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金東仁)이 지은 단편소설. 1919년 2월에서 3월에 걸쳐 ≪창조 創造≫ 1·2호에 발표되었다. 작가의 현실인식을 토대로 한 문학적 성향을 알려주는 초기의 작품이다. 문학에서 도덕적 가치를 말하기보다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효용성 있게 묘사하고 있는가를 주요하게 본 작가의 자연주의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 강 엘리자베스는 19세의 여학생으로 부모를 잃고 남작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며 공부한다. 그녀는 통학길에서 만나는 남학생 이환을 애모하게 되고, 뒤에 그녀의 친구 혜숙을 통하여 이환도 엘리자베스를 짝사랑한 사실이 나타나나, 두 사람 모두 사랑을 고백할 만큼 적극성은 없었다. 어느날 남작은 밤늦게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간 다음, 밤 11시나 되어 엘리자베스의 방에 나타난다.
이때 엘리자베스는 충분히 남작을 거부할 수 있었는데도 “부인이 아시면……”하는 형식적인 거부만 하고 남작을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이환을 애모하는 감정은 되풀이되고 여전히 남작과의 관계도 되풀이된다. 엘리자베스는 점점 배가 불러옴을 느끼고 남작에게 그 사실을 알리게 되며, 병원에 가서 낙태시킬 것을 원하나 남작은 양반이 그런 짓은 못한다고 거부한다.
다음날 엘리자베스는 책상 위에 놓인 봉투를 뜯어보니 병원에서 만나자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을 받아온다. 병원의 약을 다 먹었으나 낙태의 효험은 없고 오히려 식욕의 증진만이 있었다. 한편, 남작은 병원을 다녀온 뒤로 엘리자베스를 만나지 않았고, 그 부인만이 동정 어린 마음으로 엘리자베스를 시중들어줄 뿐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시골의 오촌아주머니에게로 가서 소송을 제기할 것을 결심한다. 여기에서 오촌아주머니는 상민이 양반과 송사를 일으켜도 안 되며 승소할 수도 없음을 말하나, 엘리자베스는 고집하여 제소한다. 그러나 법정에서 남작은 엘리자베스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또 재판장은 제소 내용에 증거가 없고, 확증이 갈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의 판결을 내린다.
이 충격으로 엘리자베스는 오촌아주머니의 집에 와 낙태를 하게 되고, 자신이 패배자라는 자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기독교의 사랑만으로 사람은 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결심을 하는 것으로 작품은 마무리되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의 현실은 사회적으로나 신분상으로나 강한 자와 약한 자의 냉엄한 논리로 이루어져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사회의 어두운 면을 사실대로 묘사하는 자연주의적 창작 태도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