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이란 용어는 두 가지의 맥락에서 각기 다른 용법으로 사용된다. 하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인 아도르노(T. Adorno)와 호르크하이머(M. Horkheimer)가 『계몽의 변증법(The Dialectic of Enlightenment)』에서 사용한 문화산업(Culture Industry)이다. 여기서 문화산업은 자본주의적으로 대량생산된 대중문화(Mass Culture)를 의미한다. 그들이 대중문화 대신 문화산업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그것이 대중에 의해 생산된 것이 아니라 산업적 구조에 의해 상품으로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고도의 도구적 합리성이 지배하고 관료제화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는 이윤의 도구가 되었다. 그렇게 이윤의 도구가 된 문화산업, 즉 대중문화는 사물화된 의식을 조장하고 대중을 무력화함으로써 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고 재생산될 수 있도록 기능한다는 것이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문화산업론의 주장이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이론과 무관하게 일상적인 용법으로 사용되는 문화산업(Cultural Industry)은 글자 그대로 문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유네스코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규정에 따르면 문화산업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문화적 성격의 상품과 서비스(예를 들면 음악, 방송, 영화, 출판, 디자인 등)의 창조와 생산, 유통에 관련된 산업(창조산업:Creative Industry 이라고도 한다)을 의미한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문화산업이란 용어는 후자의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화산업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화의 진전과 함께 전 지구적 규모의 시장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거대 규모의 독점적 문화산업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현재 세계의 문화산업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초국가적인 거대 독점 문화산업체로는, AOL/타임워너『Times』,『Frotune』등의 잡지사, CNN, HBO등 케이블 방송, 워너브러더스 등 영화사, EMI 등 음반사, AOL 등 인터넷 기업 소유), 월트디즈니(디즈니 출판, ESPN 등 케이블 방송, 부에나비스타 홈엔터네인먼트 등 영화사,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소유), 뉴스코퍼레이션(『The Times』등 신문사, 스타 TV, 폭스 TV 등 방송, 20세기 폭스 등 영화사, LA다저스 등 스포츠 기업 소유)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의 문화산업을 편입시키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다양한 문화산업들이 경쟁을 벌이며 각축하고 있다. 한국에서 방송산업이나 신문산업은 복합기업 형태로 엮여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방송산업은 공적 자본, 사적 자본, 종교 자본 소유로 대별된다. 아직까지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거대 신문기업들이 방송 시장에 적극 진출하게 되면서 앞으로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든 국내적인 차원에서든 문화산업의 독점화는 궁극적으로 문화 산물의 독점화를 초래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억압함으로써 여론과 의견, 감성과 정서를 획일화하고 대중의 문화적 삶을 협소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