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숨을 쉬고 일하고 휴식하고 수면을 취하는 등 여러 가지 생리적으로 기본이 되는 일을 계속하며, 이를 하기 위해서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또한 인간은 생리적으로 기본이 되는 기능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인간은 생물적인 존재 이상의 존재이므로 영양소를 공급해 주는 식품에는 보다 넓은 뜻이 있다.
인간의 건강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생리적인 건강, 즉 필수영양소와 이들이 인체 내의 세포나 조직 내에서 상호관련된 관계를 원만히 맺음으로써 유지되는 건강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이 먹은 식품이 바로 그 사람 자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심리적인 건강, 즉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측면의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건강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 요인은 모두 한 개인의 건강유지에 심오하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같이 생리적인 건강과 심리적인 건강 사이에는 밀접하게 관련이 맺어져 있으므로 이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은 식품이나 영양소에 대한 견해를 넓게 가져야 될 필요가 있다.
흔히 영양학에서 분류하는 영양소는 5대영양소로서 탄수화물·지방·단백질·무기질·비타민으로 분류하지만, 이에 물을 더하여 6대영양소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렇게 분류하는 근거는 영양소 각각의 신체 내 기능과 물질 자체의 화학적 구조 및 특성의 유사성을 고려한 것이다.
즉 탄수화물이란 신체 내에서 열량을 공급해 주는 기능을 하는 탄소·수소·산소로 구성된 물질로 알데히드나 케톤기를 가진 다가(多價) 알코올을 말한다.
지방 역시 탄소·수소·산소로 구성되어 있고 신체내에서 열량을 공급해 주지만 탄수화물과의 화학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유기용액에 녹고 물에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단백질은 신체 내 열량을 공급하는 기능 이외에 신체를 구성하는 체구성 물질로서 작용하며, 탄소·수소·산소에 질소와 때로 유황을 함유하고 있으며 알파탄소에 아실기와 카르복실기가 함께 결합되어 있는 물질을 말한다.
비타민은 신체 내 기능을 하는 데에 극히 소량이 필요하며 열량공급원은 아니지만 열량공급을 해 주는 영양소들이 체내에 이용될 때 조절물질로서 작용한다. 또한 유기물질로서 신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효소작용에 조효소로도 쓰인다.
그러나 우리 신체 내에서 합성이 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식사에서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은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과 지방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크게 나눈다.
무기질의 경우, 양적으로 볼 때 신체가 비교적 다량을 요구하는 다량무기질과 극미량을 요구하는 미량무기질로 분류된다. 무기질은 비타민과 유사하게 신체 내에서 조효소로서 기능하며 우리의 골격 및 체조직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최근에는 이상의 영양소 분류와는 견해를 달리해서 거대영양소와 미세영양소로 구별하기도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를 한국인 영양 권장량에 비교해서 분석해 보면, 탄수화물의 섭취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단백질의 총섭취량은 1989년 이후 감소하다가 1995년에 약간 증가했으나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량은 계속 늘고 있어 지방섭취량 증가와 더불어 성인병 발병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영양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1995 국민영양 조사결과에서 비타민 A의 섭취량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며, 칼슘의 섭취량 역시 권장량에 못미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처럼 균형 잡힌 영양의 섭취가 필수적인데 반해 우리 나라는 아직 계층별·지역별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류계층의 인구는 단백질, 지방, 기타 부족한 영양소의 섭취량이 충분한 반면에, 도시빈곤층이나 농촌의 일부 인구는 영양소의 결핍 현상이 나타나 아직까지 심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계층별·지역별 차이에 의해 영양 섭취량뿐만 아니라 영양소의 질적인 섭취현황에도 차이를 보인다.
단백질의 경우에는 아직도 일부 계층에서 동물성식품의 섭취량 부족으로 인해 필수아미노산을 충족시키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량의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우리 나라의 식사 내용은 곡류를 위주로 야채를 많이 먹기 때문에 식사습관에서 빚어지는 동물성식품 섭취량의 제한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제한량을 섭취하는 계층이 있다.
