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스파이스(spice)라 한다. 이 말의 어원은 후기 라틴어로 ‘약품’이라는 뜻이다. 겨자 · 고추 · 후추 · 생강 · 파 · 마늘 등의 식물의 줄기 · 뿌리 · 잎 등을 원료로 한다. 우리나라 말의 ‘ 양념’에 해당한다. 향신료의 사용은 사냥민족이나 유목민족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은 주로 고기를 주식으로 삼고 있다. 고기는 쉽게 부패되어 좋지 않은 냄새를 내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고기의 좋지 않은 냄새를 없앨 방법을 연구하던 중에 향기나 매운 맛이 있는 초목의 잎과 열매를 섞어 조리하는 방법을 찾아내게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향신료는 보통 약효가 있고 소독하는 구실도 있다. 부패방지에 유효한 것이 많아 고기의 부패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었다.
우리 민족은 향신료 사용의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문헌적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어떠한 종류의 향신료가 사용되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고려시대 문헌인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마늘[大蒜] · 부추[菲] · 염부추[薤] · 파[葱] · 회향(茴香) · 소자(蘇子) · 무이(蕪夷) · 치자(梔子) · 천초(川椒) · 감초(甘草) · 겨자[芥子] · 양하(蘘荷) · 박하(薄荷) · 생강 · 오수유(吳茱萸) · 산수유(山茱萸) 등 향미가 있는 식물이 약재로 기록되어 있다. 향신료가 조미료로 보급되기 이전에 먼저 약재로 사용되었음은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향신료의 구실도 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시대에는 자생 향신료 외에 서역에서 후추가 도입되게 된다. 『고려사』 공양왕조의 유구 사신이 후추 300근을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신안 앞바다의 원나라 해저 유물선에서 후추를 건져낸 사실들은 후추의 교역이 활발하였던 것을 시사해주는 자료들이다. 후추는 조선시대까지 귀중한 향신료로 취급되었다. 『징비록(懲毖錄)』을 보면, 일본 사신이 우리 나라에 왔을 때에 주석(酒席)에서 후추를 뿌리자 자리를 같이한 벼슬아치 · 악공 · 기생할 것 없이 서로 주워서 허리춤에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은 후추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이었는지를 잘 나타내주는 내용이다. 이와 같이 후추는 전래품으로서 상류계급에서나 한정적으로 이용하였고 일반인은 천초나 겨자를 이용하여 매운 맛을 즐겼다.
1700년대에 이르러 고추가 도입되면서 큰 변혁이 일어나게 된다. 고추는 남미가 원산지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재배될 수 있으므로 후추와 달리 전국적으로 재배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향신료의 으뜸이 되어 우리 음식 어디에나 빠뜨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양념을 세게 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향신료의 종류는 유럽에 비하여 적으나 사용량이 많다. 자극이 심하면서 조화가 잘 된 맛을 내는 향신료들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