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로는 호(狐)라 한다. 학명은 Vulpes vulpes peculiosa KISHIDA이다. 우리 나라에 분포된 여우는 유럽·북아프리카·아시아·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레드 폭스’로 통칭되는 종류이다.
형태적으로 일본산 여우와 북방여우와의 중간색형이며 일본산 여우와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은 주둥이의 색채가 일본산 여우에 비하여 엷어서 황갈색에 가깝다. 몸뚱이는 길고 콧날이 가늘고 뾰족하며 귀는 삼각형이다.
다리는 개보다 짧고 꼬리는 부슬부슬하고 길어서 발의 3배나 된다. 눈동자는 고양이처럼 세로로 길게 바늘 모양으로 수축한다. 털색은 대체로 적갈색이나 가슴과 등은 희며, 앞다리는 몸뚱이의 빛깔보다 다소 어둡다. 몸의 길이는 60∼90㎝, 꼬리는 35∼40㎝, 어깨높이 35㎝, 수컷의 몸무게는 6∼10㎏, 암컷은 5∼8㎏으로 평균 7㎏이다.
여우의 번식은 겨울철인 1, 2월에 암컷이 선택한 수컷과 짝을 지은 뒤 52∼56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4월 중순에 초산에는 서너 마리, 그 뒤에는 대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난 새끼는 눈을 감고 있지만 12∼14일 뒤 눈을 뜬다.
새끼 옆에는 항상 수컷이 암컷과 같이 새끼들의 양육과 먹이의 운반을 도와준다. 1개월 후면 새끼들이 굴 밖으로 나와 놀며, 2개월 후에는 젖을 먹이지 않는다. 새끼들은 늦은 여름이나 가을이 되면 어미로부터 독립하여 생활을 하게 된다.
여우는 굴에 사는 동물이지만 굴 파는 기술이 좋지 않아 오소리가 외출한 틈을 타서 굴 속으로 들어가 방뇨와 배변을 하여 굴 속을 더럽혀 놓는다. 그러면 오소리는 정든 자기 굴이지만 포기하고 떠나갈 수 밖에 없다. 이는 교활하고 게으름뱅이인 여우만이 사용하는 작전이며 술법이다.
여우의 굴을 쉽게 확인하는 것은 출입구의 지독한 냄새, 즉 여우의 항문선에서 분비되는 노린내로 확인할 수가 있다. 봄이 되어 새끼들의 양육시기가 되면 여우의 모양은 추하기 이를 데 없다.
왜냐하면, 밀생하였던 겨울털이 탈모하기 시작하여 꼬리가 가늘고 길게 보이기 때문이다. 탈모는 4∼6월에 끝난다. 먹이는 주로 등줄쥐·대륙밭쥐, 그리고 산토끼·고슴도치 등을 잡아먹는다.
우리 나라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야산 공동묘지에서 낮에도 볼 수 있는 동물이었으나 남획과 강력한 살서제(殺鼠劑)의 2차적·3차적 피해로 인하여 현재는 발견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국가적인 보호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머지 않아 멸종될 것으로 여겨진다.
여우의 보금자리가 주로 야산의 공동묘지였기 때문인지 우리에게 있어 여우는 술수와 변화를 부리며 인간을 괴롭히는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천년 묵은 여우는 꼬리가 아홉 달린 구미호(九尾狐)라 하여 더욱 신통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변신한 구미호가 새신랑 대신 장가를 들어 사람이 되려다가 강감찬(姜邯贊)에 의하여 죽음을 당하였다는 설화나, 여우 동생을 물리친 서거정(徐居正)에 관한 설화, 구미호가 사람으로 변신하여 한 집안을 망하게 하였는데 신통력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물리쳤다는 <여우와 삼형제 설화> 등 구미호의 변신에 관한 설화는 전국적으로 널리 전해지고 있다.
여우에 관한 속담도 너무나 많다. ‘여우가 범에게 가죽을 빌리란다.’는 속담은 가당치도 않은 짓을 무모하게 한다는 뜻이고, ‘여우굴도 문은 둘이다.’라는 속담은 무슨 일에나 예비적 대책이 있어야 안전하다는 뜻이다. 또, 어쩔 줄을 모르고 갈팡질팡하며 헤맨다는 뜻으로 ‘여우가 두레박 쓰고 삼밭에 든 것 같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