이에 비해서 도시에 거주하는 고소득층에서는 육류섭취 기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인데, 이는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성인병 예방의 입장에서 기피하고 있다고 본다. 지방 섭취도 평균적으로 상당히 낮은 양을 섭취하는 실정이나 동물성지방의 섭취는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포화지방산과 동맥경화유발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지만, 요즈음은 암의 발병에 있어서도 지방의 종류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고소득층에서는 지방섭취를 기피하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이나 농촌에서는 지방섭취량이 권장량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섬유소의 섭취량은 서양과 비교해 비교적 많은 양을 섭취하므로, 저섬유 섭취로 인해 빚어지는 직장·대장의 암발병의 현상은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영양소 섭취의 불균형으로 인해서 빚어지는 영양문제는 서양과는 양상이 다르다. 어떤 면에서는 과잉으로 빚어지는 것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요구량에 미달되는 섭취로 인해 빚어지는 영양문제가 우리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전통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의 특징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배합의 식탁으로 주식인 밥과 반찬이 조화를 이룬다. 둘째, 밥에 간이 되어야 하므로 염도가 높은 짠 반찬으로 주로 발효식품이 반찬의 기본을 이룬다. 셋째, 사시사철 산채와 야채가 우리 식탁을 꾸며 주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산업화로 인해 경제 소득이 증대되면서 식생활이 변하고 있다. 식생활의 변화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한국 전통의 음식문화 및 음식들이 전체 식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점차 감소하고 대신 비전통식이 우리의 식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밥, 국, 김치의 관념이 엷어지고, 그 내용면에서도 점차로 서구화되고 있다. 즉, 점점 우리의 전통 요리가 사라져 가고 대신 비전통식, 서구형 식사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며 편의식품 이용이나 외식의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교통, 저장, 운송, 가공법 등의 발달로 타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손쉽게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고, 정보의 발달과 교육, 국제화의 여파로 해외여행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식사시간을 단축하거나 가사노동을 줄이기 위해 외식이나 편의식품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요인이 된다.
전통적인 식생활 내용 중 두드러지게 변화하고 있는 점 중의 다른 한 가지는 주식의 변화이다. 끼니별로는 아침식사의 변화가 가장 많이 두드러진다. 특히 직장인의 아침식사 형태는 햄버거·김밥·분식류·죽 등의 간단한 식사형태로 변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식사들은 새로운 주식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거 한국인의 식생활은 주로 식품의 원재료를 구입하여 집에서 조리해 먹었으나 현대 한국인들의 식생활은 산업화의 진행에 따라 크게 변화되었는데, 가공식품의 이용과 외식산업이 많이 발달했다.
이러한 식품 산업의 발전에 따른 변화는 보수적인 영역에 속하는 식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이는 곧 미래의 식생활을 예견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영향 요인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식품산업의 발달 및 외식산업의 발달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현재 한국 지역의 대형 슈퍼마켓에 놓여진 식품의 종류는 수천여 종(미국의 경우는 3만여 종의 식품)에 이르고, 이는 대개 가공의 과정을 거쳤거나 가공식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이렇게 다양한 식품들을 이용하게 된 배경에는 과거 30년간의 급격한 산업화가 그 주된 배경으로 자리잡는데 급격한 산업 발달에 따른 입맛의 변화는 점차적으로 식탁에서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른 식품산업시장의 확대는 결국 다국적 식품 기업들의 국내 진출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전통적 식사 형태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영양과잉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으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열량과잉으로 인한 건강문제, 즉 비만인구의 증가 및 성인병 발생 증가 등은 이러한 식생활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개 국민의 식생활은 그 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구조에 의한 식량의 공급에 의해 크게 좌우되며, 거시적으로 볼 때 한 나라의 식량 수요는 인구와 소득수준에 따른 소비 패턴의 변화라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그 크기가 결정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 때 한국인의 식생활은 한마디로 곡류와 야채 위주의 식사였으므로 열량 결핍이 심했다. 식사는 주로 밥, 국, 김치를 주요 식단으로 하였으나 세 끼 모두를 챙겨 먹기는 힘들었다. 주로 한 끼 내지 두 끼는 밥 대신 죽을 먹었고 걸식인구도 상당수에 달했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인구밀도가 더 증가하면서 국내의 양곡수요는 급증하였고, 일제 말기까지 국내의 비축양곡 대부분이 공출되어 심각한 양곡 부족현상을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은 휴전 이후 1960년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 식량 부족으로 인한 열량과 단백질 부족은 여전하였다.
