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천도교의 종교행위 중에는 심고(心告)·주문(呪文)·청수(淸水) 등 세 가지가 반드시 수반된다.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崔濟愚)는 1861년 3월경에 심고법을 처음으로 정하였다. 『수운행록(水雲行錄)』에서는 심고의 사례를 들고 있다. 첫째 식사를 시작하거나 마쳤을 때, 둘째 외출하거나 돌아왔을 때 심고를 반드시 하라고 하였다. 이에 따라 모든 일을 시작할 때와 마쳤을 때 심고하는 관행이 생겼다.
심고형식과 내용은 최시형(崔時亨)이 수찬한 〈내수도문 內修道文〉에 따르면, 조용히 눈을 감고 몸안에 모셔져 있는 한울님에게 “일어납니다.”, “잡니다.”, “방아찧으러 갑니다.” 하는 식으로 하라고 하였다. 마치 부모에게 고하듯 하라는 것이다.
동학의 심고법은 기독교의 회개를 중심으로 한 기도법과도 다르고, 불교의 예불행위와도 다르다. 철두철미 모든 일을 시작할 때나 마쳤을 때 아뢰는 형식으로 간단하게 마치는 것이 상례이다.
모든 종교의 종교행위는 신앙대상에 대한 관념에 좌우된다. 동학·천도교의 심고법은 천도교의 신관념(한울님 관념)인 시천주(侍天主)의 관념에 따른 것이다.
『동경대전(東經大全)』과 『용담유사(龍潭遺詞)』에 따르면, 신앙대상인 한울님은 유일하고 초월하고 인격적이면서 모든 사람에 모셔져 있으며, 참된 사회를 창조하려고 애쓰는 과정의 한울님이다. 따라서 초월해 있으면서 내 몸에 모셔져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향하는 종교행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종교행위의 목적은 구제나 깨달음에 있지 않고, 한울님의 바른 기운과 순수한 마음과 넓은 덕과 합일하여 도성입덕(道成立德)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되자는 데 있다. 물론 도성입덕에 이르는 주된 수행은 주문을 읽는 데 있다. 그러나 심고와 청수도 중요한 종교의식의 하나로 꼽는다.
심고의 격식은 먼저 “한울님, 감응하옵소서.”하고, 다음은 새 문화창조를 위한 소원으로 “보국안민(輔國安民)·포덕천하(布德天下)·광제창생(廣濟蒼生) 하겠습니다.” 하고, 끝으로 개인의 소원을 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학 초기에는 기복이 주가 되었고, 1910년 이후에는 동학의 이념체계를 사회화시키는 데 주력하였다.
이 때의 심고법은 마치 한울님 앞에서 맹세하는 면이 강하였다. 6·25전쟁 이전까지 이런 면이 강조되다가 1960년에 접어들면서 개인적인 기복과 구도적 측면, 동학이념의 사회화를 위한 세 가지 요소를 조화시키려 하고 있다.
식사 때의 심고사례를 보면, “한울님, 감응하옵소서……. 한울님의 은덕으로 진지를 모셨사오니 감사하옵니다. 한울님의 뜻과 가르침을 받아 자아완성하여, 보국안민·포덕천하·광제창생의 대원을 이루겠사오니 지혜와 용기를 주옵소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