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11월『현대문학』에 발표되었고, 1962년대한기독교서회(大韓基督敎書會)에서 간행된 박두진의 제5시집 『거미와 성좌(星座)』에 수록되었다. 13연, 각 연 10행 내외로 이루어진 총 136행의 시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향을 ‘시 공화국’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1·2·3연은 시인들의 영토, 즉 그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자연적 배경을 묘사하였다. “따사롭고 싱그러히/소리내어 사락사락 햇볕이 쏟아지고/능금들이 자꾸 익고……”(1연), “지줄대는 파도소리 파도로써 둘리운/먼 또는 가까운/알맞은 어디쯤의 시인들의 나라”(3연).
4·5·6·7연은 시인공화국의 구성원인 시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크다란 걸 마음하여 적은 것에 주저하고/이글이글/분화(噴火)처럼 끓으면서 호소(湖沼)처럼 잠잠한/……/비수(匕首)처럼 차면서도 꽃잎처럼 보드라운”(5연), “미(美)를 잡은 사제(司祭)면서 미의 구도자/사랑과 아름다움 자유와 평화와의/영원한 성취에의 타오르는 갈모자(渴慕者)”(6연).
8연에서는 그러한 시민들이 이룬 공화국의 모습을 “눈물과 외로움과 동경으로 길리워진/시인들의 나라는 따뜻하고 밝다.”라고 하였다. 9연부터는 시인들 나라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구문의 반복을 통해 그려낸다. “시인이자 원정(園丁), 시인이자 목축가, 시인이자 어부들이/고기잡고, 마소치고, 꽃도 심고, 길도 닦고”(9연).
11연·12연에서는 ‘∼이 없다’라는 구문을 반복하면서 추방하고 싶은 모든 악덕들을 나열한다. ‘착취·도둑질·위선·당파싸움·증수회(贈收賄)·강제수용소·집없는 아이……’ 등이 없다고 한다. “그리하여 아, 절대의 평화, 절대의 평등/절대의 자유와 절대의 사랑/……/시인들의 나라는 시인들의 비원(悲願)/오랜 오랜 기다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12연)라고 하여 희구를 당위로까지 발전시킨다.
마지막 연에서는 전환이 일어나 “어디나 이 세상은 시의 나라가 아니다/아무데도 이 땅 위엔 시인들의 나라일 곳이 없다.”라고 부정하나, 다시 이어서 “이 땅 위는 어디나 시인들의 나라이어야 한다.”로 강하게 긍정하며 끝을 맺는다.
직설적인 표현, 조금 늘어진 듯한 구성 등으로 인하여 시적 긴장이나 짜임새가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있으나, 사회의 부조리·불합리에 대한 시인의 강한 분노와 저항정신이 잘 드러나 있고, 또 시인이 묘사한 이상향(理想鄕)의 모습이 혼란스럽고 어두운 현실 상황과 대조되어 독자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