이와 더불어 6·25전쟁 이후의 베이비붐 현상은 1960년대 이후의 인구증가율이 최고 2.57%에 달할 만큼 급성장의 추세를 나타내었고 식량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혼식 장려, 쌀 품종 개량, 가족계획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였으며,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 덕택에 식량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었다.
1960년대 이후부터 우리 나라는 급진적인 경제발전으로 인해 급격한 식생활의 변화를 겪었다. 엥겔 계수가 감소하고, 총 소비지출 중 외식비의 지출 비율도 급성장하였다. 이것은 경제수준의 변화에 따른 식생활 패턴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 현상이다.
소득은 가격이 높은 식품의 소비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특히 단백질·칼슘·철분 등의 섭취량과 상관관계가 클 뿐만 아니라 식사 형태에도 영향을 미쳐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주로 주식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된다.
경제성장에 따라 1인당 GNP가 증가된 후 식품 수급과 식사 섭취량의 변화를 살펴 보면 1인 1일당 설탕류, 육류, 계란류, 우유류 및 유지류의 공급량은 증가하였고, 영양소 섭취량은 1인당 GNP가 증가할수록 열량, 단백질, 지질량이 증가하였는데, 영양 섭취량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열량의 섭취는 1980년 이후 GNP의 증가에 따라 낮아졌으며 단백질과 지질의 섭취는 증가하였다.
우리 나라의 도시가계를 분석해 보면 소득이 증가할수록 식료품비는 증가하고 소득의 변화에 따른 각 식료품비의 지출을 추정한 소득탄력성은 음료, 과일, 계란, 육류의 품목에서 매우 컸다.
이러한 소비양상은 소득 계층별로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1994년 159가구를 하위집단, 중하위집단, 중위집단, 중상위집단, 상위집단의 5개 집단으로 분류하여 소득계층별 영양소섭취와 식품섭취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영양소 섭취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빈곤계층인 하위집단의 평균 영양소 섭취량은 영양권장량의 43∼76.3% 수준으로 나타나 우리 나라 주민의 영양섭취 실태가 전적으로 양호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중하위집단의 경우도 평균 영양소 섭취량이 영양권장량에 비해 많이 부족하였으며 모든 영양소의 섭취량이 권장량의 75% 미만에 속하는 가구의 비율도 50% 이상이나 되었다. 반면 중위집단 이상의 소득계층에서는 평균적으로 권장량의 75% 이상을 섭취하고 있어 양적으로 충분하였다.
중위집단 이상의 계층에서도 영양과잉과 부족의 문제가 동시에 관찰되었으나 영양불량의 정도는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보다 덜 심각하였고, 영양권장량을 초과하여 섭취하는 영양 과잉을 보이는 가구비율도 비타민 C를 제외하고는 크게 높지 않았다.
식품섭취의 측면에서도 전반적으로 소득의 증가에 따라 식품섭취량이 증가하는데 총 식품섭취량과 동물성식품의 섭취량은 소득이 높을수록 증가하였다. 특히 식물성 식품 중에서는 당류, 과실류, 해조류 및 유지류가, 동물성 식품중에서는 육류와 어패류가 소득계층별로 차이를 보이는 식품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하위집단에서도 전체 단백질섭취량 중 동물성 단백질 비율이 1/3 정도로 과거에 비해 증가했으며, 고소득 계층일수록 섭취하는 식품수가 다양하였는데 하루에 섭취하는 식품의 가지수는 하위집단이 14.7가지, 상위집단이 34.2가지로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가짓수도 증가하였다.
