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大智)의 호는 운봉(雲峯)이며, 청허 휴정(淸虛休靜)의 법맥을 이어받았으며 우화(雨花)의 제자이다. 『심성론』에 그가 교류했던 승려와 유학자에 대한 기록 외에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1686년 자장(自章)이 쓴 서문에 “운봉 선사가 『심성론』 한 권을 저술하여 총림의 안목(眼目)으로 삼았다. (중략) 지금 운봉 선사가 80의 나이에 스스로 답하고 힘써 설하였으며, 판에 새겨 인출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였다.”라는 기록으로 볼 때 그의 생몰 연대를 1606년에서 1690년 전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고려대학교 도서관 등에서 조선 후기에 간행된 『심성론』의 목판본을 소장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은 10행 20자, 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본은 9행 18자로 판본의 형태뿐만 아니라 원문 구성과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17세기 후반에 『심성론』의 편찬과 간행이 두 차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본은 서두에 ‘서암 계곡(栖岩溪谷) 과석(科釋), 문인(門人) 신수(神秀) 편록(編錄), 숭곡 허주(嵩谷虛舟) 정정(訂正)’의 편찬자를 밝혀 두고 있다. 「경책문인(警策門人)」 말미에 “강희 23년 갑자년 정월 운봉 대지가 오로지 제자들이 의지로 삼도록 하기 위해 이 사기를 쓴다(康熙二十三年甲子元月日雲峯子大智全爲弟資述此私記).”와 책 말미에 “강희 23년 갑자년 4월 제자 신회가 삼가 명을 받들어 글씨를 쓴다(康熙二十三年甲子四月日門弟子神會謹命而書終).” 등의 기록으로 볼 때, 1684년에 편찬에 이어 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에 1686년 5월에 자장(自章)이 쓴 서문과 본문 말미에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이 “운봉 노스님이 병인년(1686)년 7월에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가지고 나에게 서문을 요청하였지만, 『심성론』의 서문 한 편을 이름 있는 자가 이미 작성하였기 때문에 나는 다만 하나의 운을 취해서 시를 지어 말하겠노라.”라고 쓴 내용을 볼 때, 이 판본은 1686년 이후에 다시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심성론』은 자장과 대지의 서문에 이어 본문인 「심성론」과 「심성후발(心性後跋)」, 부록인 「간병후서(揀病後書)」, 「갑계동참발원문(甲契同參發願文)」, 「경책문인(警策門人)」과 시편(詩篇)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본은 구성 순서가 다르고 원문 내용도 빠져 있는 부분이 있다.
『심성론』의 본문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후반부는 운봉 선사의 제자인 서암 계곡이 과석한 것이며, 본서의 핵심인 전반부에서는 『대승기신론』에 기반을 두고 두 가지를 논의하고 있다. 하나는 성리학의 심성론에 비해 불교의 심성론이 철학적 우위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성리학의 무극(無極)과 태극(太極)을 불교의 성각(性覺)과 명각(明覺)에 배대하여 설명하였다. 다른 하나는 당시 불교계 내부에 있었던 일법신설(一法身說)과 다법신설(多法身說)의 심성 논쟁을 소개한 것인데, 대지는 이 중 다법신설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교의 유심론(唯心論)에 대하여 그 원리와 의문되는 점을 여러 측면에서 인증하여 학문적으로 정리하였다. 먼저 당시 유학자의 불교에 대한 이론을 조화하기 위하여 『주역』』의 원리와 불교의 심성 원리를 대조하여 배합시키고자 하였다.
『주역』의 도는 태극에서 비롯되었고, 태극은 무극에 근본을 두고 있는데, 무극이 담적영명(湛寂靈名: 맑고 고요하여 신령스러움)하여 십허(十虛: 시방의 허공)를 포괄하는 것이 곧 부처의 법신(法身)과 같다고 보았다. 즉, 『주역』에서 말하는 무극이 곧 불교에서 말하는 심성의 본체로서 그 영묘(靈妙)한 면을 태극이라고 논하였다.
『열자(列子)』에서 말한 태초(太初)는 신기하고 기묘한 일기(一氣: 만물이 갖는 본래의 기운)를 말한 것이고, 그 일기가 회전하는 것이 태시(太始)며, 영묘순진(靈妙純眞)한 것을 태소(太素)라 하였다. 그리고 이기(理氣)가 나누어 판단된 것을 양의(兩儀)라고 하는데, 기운이 맑아 위로 올라간 것을 양(陽)이라고 하고, 기운이 탁하여 내려간 것을 음(陰)이라고 하니, 부처의 보신(報身)이 이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유교의 『주역』과 노장(老莊) 계통의 『열자』에 나오는 태초 · 태시 · 태소 등의 우주 생성설을 혼합하여 불교의 심성설을 천명한 것은, 당시 유학자나 기타 노장 계통의 학설을 한데 회통하여 그 사상적 대립성을 조화하려고 한 것이다.
다음으로 마음의 본체를 논하고, 또 부처와 중생의 마음의 본바탕이 하나인가 각각인가, 법신이 하나인가 다른가 등에 관하여 논술하였다. 법신은 하늘에 있는 한 개의 달과 같은 것으로 그 그림자가 물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일원상(一圓相) · 일물(一物)에 대하여 논술하고, 7대(七大: 지(地) · 수(水) · 화(火) · 풍(風) · 공(空) · 견(見) · 식(識))가 모두 여래장(如來藏)의 진여성(眞如性: 절대적 진리)임을 밝혔다. 또, 사교입선(捨敎入禪)의 교지에 의하여 언어 문자의 지식과 이론이 뛰어나서 깨쳐 들어간다는 선문방편을 언급하면서, 제자 일선(一禪)에게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심성의 도리를 결판하노라.”라고 하였다.
이어 이 책에 대한 찬사와 평소 저자와 사귀어 놀던 이들 사이에 주고받은 시 수십 수가 실려 있다. 끝에 나옹발원(懶翁發願)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