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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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
개념
한 사회 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유사한 문화양식과 행동양식이 일정 수의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사회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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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한 사회 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유사한 문화양식과 행동양식이 일정 수의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사회현상.
개설

유행은 지속 시간에 한계가 있지만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계속하는가 하는 것은 사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유행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형태는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새롭게 등장한 유행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고 일반적인 문화로 정착되는 경우, 빠르게 등장했다가 단기간에 소멸하는 경우, 비교적 장기 지속하는 경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등이다.

유행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양하다. 가장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의상과 스타일의 유행이지만 문화 상품의 형태나 장르, 디자인, 특정한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테크놀로지, 브랜드 등 다양한 문화양식이 유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용
  1. 유행의 사회심리적 측면

유행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하나는 대중사회 속에서 사는 개인의 심리적인 경향이며 또 하나는 경제적이고 산업적인 요인이다. 먼저 유행은 기본적으로 자기 표현의 욕망, 그리고 모방과 동조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남다른 가치를 드러내고 싶어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모방함으로써 사회적 흐름에 동조하려는 모순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 유행의 첫 번째 단계는 누군가에 의해 개성적인 자기 표현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이것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확산 유포되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방해 자기 것으로 전유하는 단계가 세 번째 단계이다. 유행 창시자의 개성적인 자기 표현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모방될 때 유행이 만들어진다. 의상이나 화장, 머리 모양 등 스타일의 유행이 주로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짐멜에 따르면, 유행은 한편으로 그것이 모방이라는 점에서 사회에 대한 의존 욕구를 충족시키지만 다른 한편 차별화 욕구를 만족시킨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 비해 새로워지고 남달라지고 싶은 욕망이 유행을 만들어내지만 새로움이 퇴색하고 남들과 똑같아 지는 결과를 낳게 될 때 유행은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유행이 등장하게 된다. “유행이란 사회적 균등화 경향과 개인적 차별화 경향 사이에 타협을 이루려고 시도하는 삶의 형식들 가운데 특별한 것이다.”(『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57쪽)

이런 유행은 대중사회 속의 개인이 자존감과 정체성을 구성하고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유행을 따르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싶은 욕망,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욕망은 주로 상대적으로 신분이나 경제적 수준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상류 계층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과거 서구 사회에서도 귀족이나 제왕 등 권력자들의 스타일이 낮은 신분 사람들의 모방을 불러일으키며 유행이 되는 사례가 많았다. 한국 사회에서도 유행의 진원지는 대체로 예술가, 연예인, 부유한 계층일 경우가 많다. 이는 지역적인 흐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의 강남 지역에 등장한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지역으로 번져가며 유행이 형성되는 식이다. 대체로 사회의 경제적 상류층이 새로운 스타일이나 상품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채용하게 된다. 상류층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별짓기 하려는 욕망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욕망이 과시적인 상품 소비나 스타일로 나타난다. 그리고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이를 모방함으로써 스스로 상류층과 동일시하고자 하는 욕망이 표현될 때 유행이 형성된다.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명품 소비가 유행하는 현상에서 이런 예를 볼 수 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이 단지 사용가치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 즉 기호적 가치의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1. 유행의 경제적 측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정한 형태의 유행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은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의 경제 논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대신 불확실성이 크고 예측가능성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상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많이 팔릴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대부분의 문화산업은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모험을 통해 한꺼번에 큰 성공을 거두려하기보다는 안전한 투자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안전한 수익을 노리는 전략의 하나가 이미 크게 인기를 얻은 상품을 모방하여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나의 상품이 크게 히트하고 난 후 비슷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유행이 형성되게 된다. 이는 특히 영화나 드라마, 대중가요 등 대중문화 상품의 유행에서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 영화 〈친구〉, 〈조폭마누라〉 등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한때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크게 유행한 바 있는데 이는 대박 흥행 상품의 모방이 유행을 이룬 예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화상품의 유행은 문화를 소비하는 계층과 세대의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문화산업은 언제나 그 시대의 가장 적극적인 문화 소비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상품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문화 소비는 특히 세대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1960년대 주요 문화소비 계층은 성인층이었고 그에 따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가 크게 유행했다. 1970년대에는 대학생을 비롯한 20대 청년 세대가 새로운 소비자로 등장하면서 이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문화상품이 유행한 바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10대 청소년 계층이 적극적인 문화 소비자로 등장하면서 10대 취향의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청소년층의 대중문화가 시장의 주류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유행에 민감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시기부터 10대 취향의 문화가 유행을 선도하는 양상을 보여주게 되었다.

