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에 간행된 작자의 첫 개인 시집인 『해』(청만사)에 수록되어 있다. 시 「푸른하늘 아래」는 「묘지송(墓地頌)」·「도봉(道峰)」 및 「해」와 마찬가지로 작자의 초기 시의 특징을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 박두진의 초기 시를 관류하는 것은 비관적인 현실인식으로, 그의 시적 출발이 1930년대 말에 이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러한 점과 무관하지 않다.
1930년대 말엽은 일제의 대륙침략 야욕이 만주사변·지나사변을 통해서 더욱 본격화하는 것과 함께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이 적극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던 암흑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는 먼저 당대를 ‘주검’·‘무덤’·‘밤’으로 파악하는 비관적 현실인식이 두드러진다. 시 「푸른하늘아래」에서 현실은 ‘처참한 밤’과 ‘황폐한 땅’과 같이 부정적이면서도 비관적으로 묘사된다.
특히, 이 시는 당대 현실의 급박함에 대한 상황인식이 “……불이 났다. 그리운 집들이 타고/이웃들은 다 쫓기어 울며울며 흩어졌다. 아무도 없다.”라고 제시되어 사실감을 고조시켜준다. 아울러 일제 말엽의 약육강식의 전쟁상황이 “이리들이 으르댄다. 양떼가 무찔린다/살점들을 물어 뗀다.”로 묘사됨으로써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시에는 “이리는 이리로 더불어 싸우다가, 이리는 이리로 더불어 멸하리라.”라는 예언자적 지성의 면모가 발현되어 관심을 끈다. 또한 “너는 나와 씨앗을 뿌리자. 다시 푸른 산을 이루자.”와 같이 미래지향적인 선구자 의식과 함께 “푸른 하늘, 푸른 하늘 아래 난만한 꽃밭에서, 꽃밭에서, 너는 나와 마주, 춤을 추며 즐기자.”와 같은 낙원회복의 꿈을 갈망하고 고대하는 신앙적 기다림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은 미래지향의 건강한 역사의식과 신앙심을 바탕으로 비판적 지성과 예언자적 지성을 예술적인 차원으로 상승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