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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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정보
현대문학
작품
20세기 초, 이인직(李人稙)이 지은 신소설.
작품/문학
발표 연도
1907~1908년
간행 연도
1908년
작가
이인직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은세계」는 20세기 초에 이인직(李人稙)이 지은 신소설이다. 1908년 이인직이 단행본으로 발간하였으며, 자신이 직접 연극으로 각색하여 공연하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부패한 봉건 관료의 학정에 저항하다가 모진 고문 끝에 죽음을 맞은 최병도의 비극을 통해 ‘봉건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이라는 정치적 주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최병도의 자녀인 옥순 · 옥남 남매의 서사를 다루고 있는 후반부에서는 당대의 정치 현실에 대한 친일적인 인식과 태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정의
20세기 초, 이인직(李人稙)이 지은 신소설.
개설

「은세계」는 이인직의 소설 중 ‘봉건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이라는 정치적 주제의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1908년 11월 20일 동문사(同文社)에서 단행본 초판이 간행되었는데, 이보다 앞선 1908년 6월에 완성된 필사본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은세계」 역시 그의 다른 모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단행본 발간 이전에 신문 지면을 통해 연재되었던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는 상권만이 전하며, 하권의 유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표지에 ‘신연극’이라고 적혀 있듯이 이 작품은 단행본 발간 직후인 1908년 11월 작가 자신에 의해 연극으로 각색되어 원각사(圓覺社) 무대에서 공연되었으며, 1914년 2월 17일에 신파극단인 혁신단(革新團)에 의해 다시 상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내용

「은세계」는 전반부에서는 부패한 봉건 관료의 학정에 저항하다가 모진 고문 끝에 죽음을 맞은 최병도의 비극을 그리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그 자녀인 최옥순 · 최옥남 남매가 겪은 수난을 그리고 있다.

강원도 강릉 경금마을의 주1인 최병도는 젊은 시절 경성에 올라와 김옥균을 만난 후 그의 사상에 감복해 국가의 개혁에 대한 열망을 품는다. 그러나 갑신정변으로 인해 김옥균이 망명하자 최병도는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일조하려면 먼저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근면 성실한 노동과 근검절약을 실천함으로써 강릉 일대의 부호로 성장한다.

최병도의 재산을 탈취하려는 부도덕한 탐관오리인 강원(현, 강원특별자치도) 감사 정씨는 포졸들을 보내 최병도를 잡아들이는데, 이때 최병도의 친구 김정수가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여 포졸들을 죽이고 최병도를 구출하려 하나 최병도는 이를 만류하고 원주 감영으로 스스로 잡혀들어간다. 정감사는 ‘불효’와 ‘형제간 불화’라는 죄목으로 최병도를 겁박하지만, 최병도는 조실부모하고 독자(獨子)로 성장한 자신에게 그런 죄목이 적용될 수 없음을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분노한 정 감사는 관정발악(官庭發惡)이라는 새로운 죄목을 씌우고 모진 고문을 가한 후, 감옥에 가두고 회유와 협박을 통해 재산을 빼앗으려고 하지만 최병도는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항거하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결국 사망하고 만다.

남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최병도의 부인은 주2 옥남을 출산한 후 광증(狂症)이 생겨 실성해 버리고, 최병도의 딸 옥순이 어머니를 간호한다. 최병도의 유언에 따라 최씨 가문의 재산 관리인이자 옥순 · 옥남 남매의 후견인 역할을 맡게 된 김정수는 옥남의 나이 7살이 되자 옥순 · 옥남 남매를 데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러나 미국 유학 도중 김정수가 자기 아들에게 최씨 가문의 재산 관리를 맡긴 일이 잘못되어 파산하게 된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먼저 조선으로 돌아간 김정수는 낙담하여 술만 마시다가 죽어버린다. 후견인을 잃은 옥순 · 옥남 남매는 자살을 시도하나 미수에 그치고, 이들의 사연을 신문 기사를 통해 접한 한 미국인 독지가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된다.

1907년 여름 대한제국순종 황제 즉위 기사를 접한 옥순 · 옥남 남매는 정치개혁에 자신들의 힘을 보탤 때라고 생각하여 귀국을 결심하고, 먼저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만나는데 두 자녀를 상봉한 순간 최병도의 부인은 온전한 정신을 회복하게

선친주3주4을 위해 불공을 드리러 가자는 어머니의 제안에 따라 찾아간 절에서 옥순 · 옥남 남매는 의병과 맞닥뜨리게 되고, 의병들이 옥순 · 옥남 남매의 외양을 보고 정체를 의심하여 총을 겨누면서 심문하자 ‘새 황제의 개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정부의 명을 어기고 의병을 거병하는 것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다가 이들에게 잡혀가는 장면에서 소설은 끝난다.

의의와 평가

「은세계」는 최병도라는 불굴의 저항 의식을 지닌 강인한 성격의 주인공과 극도로 부패하고 잔혹한 당시 봉건 관료의 형상을 명징하게 대비시킴으로써 ‘봉건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이라는 정치적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신소설의 주제 면에서 가장 우위에 놓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전반부에 제시된 봉건 사회에 대한 비판과는 달리 후반부에서는 당대의 정치 현실에 대한 친일적인 인식과 태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고종이 일제의 침략을 고발하기 위해 감행한 헤이그 밀사 파견 사건으로 촉발되었고, 일본과 친일 내각의 주도하에 사실상 강제로 순종에게 양위가 이루어진 사건에 대해 ‘대개혁’이라고 명명한다거나 고종의 강제 퇴위에 맞서 일어난 의병에게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질타하는 장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전반부의 주제의식과 대조를 보이는 후반부로 인해 이 작품은 ‘저항과 순응이라는 당시 상반된 현실 인식의 동시적 투영’이라거나 ‘전반 · 후반이 서로 다른 소설’이라고 보는 견해 등 다양한 시각에서의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참고문헌

원전

이인직, 「은세계」 (동문사, 1908)

단행본

강현조, 『이인직 소설의 텍스트와 작품 세계』 (박이정, 2014)
김열규, 신동욱 편, 『신문학(新文學)과 시대의식』 (새문사, 1981)
송하춘, 『한국근대 소설사전』 (고려대학교 출판부, 2015)
전광용, 『신소설연구』 (새문사, 1986)

논문

박장례, 「〈은세계〉의 원전비평적 연구-필사본 신자료를 중심으로-」 (『藏書閣』 7, 한국정신문화연구원, 2002)
성현경, 「이인직소설(李人稙小說)의 재평가(再評價)」 (『동양문화』 16, 영남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1975)
이상경, 「〈은세계〉재론-이인직 연구(1)-」 (『민족문학사연구』 5, 민족문학사연구소, 1994)
최원식, 「은세계연구(銀世界硏究)」 (『창작과비평』 48, 창작과비평사, 1978)
주석
주1

시골에 내려가 살면서 여러 대 동안 벼슬을 못하던 양반. 우리말샘

주2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여읜 자식. 우리말샘

주3

남에게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 우리말샘

주4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어 고이 잠들게 함.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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