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에 의하여 영화의 시청각적인 묘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영화의 각 장면(scene)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등장인물과 대사·동작·배경·음향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기본적인 기능으로 한다.
시나리오라는 말은 영어의 scene이나 이탈리아어의 scena에서 유래한 것으로, 16세기 이탈리아의 즉흥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에서 주연자가 극의 줄거리와 배우의 소임, 각 장면의 기본적인 진행 등을 메모하여 공연 참고자료로 쓰게 되면서부터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시나리오라는 용어보다는 스크린플레이(screenplay) 또는 스크립트(script)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화사적 측면에서 보면, 1895년 프랑스에서 뤼미에르(Lumiere)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를 발명한 뒤 그것이 오늘날의 영화적 형태로 상품화되기까지의 초기과정에서는 시나리오 없이 풍경이나 인물의 간단한 동작을 실사(實寫)하였다.
그러나 영화가 논리적 구성의 스토리를 갖게 되고 편집의 개념에 따라 한 편의 영화가 여러 개의 장면들로 구분되어 촬영되기 시작하면서 영화를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로서 시나리오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초기의 시나리오는 오늘날의 형태에 비해서는 구성이나 내용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촬영용 메모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그것이 시나리오의 원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원시적 형태이긴 하지만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영화제작에 활용한 인물은 프랑스의 영화제작자 겸 감독인 멜리어스(Mellies,G.)로 꼽힌다.
그가 1900년에 만든 <신데렐라이야기>는 20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었으며, 1902년에 만든 <달세계여행>은 30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를 위하여 촬영메모를 미리 작성하고 그것에 따라 차례로 촬영, 편집하였다.
미국에서는 에드윈(Edwin,S.P.)이 만든 <미국 소방수의 생활>(1902년)이나 <대열차강도>(1903년) 등에서 초보적 형태의 시나리오가 사용되었다. 오늘날의 형태에 가까운 시나리오가 영화제작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피스(Griffith,D.W.)가 1914년에 <국가의 탄생>이라는 영화를 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그 이전까지 단편적 구경거리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던 영화의 형식과 구성을 오늘날의 극영화적인 형태로 발전시킨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성영화시대에는 영화에서 대사의 중요성이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각 장면을 대강 묘사하는 데 그쳤으나, 영화에 토키(talkie)가 도입된 이후에는 대사가 중요한 영화적 표현요소가 되었다. 그에 따라 시나리오는 대사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행동, 각 장면의 배경 등을 보다 자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영화제작에서 시나리오가 채택되는 것은 시나리오작가가 쓴 창작시나리오를 영화제작자가 선택하는 경우와 영화제작자가 특정한 소재를 영화화하기 위하여 시나리오작가에게 의뢰해서 시나리오를 만드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시나리오는 영화제작의 기본적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연극이나 오페라의 대본, 음악의 악보, 또는 건축에서의 설계도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는 내용 표현의 한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누가 만들든지 똑같은 형태의 결과가 나타나는 데 비하여, 시나리오는 영화의 기본적 요소로서의 기능을 가지면서 촬영이나 편집과정에서 표현의 형태가 얼마든지 다양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속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오늘날 시나리오라는 용어는 소설이나 시·희곡과 같은 문학적 장르로 보는 분류적 의미와 영화의 촬영대본을 가리키는 지칭적 의미로 함께 쓰이는데, 일반적으로 후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나 소설이 독자가 직접 읽는 것을 전제로 쓰여지는 데 비하여 시나리오는 관객이 읽는 경우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감독이나 제작자 등 영화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쓰여진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좋은 시나리오는 문학적 표현의 여부보다는 시각적 묘사가 얼마만큼 잘 되어 있으며 영화제작에 얼마나 적합한가에 따라 가늠된다.
미국 UCLA대학교의 영화과 교수였던 베런저(Beranger,C.)는 시나리오의 가치평가기준으로 스토리가 인생을 올바르고 진실하게 묘사하고 있는가, 그것은 관객의 반응을 얻을 수 있는가, 등장인물은 진실하게 묘사되었는가, 오락용으로 쓰인 것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지향하고 있는가, 대사나 액션이 자연스러운가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