소득수준과 영양소 섭취량과의 관계는 평균 소득과 월평균 식비가 증가할수록 비타민 A를 제외한 모든 영양소의 섭취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각 식품군 중에서는 과실류, 육류, 해조류, 어패류, 버섯류, 유지류의 섭취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인의 식생활 형태변화를 가장 정확하게 나타내는 식품수급현황을 살펴보면, 1962년 농림수산부에서 처음 식품수급상황을 발표한 이후 30년 동안 식품의 소비구조가 크게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하루에 먹는 총 식품량도 크게 바뀌었는데 이를 식품군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곡류와 서류군은 소비량이 감소 추세에 있고, 두류, 채소류, 해조류, 어패류군은 비교적 완만한 소비 증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당류, 과실류, 육류, 우유류, 유지류군은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당류, 과실류, 난류 등은 오히려 1988∼1989년을 정점으로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들 식품들은 과거 1960∼1970년대에는 쉽게 먹을 수 없었던 식품이었다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이들 식품의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였고, 1988∼1989년에는 소비수준이 거의 충족되었으므로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여년 동안 곡류는 식물성 식품의 주요 급원이었고, 동물성 식품의 주요 급원은 어패류군이었다. 그러나 두 식품군 모두 전체 소비량에 대한 구성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식품군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식물성 식품 중 곡류의 소비량은 1970년대 중반까지 증가하나 구성비에서는 완만한 감소를 보였고, 1970년대 후반부터 소비량과 구성비가 함께 큰 폭으로 감소한다. 서류의 소비량 감소는 모든 식품군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데, 1960년대에는 곡류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나 점점 수요를 잃어감에 따라 최근에는 3%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반면 채소류의 소비량은 하루에 200g 이상이며, 구성비도 20% 가까이 증가하여 단연 제 1의 부식이 되었다. 두류는 비교적 완만한 증가를 보이다가 1970년대 중반 이후 일정 구성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밖에 당류 및 과실류, 해조류, 유지류의 소비량은 상당량 증가하였다.
동물성 식품군은 전체적으로 급격한 소비증가가 이루어졌고, 따라서 구성비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70년대 전반까지 동물성 식품은 50% 이상을 어패류에서 얻는 편중된 소비구조를 보였으나, 이후에는 육류, 어패류, 우유류 등의 다양한 식품군에 의해 비교적 균형 잡힌 공급이 이루어졌다. 육류의 소비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1980년대 후반에 급격히 상승하였고, 구성비에 있어서 큰 변화는 볼 수 없다.
난류의 소비량 또한 계속 증가하나 구성비는 비슷한 수준이다. 어패류는 지속적인 소비증가에도 불구하고 구성비에 있어서 가장 급격한 감소를 나타내었는데, 이는 1960년대에 이미 어패류의 소비량이 상당량 확보되어 있어 구성비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였으며, 다른 식품군에 비해 비교적 완만한 소비증가를 보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우유류의 소비량은 1960년대 4% 수준에서 1980년대 후반 32%로 급증하였는데, 1980년대 후반에는 어패류의 소비를 능가하여 동물성식품 중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
동물성 유지류는 1970년대까지 증가를 보이다가 이후에는 오히려 소비량과 구성비 모두 감소 추세에 있다.
이러한 식품별 소비구조의 변화는 영양소 섭취량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섭취량을 조사하여 보고한 <국민 영양 조사>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면 열량섭취량은 1970년 이래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열량섭취량이 부족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열량의 충족이 거의 이루어진 상태에서 곡류 소비량의 감소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단백질 섭취량은 1990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어 1989∼1990년경에 수요가 충족되지 않았나 추측된다. 그러나 아직도 동물성단백질의 섭취량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어서 육류의 1일 공급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아직도 동물성 식품에 대한 선호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방 섭취량은 1992년이 1970년에 비해 두 배의 섭취량을 보이며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해 준다.
3대 열량영양소의 섭취비율도 점차 바람직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어 전체적으로 식품섭취의 다양성과 함께 영양상태가 양호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권장량에 대한 영양섭취량을 살펴보면 칼슘 및 비타민 A의 섭취는 아직까지 권장량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전체적으로 영양소 섭취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1980년 무렵을 경계로 대부분의 영양소가 충족되었다고 생각된다.
