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00.4㎝, 가로 49.6 cm. 일본 나라시[奈良市]야마토분카간[大和文華館] 소장.
고려시대의 불화로 관음의 자세·복식 등이 보편적인 고려 관음도의 도상과는 다른 독특한 불화이다. 관음은 연화좌 모양의 편평한 바위 위에서 반가좌로 앉아 있는데 측면이 아닌 정면관(正面觀: 앞에서 바라본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왼팔을 바위에 기대지 않고 손바닥으로 바위를 짚은 자세이다.
상반신은 몇 가닥의 붉은 천으로 한쪽 어깨와 배를 휘감았을 뿐 나신에 가깝다. 또한 왼쪽 어깨와 팔 위에 여러 가닥의 보발(寶髮)이 흘러 내려온 점도 특이하다. 이와 같은 자태의 관음상은 다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이다.
대부분의 고려 수월관음도에서는 우향(右向)한 관음의 시선이 향하는 오른쪽(向左) 아래 구석에 선재동자(善財童子: 求道의 보살 이름)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반대로 선재동자의 위치가 관음의 약간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 관음은 상체를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인 채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이 시선과 비스듬한 상체를 잇는 선의 연장선 위에, 선재동자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귀여운 어린아이 같은 순진무구한 모습의 선재동자는 물결 위에 떠 있는 연판(蓮瓣) 위에 타고 있는 독특한 도상이다. 관음의 얼굴과 신체는 경전에서 언급한 건장한 용맹장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단아하고 자애로운 얼굴이다. 그리고 어깨에 비해 잘록한 허리 등 날씬하고 부드러운 자태의 여성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관음의 오른쪽 뒤 바위 위에 버들가지를 꽂은 정병이 놓여 있고, 아래로 내린 왼발은 연화대좌가 받치고 있다. 대좌 아래에 붉은 산호와 갖가지 보주가 산재하여 있는 점 그리고 관음을 중심으로 커다란 거신광(擧身光: 부처나 보살의 온몸에서 나오는 빛)이 표현된 점 등은 통상 고려 수월관음도에 보여지는 도상이다. 이렇게 이 그림은 고려 수월관음도의 기본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점에서 독특한 변용을 보여 주고 있어 주목된다.
이 불화는 관음의 보관에서 편평하고 너른 바위 대좌의 양 끝을 잇는 안정감 있는 삼각형 구도와, 보관에서 선재동자를 잇는 사선 구도 등의 치밀한 구성과 온화한 관음의 얼굴·보관·영락 장식·천의 자락 그리고 율동적인 물결 표현 등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하고 유연한 묘사력 등 독특하고 우수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현존 고려 불화 중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