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1월부터 11월까지 잡지 『우리의 가정』(2호~12호)에 연재되었으며, 단행본의 발간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연애와 결혼을 추구하는 남녀 주인공의 결합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정경자는 부평 토반(土班)의 딸로 태어나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어렵게 자라났다. 그녀는 여자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의지를 받들어, 인천에서 학교를 다닌 끝에 여자고등과를 우등으로 졸업한다. 경자의 사연은 신문에도 기사로 실리게 된다.
한편 황대성은 고등과 졸업 후 법률전문학교에 입학하여 법률 대가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이다. 그는 문벌이 좋은 처녀와 혼인하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물리치고, 신학문을 배워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여성과 결혼하기를 희망한다.
어느 날 대성은 공원에서 신문을 보다가,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다는 여학생의 기사와 여학생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는 그 여학생, 즉 경자를 자신의 배우자로 삼고 싶다는 생각에 그 기사와 사진을 오려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여학생을 찾으려 하는데, 마침 자신의 유모가 경자의 이모라는 사실을 알고 유모에게 통혼(通婚)을 부탁한다.
대성은 신분의 차이로 인해 경자와의 결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래서 자신의 어머니가 미신을 신봉하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어머니가 경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도록 일을 꾸민다. 그리고 계획대로 경자와 혼인하게 된다.
혼인 이후 두 사람의 혼인 생활은 행복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아버지 황참서가 며느리에게 욕정을 품고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황참서는 아들을 며느리와 떼어 낼 생각으로, 대성을 일본으로 강제로 유학 보낸다. 그리고 경자에게 망측한 짓을 하려고 하다가, 하인인 경천에게 발각되어 아무 일 없이 끝나게 된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경자를 친정으로 쫓아낸다.
남편과도 연락이 닿지 않은 상황에서 실의에 빠진 경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할 생각에 바다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마침 그곳을 지나던 배에 의해 발견되어 구조되고, 그 배에 타고 있던 하인 경천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한편 메이지대학〔明治大學〕 예과를 졸업한 대성은 어머니로부터 경자가 하인과 불륜을 저지르다 발각되어 죽었다는 거짓 편지를 받고, 홧김에 공부를 작파하고 세계일주여행을 떠난다. 그는 여행 중에 들른 워싱턴에서 미국 문명의 성대함에 감동을 받아, 조국의 불쌍하고 병든 동포를 구하기 위해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워싱턴대학교 의과에 입학하여 공부에 매진한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반에 유행한 과도기적 양식인 신소설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 준다. 동시에 최찬식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 중의 하나인 대중적 요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즉,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많이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며느리에 대한 시아버지의 욕정을 작품의 중요한 갈등 구조로 설정한 것은 당대의 작품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소설적 흥미에 대한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이 부모의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신붓감의 적합성을 조작하는 계략을 짠다든가, 근대 교육의 세례를 받은 여자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낙담하여 자살을 시도한다는 등의 설정은 이 작품이 표방하고 있는 자유의지 · 자유연애 등과 같은 근대적 주제의식과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이 작품의 한계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