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 ()

현대문학
작품
20세기 초, 구연학(具然學)이 집필한 번안소설(飜案小說).
작품/문학
발표 연도
1908
간행 연도
1908
작가
구연학(具然學)
원작자
스에히로 텟초(末広鉄腸)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설중매」는 20세기 초 구연학(具然學)이 집필한 번안소설(飜案小說)이다. 스에히로 텟초[末広鉄腸]가 1886년에 발표한 동명의 원작소설을 대본(臺本)으로 삼아 번안하여 1908년 5월 회동서관에서 발간하였다. 이인직의 「은세계」, 이해조의 「자유종」과 함께 개화기의 3대 정치소설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소설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서사보다는 남녀 주인공의 결연 서사의 비중이 더 크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정의
20세기 초, 구연학(具然學)이 집필한 번안소설(飜案小說).
저자

「설중매」의 전기적 사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대한제국관원이력서에 따르면 저자 주8(具然學)은 1874년생으로 1904년 3월부터 1905년 11월까지 근대 초기의 외국어 교육 기관인 중교의숙에서 수학하였다. 1907년 7월부터 9월까지 군부 번역관보로 재직한 기록이 있고, 1908년 2월 다시 내각 주사로 임명되었다. 같은 해 5월 「설중매」가 발간된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의 번안 작업은 그가 주7로 일하다가 퇴직한 1907년 9월부터 내각 주사로 복직한 1908년 2월 사이의 약 5개월 동안의 실직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구성 및 형식

원작 「설중매」는 상편 7회, 하편 8회 포함 총 15회로 된 장회 주1이며, 구연학이 번안한 「설중매」는 상하편의 구분 없이 15회로 나뉘어 있다. 원작에서는 매회 그 내용을 요약한 한문 제목이 붙어 있었는데, 구연학의 「설중매」는 한문 제목이 달려 있지 않다.

내용

아름답고 총명한 여성인 장매선은 일찍이 부모의 뜻에 따라 심씨 성을 가진 소년과 정혼한 적이 있으나, 부모를 병으로 여의고 난 후 정혼자의 소식은 알 길이 없는 외로운 처지가 된다. 홀로 남은 매선은 부친의 의형제인 숙부 권 참서에게 재산 관리를 맡기고 자신이 가진 정혼자의 사진을 단서로 그의 행방을 찾는 한편 여학교에 다니며 신학문을 익히는 데 힘쓴다.

한편 사회와 국가를 개혁하는 일에 뜻을 품은 총명한 청년 이태순은 시국 강연회에서 연사로서 연설하기도 하고 협회를 조직하는 일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사회적 활동을 하며 자신의 뜻을 펴 나간다. 어느 날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실수로 적었다가 지운 ‘다이너마이트’라는 글자 때문에 경찰로부터 대정부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 구금되었다가 풀려난다. 감옥에서의 주3로 인해 요양차 산속 절에 간 그는 한 젊은 여성을 만나는데, 그녀가 학문에 힘쓰는 것을 보고 탄복하여 관심을 가진다. 그는 여성 쪽에서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 글귀를 교환하지만, 그녀의 답신이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한 채 헤어진다. 그 후에도 태순은 여러 경로를 통해 그 여성의 소문을 듣지만 모두 그녀의 행실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것뿐이어서 실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여성에게서 만남을 청하는 편지가 온다. 망설이던 태순은 그녀의 집을 찾아갔는데 그 여성은 바로 매선이었다. 매선은 강연회의 연사였던 태순을 보았을 때부터 그 용모가 자신이 지니고 있던 사진과 흡사함을 보고 정혼자를 찾았다고 여겼으나, 태순의 성이 이씨라 하여 의아해하던 중 숙부 권 참서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부친의 유서를 위조하고 매선을 다른 데로 시집 보내려 하므로 용기를 내어 태순을 직접 만난 것이었다. 태순은 자신이 과거에 집을 나와 심씨 성으로 위장하고 다녔으며 그때 장씨 집안과 혼담이 왔던 사실을 기억해낸다. 이로써 서로 정혼자임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정식으로 통혼하고 행복하게 가약을 맺는다.