한국인의 식생활 변화에 따른 영양소 섭취량의 변화는 국민의 체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 20년간의 학생들의 신장과 체중의 변화만을 보아도 확연하게 그 변화양상을 알 수 있는데, 신장과 체중 모두 20년 전에 비해 매우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체중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는 체위가 식생활 내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체중의 증가는 열량과 단백질의 섭취가 많아지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체위의 증가가 곧바로 체력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영양부족으로 인한 성장지연 및 성장부진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장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점차 체형도 서구화되는 경향이다.
체위의 증가는 영양상태가 충족되었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점차 체중과다 혹은 비만으로 판정되는 인구수가 점차 많아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소아나 학생시절의 비만은 곧바로 중장년 이후 체중과다나 비만으로 이어지게 될 확률이 높고 과체중은 성인 이후 매우 심각하게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체위의 변화는 한국인의 영양상태 변화 및 영양상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건강상태를 의미한다. 영양상태의 변화는 한국인의 질병패턴에 많은 변화를 초래했으며 사인별 질병의 형태가 1920년 이래로 상당히 변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1920∼1930년대까지는 주로 소화기 질환(위·십이지장궤양·식도질환·만성간질환·간경변증 등), 신경계 질환(수막염·뇌성마비·간질 등), 호흡기 질환(폐렴·기관지염 등)이 주요 사인이었으며,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 풍토병도 만연했다.
이러한 질병 양상은 1960년대 이후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하였으며, 국민 1인당 소득의 증대와 함께 의료시설의 확충, 환경위생 정비, 교육수준의 증가 등이 과거의 질병양상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나게 한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 1960년대까지만 해도 폐렴과 결핵, 그리고 소화기 질환이 주요 사인이었던 것이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순환기 질환, 호흡기 질환, 감염 및 악성 신생물이 주요 사인으로서 나타나기 시작하여 1980년대 이후에는 계속해서 순환기 질환과 악성 신생물이 주요 사인으로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식생활의 서구화와 관련이 깊은 만성퇴행성 질환들의 발병추이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국인의 주된 사망원인으로 자리잡았다.
식생활 변화에 따라 만성퇴행성 질환의 이환율(어떤 기일 내의 질병 발생 건수의 그 기일내 평균 인구에 대한 비율)이 높아지고 현대인의 주된 사망원인으로 대두되면서 건강 및 영양문제에 대한 관심이 변화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신문에 게재된 식생활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생활주기별 영양에 관한 내용은 유아영양에 관한 것이 다른 것에 비해 많았고, 특수영양에 관한 것 중에서는 술과 관련된 것이 가장 많았다.
전체적으로 질병, 영양, 건강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증가했으며, 과거에는 특수영양 위주의 것으로부터 점차 질병과 영양,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정질환과 식생활에 관한 기사는 암, 심장순환기계 질환, 당뇨병, 비만, 소화기계 질환, 간질환과 골다공증, 신경계통 질환의 순으로 나타나서 일반인들의 성인병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건강증진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급증하면서 여러 가지 건강식품, 기능성 식품, 보약들이 범람하고 있다. 우리 나라 식품공전에는 건강보조식품 24종, 특수영양식품 3종, 인삼가공식품 11종이 등재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다수의 기타 식품류가 건강식품으로 판매, 유통되고 있다.
