당선작 발표 당시 “문단의 대수확 신진작가의 역작”이라고 평가받았다. 꿈과 낭만에 흥분하여 있던 당시 젊은 독자들을 매혹하게 한 소설, 주6의 창궐을 고발하여 여성들을 해방시키고자 한 진취적 사상을 고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풍시대』는 주7라는 강력한 계몽의 이데올로기 영향 아래 창작된 작품이지만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지향성의 통속소설’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인물들의 애정 문제는 그들 각각의 결점 때문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탄압과 자본주의의 병폐 등 당대 사회 현실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