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KAPF)의 결성으로 갑자기 대두하기 시작한 프로문학의 세력 확장에 대항한 최남선(崔南善)과 이광수(李光洙)를 중심으로 한 기성 문단의 반격이 곧 국민문학론이고 이 국민문학론의 핵심적 내용이 시조 부흥 운동이다.
이미 『백팔번뇌(百八煩惱)』(1926, 東光社)를 상재(上梓)하여 현대 시조의 길을 개척한 최남선은 「조선국민문학(朝鮮國民文學)으로서의 시조(時調)」(朝鮮文壇 16호, 1926.5.)라는 논문에서 “시조가 조선국토, 조선인, 조선심, 조선어, 조선운율을 통하여 표현된 필연적 양식”을 통하여 국민문학의 정신을 표현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 뒤를 이어서 이병기(李秉岐)의 「시조에 관하여」(朝鮮日報, 1926.12.6.), 「시조와 민요」(東亞日報, 1927.4.30.), 조운(曺雲)의 「병인년과 시조」(朝鮮文壇, 1927.2.) 등이 잇달아 발표되어 시조의 민족문학적 의의가 재평가되고 재강조되었던 것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주장은 과거와 같이 악곡(樂曲)의 창사(唱詞)로서 존재하는 시조가 아니라 우리의 언어적 특성과 민족적 리듬이 응결된 단시(短詩) 형식으로서 시조가 가지는 중요성과 부활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그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서 연시조(連時調)나 구별배항시조(句別排行時調)와 같은 새로운 시조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시조 부흥 운동이 최남선 · 이광수 · 정인보(鄭寅普) 등에 의하여 주도되던 초기에는 고시조의 연장 내지 재현이라는 차원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때 과감하게 시조의 혁신을 부르짖으며 현대 시조의 구체적 모형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이병기이다.
그는 「시조는 혁신하자」(東亞日報, 1932.1.23.∼2.4.까지 연재)라는 논문을 통하여 현대시조의 구체적 방향을 ① 실감(實感) · 실정(實情)을 찾자, ② 취재의 범위를 확장하자, ③ 용어(用語)의 수삼(數三), ④ 격조(格調)의 변화, ⑤ 연작(連作)을 쓰자, ⑥ 쓰는 법, 읽는 법 등 여섯 가지 항목으로 제시하고 각 항목마다 고시조와 현대 시조를 비교해가면서 현대 시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는 이론만이 아니라 창작 방면에서도 과거 고시조에서 볼 수 없었던 세련된 감각과 현대적 감수성을 보이는 가작(佳作)들을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시조 부흥 운동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병기와 함께 시조 부흥 운동의 또 하나의 디딤돌을 제공한 사람은 이은상(李殷相)이다.
그의 『노산시조집(鷺山時調集)』(1932, 漢城圖書館株式會社)은 시조의 부흥 가능성을 재확인시켜준 귀중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고전문학의 여러 장르 가운데서 유독 시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이 시조 부흥 운동으로 말미암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