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담(神異譚)에 속한다.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어느 곳에 한 평민이 아들을 낳았는데, 태어나자마자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어 이내 날아다니고 힘이 센 장수였다. 부모는 이 장수가 크면 장차 역적이 되어 집안을 망칠 것이라고 해서 돌로 눌러 죽였다.
아기장수가 죽을 때 유언으로 콩 닷섬과 팥 닷섬을 같이 묻어달라고 하였다. 얼마 뒤 관군이 아기장수를 잡으러 왔다가 부모의 실토로 무덤에 가보니 콩은 말이 되고 팥은 군사가 되어 막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결국 아기장수는 성공 직전에 관군에게 들켜서 다시 죽었다. 그런 뒤 아기장수를 태울 용마가 나와서 주인을 찾아 울며 헤매다가 용소에 빠져 죽었다.
이 설화의 원형은 ‘아기장수가 부모에게 죽고 관군에게 다시 죽은 뒤 용마가 나왔다.’지만 유화(類話)가 많음에 따라 변이 형태도 다양하다.
부모가 아기장수를 죽이는 방법으로 돌 대신 곡식 넣은 자루나 맷돌·안반이 사용되기도 하며, 재기를 위한 아기장수의 유언으로는 콩 100알을 빠짐없이 볶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그 유언의 파괴자는 어머니가 된다.
관군은 남이(南怡) 장군이나 김방경(金方慶)장군 등 구체적 인물로 나타나거나 중국 천자, 일본인 등으로 변이되어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용마출현 부분이 탈락되는 경우도 흔하다. 제주도 등 도서 지방에서는 아기장수가 죽지 않고 겨우 장수 노릇을 하면서 명맥을 유지하는 내용도 전한다.
또한, 지리산 산신이 아기장수를 출생시킨 경우도 있는데, 「둥구리전설」과 「우투리전설」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출생시 태를 가를 수 없어서 억새로 잘랐다는 부분이 첨가되어 있으며, 곡식을 가지고 바위 속에 들어가 수련하는 장면이 특이하다. 관군은 이성계(李成桂)라는 인물로 집약된다.
이 설화에는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대중의 심리가 표현된 신화적 내용이 들어 있다. 아기장수는 미래의 주인으로 설정되어 있고, 부모와 관군은 현재 만족과 평안을 누리는 현실적 존재이다.
이 양자 간의 대립에서 결국 현실의 고수와 안신을 위하는 현실적 힘에 의하여 미래의 꿈은 좌절되고 만다. 가해자가 부모에서 관군으로 확대되고 아기장수가 부모에게 죽었다가 재기 직전에 다시 관군에게 다시 죽는다는 구조의 변화는 미래의 희망이 두 번씩이나 현실의 보수에게 좌절된다는 반복 점층의 비극미를 일으킨다.
시운의 불일치를 상징하는 비인간계의 용마가 아기장수의 죽음 직후에 나타나서 비극은 강조되며, 이 부분에서 문학성이 잘 드러난다.
이 설화의 비극적 요인은 좁은 활동 공간, 아기장수와 용마의 시간의 불일치, 영웅이 어린아이였다는 점, 안신보명(安身保命)하려는 부모의 보수적인 벽 등이다.
주목되는 설화 요소인 날개는 우리나라 건국신화에 나오는 하늘과 새와 같은 맥락으로, 힘의 근원이 되거나 평민의 꿈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리산 산신과 이성계가 아기장수를 사이에 두고 갈등, 대립하는 것은 장엄한 신화 체계를 형성한 주목할 만한 신화적인 요소이다. 현대소설이나 희곡에도 수용되는 문학적 가치가 큰 설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