그 시장규모도 대단히 커서 정부에서 관리하는 건강보조식품의 연간 생산량은 소비자 권장가격으로 약 80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약 1000억 원의 건강보조식품은 수입원료로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정부의 허가와 품질검사를 받는 제품에 한한 것이며 기타 식품류에서 분류된 것 중에서 건강식품으로 판매되는 것과 불법유통되는 제품을 합치면 시장 규모는 통계치보다 2∼3배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인의 식생활이나 건강상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 요인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인구학적 요인, 둘째, 생활수준의 향상 및 산업화 요인, 셋째, 사회·경제적 요인, 넷째, 식품관련 산업 요인 등이다. 질병양상의 변화를 영양상태와 연관지어서 생각해 보면 광복 이전의 영양상태는 반(半)기아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1911∼1928년까지의 자료를 보면 한국에 거주하던 일본인 1인당의 쌀 소비량이 1.2석(石)으로 항상 일정한 필요량을 충족하고 있었던 반면, 한국인의 경우는 1911년 1인당 0.736석(石)이었고 점차 사정이 나빠져서 1927년에는 0.508석(石)으로 떨어졌다. 대신 질이 나쁜 조 등의 양곡으로 연명을 하였다.
이러한 식량사정은 광복 후 6·25전쟁 등의 발발로 개선될 여지가 없었으므로 1960년대 이전까지는 우리의 식생활 형태는 매우 궁핍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적 빈곤으로 총열량 섭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을 뿐만 아니라 열량을 구성하고 있는 영양소의 구성비율을 살펴보아도 80% 이상의 탄수화물과 10% 미만의 지방, 15% 미만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당질 위주의 식사이었다. 충분하지 못한 열량을 섭취하는 상황에서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 미량의 영양소 결핍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질병들은 주로 영양소 부족에서 기인되는 여러 가지 질환들이 많았으며, 영양불량으로 인한 면역기능의 약화, 불량한 위생환경 등으로 사소한 질병도 치사율이 높았고 평균수명도 매우 낮았다.
이 시기의 주된 질병은 전염병, 소화기계 질환 및 폐렴 등이었다. 1960년대는 전후의 복구사업과 과도한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로 도시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인구도시화에 따른 농업인구의 감소와 도시화, 공업화에 따른 경지면적의 침식은 식품 수급상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었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생활수준은 매우 낮은 형편이었고, 보건 위생수준이나 구매력 등은 아주 낮은 정도에 머물렀다.
이 시기에도 여전히 동물성 식품이 절대 부족한 곡류 위주의 식생활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단백질, 칼슘, 철분, 리보플라빈 등이 부족했고, 지질의 섭취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시기의 주된 사인은 폐렴, 결핵 등의 감염성 질환이었으며 영양결핍증이 만연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순차적인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새마을운동의 추진 등으로 경제상태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교육수준도 향상되기 시작했고 보건 위생수준도 향상되었다.
과도한 산업화가 계속 추진되면서 인구의 도시화는 더욱 가속되었고 도시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의 보급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경제력의 향상으로 구매력이 높아지고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냉장고 등을 갖춘 가구의 수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변동은 식품소비구조의 패턴과 이에 따른 영양상태의 변화 및 식품 오염원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들은 곡류중심의 식생활로부터 점차 다양하고 고급의 동물성 식품, 가공식품을 선호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영양공급량이 증가되고 상대적으로 부족되는 영양소가 감소하였으며 지질의 공급량이 증가하였다.
식품오염원도 보건 위생수준의 향상으로 병원균, 식중독균, 자연독에 의한 오염은 감소한 반면, 공업화로 야기된 공업용수, 농약, 식품첨가물, 불량기구에 대한 오염은 줄어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계층에서 영양결핍증이 사라지면서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한 반면 일부 계층의 육류 소비증가와 함께 서서히 비만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주요 사인으로 순환기계 질환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의 경제성장이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중도국으로 들어서면서 국민의 생활이 풍요로워졌고 인구의 노령화와 단독가구의 증가, 아파트 보급증대 및 여성의 취업률 증가 등 많은 사회적 변동이 있었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자동차 등의 보급률이 높아졌고 해외 관광여행의 성행으로 많은 일반인들이 외국의 식생활을 직접 경험하고 소비하는 일이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외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려는 요구가 많아지면서 식품 및 외식산업 관련 분야의 발달이 눈부시게 진행되었다. 한편 서양의 식량수입개방 압력으로 서구의 식품과 음식들이 우리의 식탁 위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요인들이 식품섭취의 다양화, 고급화 및 식생활 전반의 서구화 양상을 나타나게 하였다.
