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안락도(遊心安樂道)』는 고대의 정토 관련 개론서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불교전서』 1권에는 원효(元曉, 617~686)의 저술로 수록되어 있지만, 현재는 원효에 가탁한 후대의 찬술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원효의 『무량수경종요』와 취지를 같이 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보적경발승지락회』, 『불공견삭신변진언경』 등 원효 사후의 문헌도 인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미타불의 원력에 의한 범부의 서방왕생과 광명진언(光明眞言)을 강조하고 있어 『안양집』(1070년경), 『안양초』 등 일본 정토교 교본에 자주 인용되었다.
『유심안락도(遊心安樂道)』의 필사본(筆寫本)으로는 현재 일본의 라이고인본[來迎院本]과 메이레키 4년본[明曆四年本]이 전하고 있다. 라이고인본에는 찬자(撰者)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메이레키 4년본과 이를 그대로 옮겨 실은 『신수대정대장경』에는 ‘석원효 찬(釋元曉撰)’이라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모치즈키 신코[望月信亨]가 8세기 초반 보리유지(菩提流支)가 번역한 『대보적경발승지락회(大寶積經發勝志樂會)』, 『불공견삭신변진언경(不空羂索神變眞言經)』이 『유심안락도』에 인용되어 있음을 밝힌 후 찬자 논란이 불거졌다.
1959년 무라치 데츠묘[村地哲明]가 『유심안락도』의 위찬설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안계현 등은 원효가 찬술한 글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만 후대에 추가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원효는 사나굴다(闍那崛多)가 번역한 『발각정심경(發覺淨心經)』과 『불공견삭주경』을 인용하였는데, 『유심안락도』가 일본에서 전해져 내려오면서 이 책의 해설서인 『광명진언토사권진기(光明眞言土沙勸進記)』를 쓴 일본 다카야마사[高山寺]의 승려 고벤[高辨]이 보리유지(菩提流支)의 번역본으로 바꾸어 놓았을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유심안락도』를 원효가 지은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유심안락도』의 찬자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다. 신라승이 『무량수경종요』를 증보 및 개편하였다는 설(고익진, 1976), 10세기 중엽 에이잔[叡山]의 일본승이 찬술하였다는 설(落合俊典, 1980), 8세기 중엽 홍법사 계통 신라승이 찬술하였다는 설(장휘옥, 1985),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이 찬술하였다는 설(신현숙, 1992), 8세기 중엽 신라승이 찬술하였다는 설(한태식(보광), 1991), 8세기 일본 도다이지(東大寺)의 화엄종승 지쿄(智憬)가 찬술하였다는 설(愛宕邦康, 2006) 등 다양한 견해가 있다.
『유심안락도』는 『무량수경』, 『관무량수경』, 『아미타경』, 『화엄경』 등의 경전과 『대승기신론』, 세친의 『무량수경우파데사원생게』, 원효의 『무량수경종요』, 가재(迦才, 617~686)의 『정토론』, 회감(懷感, 695?)의 『석정토군의론』, 지엄(智嚴, 602668)의 『화엄경내장문등잡공목장』, 규기(窺基, 632-682)의 『관미륵상생도솔천경찬』을 인용하고 있다. 이 중 『무량수경종요』를 인용한 부분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유심안락도』는 정토문의 근본 취지를 교기종치문(敎起宗致門), 피토소재문(彼土所在門), 의혹환난문(疑惑患難門), 왕생인연문(往生因緣門), 왕생품수문(往生品數門), 왕생난이문(往生難易門), 해방제의문(解妨除疑門) 총 7개의 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제1 교기종치문에서는 예토(穢土)와 정토(淨土)는 본래 일심(一心)이라 하였다. 또한 석가모니(釋迦牟尼)는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 오악(五惡)을 훈계하고 선을 권하며, 아미타불은 극락세계(極樂世界)에서 중생들을 포섭한다고 하였다. 그 뒤 사바세계는 갖가지 악이 혼잡된 곳이므로 연(緣)에 따라 퇴전(退轉)되나 극락은 순수한 선만 있는 곳이므로 불퇴(不退)의 네 가지 연(緣)이 있음을 밝혔다.
제2 피토소재문에서는 극락은 원융(圓融)하여 본래 동서가 없지만 일승(一乘)에서 보면 화장세계해(華藏世界海)에 포섭되고, 삼승(三乘)으로 보면 기(機)에 따라서 사토(四土)로 구분된다고 하였다. 나아가 정토의 정(淨)과 부정(不淨)을 네 가지로 구분한 뒤 삼취중생(三聚衆生)을 언급하였다. 정정취(正定聚)를 본성정정(本性正定)과 습성정정(習性正定)의 2종으로 논설하고 결과적으로 정정취가 있는 곳이 곧 극락정토라 하였다.
제3 의혹환난문은 소의경(所疑境) · 대치의혹상(對治疑惑相) · 생피화태우열(生彼化胎優劣)의 3항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극락의 변지(邊地)에 태생하여 5백세 중 삼보(三寶)를 보고 듣지 못하게 되는 중생이 있음은 그가 불(佛)의 사지(四智)에 대하여 의혹하고 불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사지의 의혹에 대하여 하나하나 논설한 뒤 극락에서 화생자(化生者)와 태생자(胎生者)의 우열을 논하였다.
제4 왕생인연문에서는 삼배인(三輩因)을 행원화합(行願和合)으로 하되, 하배(下輩)는 부정종성인(不定種性人)과 보살종성인(菩薩種性人) 2종으로 나누어 각각 행원화합으로 하였다. 행(行)은 다시 정인(正因)과 조인(助因)으로 나누었다. 발보리심(發菩提心)을 정인으로 삼았으며, 발보리심을 다시 수사발심(隨事發心)과 순리발심(順理發心)의 2종으로 설명하였다. 또한 하배의 조인인 십념(十念)을 현료(顯了)와 은밀(隱密) 두 가지로 논하였다. 이러한 왕생인(往生因)에 관한 논설과 함께 16관법(觀法)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제6 왕생난이문에서는 극락정토와 미륵보살이 있는 도솔정토(兜率淨土)를 비교하여 이들의 우열을 14가지로 지적하였다. 또한 왕생의 난이(難易)를 7종으로 논하였다.
제7 해방제의문에서는 작별시의(作別時意) · 이승종불생(二乘種不生) · 십념 등에 관한 9가지 의문을 제시하고 답함으로써 전체적인 논증을 더욱 명확히 하였다. 이 중 십념설(十念說)은 일찍이 중국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이해 방식이어서 신라 정토교학(淨土敎學)의 특성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심안락도』의 특징은 정토문의 대상을 하근기의 범부(凡夫)와 삼승성중(三乘聖衆)에 둔다는 것이다. 아미타불의 무한한 수명과 아미타불이 거주하는 장엄한 국토가 정토라는 것, 아미타불의 48대원에 의한 왕생과 시방세계에 정토가 존재한다는 것을 범부와 삼승성중이 믿는다면, 인연에 따라 서방(西方)에 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효의 『무량수경종요』에는 이승은 왕생할 수 없다고 되어 있지만, 『유심안락도』에는 이승도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어간 후 왕생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