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의 묘지에 “현장(玄奘)의 ≪대당서역기 大唐西域記≫에 의거하여 ≪오천축국도≫를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현존하지 않으므로 그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본 호류사(法隆寺) 소장의 ≪오천축국도≫(1364) 및 ≪슈가이초 拾芥抄≫(1294년경)에 실린 <천축국도> 등이 현존하므로 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17세기의 작품이기는 하나 현장의 행정(行程)을 도리도(道里圖) 형식으로 그린 족자로 된 지도가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에 전해오고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윤보의 ≪오천축국도≫를 상상해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호류사의 ≪오천축국도≫에는 파도를 그린 해양 가운데에 계란을 거꾸로 세운 것과 같은 윤곽을 가진 대륙[南贍部洲]이 있다.
대륙 내부에는 중첩된 산악 속에 수많은 당탑불적(堂塔佛跡)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고, 거기에 현장의 행정을 붉은 선으로 그린 외에 지명과 주기(註記)가 기록되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서역 및 인도의 여러 나라가 중심이 되어 있고 이 밖에 중국(晨旦國 : 大唐國)이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륙 주변의 바다 속에 스리랑카(執師子國)와 몇몇 도서가 있다. 또한 지도의 오른편 상단부에 일본을 나타내는 부분(九國 : 四國)의 기록이 있다.
≪슈가이초≫에 실린 <천축국도>는 호류사의 것에 비하여 훨씬 조잡하고 작은 지도에 불과하지만, 기하학적인 윤곽을 가진 지도로서 구도에 있어서는 비슷하여 동일 계통의 지도라 짐작된다.
<천축국도>에는 일본이 빠져 있는 대신 고려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다. 이 지도는 중국을 비롯하여 서역과 인도에 걸쳐 그 때까지 알려진 세계를 총망라한 세계지도로서, 종래의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