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자의 슬픔」은 김동인이 지은 단편소설이다. 중심인물 엘리자베스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K 남작의 집에서 아이들의 가정 교사 노릇을 하며 학교에 다닌다. K 남작과 반강제적으로 관계를 맺은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고, 그 일로 그의 집에서 쫓겨난다. 정조 유린이라는 명목으로 재판을 신청하지만 패하게 되고 아기까지 유산한다. 엘리자베스는 20년 동안 약한 자로 살아왔음을 깨닫고 사랑을 통해 강한 자가 될 것을 결심한다. 이 소설은 한국 근대소설의 서술 방식 혹은 문체가 어떻게 확립되어 갔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한 자의 슬픔」의 중심인물 엘리자베스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K 남작의 집에서 아이들의 가정 교사 노릇을 하며 학교에 다닌다. 그녀는 학교를 오가며 우연히 보게 된 이환에게 연모를 느끼지만 자신의 감정을 밝히지는 못한다. 일찍 잠이 든 어느 날 밤 K 남작이 찾아와 엘리자베스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날 이후 K 남작은 한 주에 두 번 정도 엘리자베스의 방을 찾는데, 오기로 예상한 날 K 남작이 오지 않으면 그녀는 속이 타는 것을 느낀다.
K 남작과의 관계가 계속되던 중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임신했음을 알리지만, K 남작은 듣고 아무런 반응 없이 가버린다. 그러자 그녀는 이환에 대한 자신의 참사랑이 육체적 관계로 인하여 깨어졌음을 깨닫는다. K 남작은 엘리자베스와 함께 병원을 방문해 낙태제라며 영양제를 처방받아 먹게 한다. 그런 가운데 K 남작은 아내를 시켜 엘리자베스를 자신의 집에서 쫓아내고 만다. 오촌모에게 간 엘리자베스는 고민 끝에 정조 유린이라는 명목으로 재판을 신청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재판에서 패하게 되고 다시 오촌모의 집에 몸을 의탁하다가 아기까지 유산하게 된다. 엘리자베스는 거미줄에 걸린 파리를 보고 자신이 20년 동안 약한 자로 살아왔음을 깨닫고 사랑을 통해 강한 자가 될 것을 결심한다.
「약한 자의 슬픔」에서 엘리자베스는 능욕, 재판에서 패소, 유산 등의 시련을 겪고 자신이 약한 자였음을 깨닫고 강한 자가 되려는 결심을 한다. 이는 「약한 자의 슬픔」이 누리에 비친 그림자로서 살아온 약한 존재의 슬픔과 자각을 그린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과도 부합된다. 그런데 실제 소설을 읽어 보면 앞선 결말이나 작가의 말에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그 주된 이유는 소설을 메우고 있는 엘리자베스의 번민 혹은 공상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정조 유린에 대한 재판을 결심하고도 K 남작이 고운지 미운지를 생각하며 갈등을 거듭한다. 번민의 터무니없음은 능욕을 당한 후 예상했던 날 K 남작이 오지 않으면 속이 탄다는 데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엘리자베스의 공상이 소설을 메우고 있기 때문에 약한 자였음을 깨닫고 강한 자가 되려는 그녀의 결심 역시 온전한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그런데 김동인은 「약한 자의 슬픔」을 쓸 때 선진의 역할을 했던 일본문학의 도움을 받았음을 언급한 바 있다. 「소설작법(小說作法)」에서는 도움을 받은 서술 방식을 일원 묘사(一元描寫)라고 밝히고, 그것을 작중인물의 눈에 비친 경치, 정서, 심리 등을 서술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실제 일원 묘사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이와노 호메이(岩野泡鳴)가 사용한 용어이자 개념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약한 자의 슬픔」은 소설의 내용이나 주제가 의미를 지닌다기보다는 한국 근대소설의 서술 방식 혹은 문체가 어떻게 조형되고 확립되어 갔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텍스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