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 ()

현대문학
작품
1941년 2월, 『문장』 제24호에 발표된 곽하신(郭夏信)의 단편소설.
작품/문학
창작 연도
1941
발표 연도
1941
작가
곽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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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신작로」는 1941년 2월 『문장』 제24호에 발표된 곽하신의 단편소설이다. 1955년 희망출판사에서 발간된 소설집 『신작로』에 표제작으로 실렸다. 농촌에 사는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연애 감정과 이별을 통해 근대 문물과 이동성에 대한 동경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비애를 드러내고 있다.

키워드
정의
1941년 2월, 『문장』 제24호에 발표된 곽하신(郭夏信)의 단편소설.
저자

곽하신(郭夏信)은 1920년 경기도 연천 출생이다.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3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실락원」이 당선되었고, 1939년 『문장』「마냥모」, 「사공」이 추천되면서 등단하였다.

구성 및 형식

「신작로」는 농촌 마을에서 느리게 소를 모는 소년의 모습에서 시작하여 곧게 뻗은 신작로를 무서운 속도로 요란하게 달리는 버스에 소년이 몸을 싣은 장면에서 끝난다. 농촌 공동체와 도시(서울)의 대비는 이 소설의 구성적 특징이다. 돌쇠에게 서울은 으리으리하고 ‘하이카라 서방님들’이 있는 위계화된 공간으로서 자신의 삶의 공간인 농촌 공동체와는 대비된다. 서울에서 온 정이 오빠는 ‘양식 구두’를 신은 신문물의 대리자이지만, 돌쇠는 고무신을 신고 다닌다. 돌쇠는 개울물을 건넌 자신의 고무신에서 찔걱대는 소리가 정이 오빠 구두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이네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수단은 트럭, 버스, 기차 등으로 상징되는 근대 문물들로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다. 돌쇠는 버스와 구두 등 근대 문물에 대해 은근한 매혹을 느끼지만, 그것들은 돌쇠와 정이를 헤어지게 하는 기제들이기도 하다.

내용

돌쇠는 농촌 마을에서 품을 팔며 사는 17살 소년이다. 그는 매일 저녁 얼룩소를 끌고 들어가는 길에 정이가 대문 중방 기둥에 기대어 서 있는 것을 본다. 돌쇠는 다른 길로 갈 것도 일부러 정이집 문앞으로 돌아갈 정도로 정이를 좋아하지만 겉으로는 틱틱거린다. 어느 날 정이는 엄마 몰래 가져온 떡을 건네며, 자신의 가족들이 내일 서울로 이사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돌쇠는 가지 말라는 진심 대신, 서울 가면 좋겠다며 마음에 없는 말만 뱉는다. 돌쇠를 흘겨보던 정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맺힌다.

돌쇠는 정이 오빠를 만나 이삿짐 옮기는 것을 돕겠다고 약속한다. 원래 다른 집 일을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돌쇠는 정이네 세간살이를 정리하는 척하며 정이의 사진 한 장을 몰래 품 속에 넣는다. 정이는 이삿짐을 꾸리는 돌쇠 곁을 자꾸 맴돈다. 이삿짐을 모두 꾸리자 정이네 가족은 단장을 하고 이사 행렬을 따른다. 정이는 하얀신, 하얀 버선에 옥색 치마, 갑사 적삼을 곱게 입고 양산을 썼다. 그 모습을 본 돌쇠는 가난한 자신은 어울릴 처지도 못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인다.

돌쇠는 무거운 뒤주를 지고 소까지 몰며 이삿짐을 나른다. 동네 사람들은 농사를 짓다가도 나와서 고향을 떠나는 정이네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이사 행렬까지 따라오며 이야기를 나누는 통에 산이 울릴 정도로 소란스럽다. 이사 행렬을 따르던 정이는 버선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혼자 서서 돌쇠가 오기를 기다린다. 이삿짐을 멘 돌쇠가 지나가자 정이는 귓속말을 속삭이고 달음질친다. 깜짝 놀란 돌쇠는 ‘편지’라는 소리만 분명히 알아듣는다. "내 편지해줄게!"라는 소리 같기도 하고 "내 편지 기다릴게!"라는 소리 같기도 하다.

벌판에 선 큰 트럭 두 대에 어마어마한 부피의 이삿짐이 가득 실리고 정이 오빠는 운전수 옆에 탄다. 정이 오빠는 남은 가족들에게 기차표와 버스표를 주며 시간을 잘 지켜 서울로 오라고 당부한다. 이삿짐을 나른 돌쇠에게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5원이라는 큰 돈을 건넨다. 정이 오빠와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떠나고 마을 사람들은 손수건을 흔들며 인사한다. 정이는 트럭에서 나오는 매연을 얼굴에 맞으면서도 돌쇠가 자신을 보지 못하도록 양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바쁜 농사철이라 한산한 버스 대합실에서 돌쇠는 정이네 가족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려준다. 출발 시간 10분 전이 되자 커다란 버스가 오고, 정이네 가족들은 한 칸씩 자리를 잡고 앉는다. 버스에 탄 정이가 눈물을 가득 글썽거리며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돌쇠는 그대로 대합실 안으로 뛰쳐 들어와 버린다. 그러다 더는 참지 못하고 조금 전 받은 품삯으로 버스표를 끊는다. 어딜 가냐는 질문에 문삼포 고모집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버스에 오른 돌쇠가 자리에 앉자마자 버스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신작로를 달린다. 버스가 달리는 대로 곧게 뻗은 신작로는 앞으로도 뒤로도 길었다.

의의 및 평가

「신작로」는 소년 화자를 매개로 하여 근대 문물과 이동성에 대한 동경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동시에 ‘애악삼스럽게’, ‘풀썩 냈다’, ‘팥을 탄다’와 같은 토속어와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농촌 마을의 생활상을 묘사함으로써 향토적인 로컬의 세계상을 핍진하게 구현하고 있다. 앞과 뒤로 길게 뻗은 신작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버스를 통해 근대화의 매혹과 공포,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비애를 뚜렷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일제 말기 문학의 한 흐름인 반근대의 미의식을 구현하였다고 평가된다.

「신작로」는 근대와 향토의 대비뿐만 아니라 세간살이와 복장의 묘사를 통해 돌쇠와 정이의 경제적 차이를 우회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근대적 삶의 변모를 맞이하는 계급 · 계층 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참고문헌

논문

김양선, 「곽하신 소설의 세 좌표」 (『대중서사연구』 26-3, 대중서사학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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