한국사회의 대중문화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유행 현상 가운데 복고풍 현상의 유행 역시 그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보통 복고풍은 현재보다 일정 시간 앞선 시기의 문화상품이 다시 유행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복고풍 문화가 현재의 주요 소비자들보다 앞선 세대의 취향을 반영하는 문화상품임을 의미한다. 문화산업의 입장에서 앞선 시대의 문화는 말하자면 비교적 시장성이 검증된, 따라서 안전한 투자 전략의 대상이 된다. 현재의 주류 문화가 일정하게 정체에 이르고 새로운 유행이 등장하지 않을 때 문화산업은 과거에 상품성을 인정받은 복고풍 문화상품에 눈을 돌리게 된다. 특히 현재의 주류 문화가 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복고풍 문화는 기성세대를 주 타겟으로 하는 까닭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상품 입장에서 복고풍은 빅 히트는 어렵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선택될 수 있다. 이른바 리메이크(remake: 원작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현대 감각에 맞게 새로 제작하는 것)나 리바이벌(revival: 원작 그대로를 다시 상영하거나 공연하는 것) 전략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특히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복고풍이 유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 대중은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 때 젊은 층의 구매력이 먼저 줄어드는 반면 기성세대의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따라서 기성세대의 취향을 겨냥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1. 스타와 유행

유행의 가장 중요한 전파자는 대중연예계의 스타들과 매스미디어라 할 수 있다. 스타는 대중에게 욕망의 대상이면서 대중의 욕망을 대신 충족시킴으로써 대리 만족을 제공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의상이나, 화장, 머리 모양, 액세서리 등 연예인 스타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스타일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해지며 대중은 이를 모방함으로써 스스로를 스타와 동일시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고자 한다. 스크린과 TV화면에 비친 스타는 화려하고 강하고 영웅적이며 성적 매력이 풍부하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이상적 인간형이기도 하다. 스타는 사람들이 스스로 결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을 환상을 통해 충족시켜주는 대상이다. 대중은 매스미디어에서 보이는 연예인 스타의 근사한 모습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순간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미디어 속의 스타와 동일시하게 되는데 그런 동일시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타의 외모와 액세서리 등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런 모방을 통해 매력적인 대상에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 그 약하고 초라하고 별 볼 일 없는 현실의 모습을 잊고 그 순간 이상적인 인간형을 간접 체험 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유행은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게 된 것이 1967년 열린 패션쇼에서 미니스커트 모델로 나선 가수 윤복희로부터 시작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헐리우드 배우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딘의 스타일로부터 티셔츠가 유행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90년대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젊은 세대로부터 절대적인 인기를 누릴 때는 그들이 입는 옷, 모자, 헤어 스타일 등이 수시로 젊은 층에 유행하기도 했다.

  1. 유행과 하위문화(subculture)

유행이 한 사회의 모든 계층과 세대를 아울러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 유행은 일정한 수의 사람들에게 한정되어 나타나는데 이때 하나의 유행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일정하게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유행은 특정한 성별(性別)이나 사회계층, 세대, 인종, 지역 등 일정한 요소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유행은 한 사회 내의 다양한 하위 집단들이 스스로의 문화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며 그런 의미에서 일정하게 하위문화적인 현상과 관련이 깊다. 일정한 삶의 조건을 공유하는 하위집단(subgroup)들은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자기들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때 하위집단의 구성원들이 주로 채용하는 문화적 수단은 언어, 음악, 스타일 같은 것이다. 하위집단이 독특하게 사용하는 비어나 은어 같은 것,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의상과 액세서리 등의 스타일이 특정 집단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이처럼 특정한 하위집단이 일정한 문화적 수단을 공통적으로 채용함으로써 특정 집단 내의 유행이 형성된다.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 서인도제도 출신의 흑인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라스타파리안(Rastafarian) 스타일의 유행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레게 음악을 수용하고 특유의 색깔과 무늬를 넣은 옷을 입었는데 이것이 전 세계적인 유행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서구의 빈민가 흑인들에 의해 형성된 힙합 스타일의 음악과 의상이 일부 청소년 층에 유행하고 있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참고문헌

『대중문화의 이해』(김창남, 한울, 2010)
『문화자본의 시대』(이동연, 문화과학사, 2010)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게오르그 짐멜 지음, 김덕영, 윤미애 옮김, 새물결, 2005)
『패션의 제국』(질 리포베츠키 저, 이득재 역, 문예출판사, 1999)
『문화와 소비』(그랜트 매크래켄 저, 이상률 역, 문예출판사, 1996)
『소비의 사회』(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저, 이상률 역, 문예출판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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