영양상태는 급격히 좋아졌고 오히려 영양과잉이나 영양소의 불균형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3대 영양소의 비율이 이상적인 수준에 도달하였다. 그렇지만 아직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충족되지는 못하고 칼슘 섭취량과 비타민 A의 섭취량은 권장량에 미달되는 상황을 보였다.
이 결과 국민의 전체적인 체격지수(BMI)가 증가하였고 전 인구 중 비만인의 비율이 높아졌으며 악성신생물, 뇌혈관질환의 유병률이 현저히 증가하였으며 주된 사인으로 자리잡아서, 식생활 양식과 마찬가지로 질병 패턴도 서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1980년대에 이어 1990년대에도 이러한 양상은 계속 가속되는 경향이다. 식물성 식품의 섭취가 많은 식사의 특성상 비타민 A나 칼슘의 섭취량은 권장량에 비해 부족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영양소가 권장량에 도달하였으며 3대 영양소의 섭취비율은 탄수화물 65:단백질 15:지질 20의 이상적인 수준에 도달하였다.
질병의 패턴도 서구사회와 마찬가지로 만성퇴행성 질병이 주된 사인으로 자리잡고 있으나 주요 사인이 되는 질병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아직도 그 비율은 낮은 편이다.
이와 같이 성인병에 의한 사망률이 낮게 유지되고 있는 이유로는 현재 우리 나라가 서구사회에 비해서 높게 섭취하고 있는 탄수화물, 불포화지방산, ω-3계 지방산과 적게 섭취하는 총지방량, 포화지방산량, 설탕의 섭취량의 차이를 들수 있다.
현재 섭취하고 있는 지방이나 단백질의 양은 적절한 수준이며 또한 탄수화물의 섭취량이 현재의 수준에서 감소되어서는 안 되는 가장 적정한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지질의 섭취량뿐만 아니라 그 종류도 순환기계 등이 만성퇴행성 질환의 발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불포화지방산 대 포화지방산의 비율은 1.10으로 육류의 섭취가 적고 대신 생선의 섭취가 많은 일본의 1.20 다음으로 높다.
ω-6/ω-3 비율은 일본과 미국과 비교할 때 일본의 3.85보다는 높고 미국의 8.33보다는 낮은 수준인 6.47(1992년 기준)이었으며, 1994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 ω-6/ω-3의 섭취비율은 1992년에 비해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사회적 인자와 영양상태의 변화는 질병의 유병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는 점차 개인의 수명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전체 인구 중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노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보다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서는 가장 문제가 되는 만성퇴행성 질병의 예방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들 질병은 우리의 식생활 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식생활 태도가 필요하다.
많은 보고들에서 우리의 식생활 문화가 서구의 식사보다 건강식임이 입증되고 있다. 단지 식생활의 서구화로 진전되는 과정에서 영양섭취의 절대 부족상태로부터 지나치게 빠르게 영양과다가 이루어져 다양한 질병패턴의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본다.
현재 우리 나라 사람들이 섭취하는 식사의 내용을 열량소로 분석해 보면 열량의 63∼68%를 탄수화물에서, 15∼20%를 지방에서, 12∼15%를 단백질에서 섭취한다.
이러한 현상은 영양학자들의 견해에서 볼 때 이상적인 열량소의 배합이다. 기타 동물성 식품의 섭취량도 평균적으로 보면 적당량을 섭취하고 있는 실정이며, 비타민·무기질의 섭취량도 권장량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섭취하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 계층이나 노약자들은 예외 없이 저열량, Ca, Fe, 비타민 {{%256}} 등의 섭취가 권장량에 계속 미달되고 있는 현상이 공존한다.
그러나 식생활은 한 지역 내의 사회현상, 나아가서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변화해 가고 있다. 그 변화의 결과가 과연 인류의 건강유지와 수명연장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는 오늘 당장 내려질 수는 없다. 적어도 4반세기의 시간이 지나가야 될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식생활의 영위는 한 개인과 그 개인이 처해 있는 환경 사이에서 무리없이 조화롭게 영위되어 가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