특징

스에히로 텟초[末広鉄腸]의 「설중매」는 일본의 자유 민권 주4이 결실을 맺은 미래를 가상하여 서기 2040년의 시점에서 1884년경의 일본 사회를 회고하여 그리는 방법으로 구상한 데 비하여, 구연학의 「설중매」는 갑오개혁독립협회의 활동이 전개되던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구연학의 「설중매」는 등장인물도 청년 정객의 대부분을 독립협회(獨立協會)의 회원으로 하고, 무대도 일본의 하코네[箱根] 온천 복주루(福住樓) 대신에 백운대(白雲臺)와 북한사(北漢寺)로 대치되고 있다.

의의 및 평가

이 작품은 정치 주5이라는 표제어를 달고 있지만, 이는 원작의 표제를 그대로 옮겨온 결과일 뿐 실제적인 의미에서 정치 소설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주6에서는 정치 소설의 핵심이 되는 정치적 활동이 서사의 주된 요소로서 제시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후반부로 가면 남녀 주인공의 주2 과정이 서사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원작과 번안작은 모두 점진적인 정치 개량과 입헌 정치의 실현을 주창하고 있지만 구연학의 「설중매」는 정치적 실행이 없는 정치 서사에 그치고 있으며, 정치 조직이나 행위가 없는 근대 정치의 언설만이 역설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두 작품은 남녀 주인공의 연애를 그리는 부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원작에서는 여주인공이 더 이상 예전의 약혼자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결심에 따라 현재의 남주인공과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데 반해, 번안작에서 여주인공은 항상 정혼자인 남주인공의 사진을 품고 다니며 죽을 때까지 절개를 지킬 것을 다짐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원작에서 여주인공 하루는 정치 감각이 있는 여성이자 남주인공인 쿠니노의 정치적 동반자로서 기능하고 있지만, 번안작에서 여주인공인 장매선은 그저 남주인공 이태순의 보호의 대상으로 그려질 뿐이다.

요컨대 1886년에 출간된 원작과 거의 20년이라는 시간의 격차를 두고 번안된 「설중매」는 시간적인 차이와 함께 조선이라는 특수한 공간적인 차이로 인해 원작과 상당히 다르게 번안되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구연학, 「설중매」 (회동서관, 1908)

단행본

이두현, 『한국연극사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66)

논문

노연숙, 「일본 정치소설의 수용과 한국 신소설의 다층화-구연학의 「설중매」와 스에히로 텟초의 「雪中梅」를 중심으로」 (『인문논총』 59,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2008)
전광용, 「신소설연구-설중매」 (『사상계』, 사상계사, 1955)
최원식, 「「설중매」연구」 (『한국학연구』 3,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1991)
주석
주1

내용이 긴 이야기를 여러 회로 나누어 서술한 소설. <수호전>, <삼국지연의>, <서유기>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주2

인연을 맺음. 또는 그런 관계. 우리말샘

주3

어려운 일을 당하여 몹시 애씀. 또는 그런 고생. 우리말샘

주4

일본에서 1870년대 후반부터 1880년대에 걸쳐 메이지 정권에 맞서 국회 개설과 민주적 제도를 요구한 정치 운동. 우리말샘

주5

정치적 사건이나 문제를 제재로 다룬 소설. 우리말샘

주6

원작의 내용이나 줄거리는 그대로 두고 풍속, 인명, 지명 따위를 시대나 풍토에 맞게 바꾸어 고쳐 쓴 작품. 우리말샘

주7

구한말에, 외무아문 따위에서 번역이나 통역을 맡아보던 판임관(判任官). 우리말샘

주8

조선 말기의 신소설 작가(?~?). 1908년 일본 개화기의 정치 소설인 <설중매>를 당시 한국의 현실에 맞게 번안하여 개화기 소설에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말샘

관련 미디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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