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숭배는 자연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여 숭배하는 신앙 행위이다. 자연을 신격화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거기에 경의를 표하고 기구하며 신앙을 바치는 것을 자연숭배라고 부른다. 천제, 기상, 산, 물, 땅과 같은 거시적 실체들은 지리적 자연숭배 대상이고, 바위, 나무, 곡식 등 지상의 작은 물체들은 물체의 자연숭배 대상이다. 동물도 자연숭배의 대상이다. 숭배의 대상이 자연 그 자체인지, 아니면 자연에 깃든 신적 존재인지 가리기는 어렵다. 자연숭배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유대를 인간의 의지로 지속시키고 강화해 나간다.
여기에는 자연을 신격화한 존재에 신앙을 바치는 이른바 자연신앙도 포함되겠지만, 우선은 자연을 신격화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거기에 경의를 표하고 기구하며 신앙을 바치는 것을 자연숭배라고 부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숭배의 대상이 자연 그 자체인지, 아니면 자연에 깃들어 있다거나 그것을 통해서 표상된다고 믿어지는 어떠한 별도의 신적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가리기는 어렵다. 숭배의 대상이 되는 자연을 어떠한 기준으로 계층화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천신의 지체가 높고 산신의 지체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은 다만 그 지리적인 높낮이를 계층의 위상에 대한 인상으로 옮겨놓은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계층화하기를 단념하고 자연숭배의 대상을 열거한다면, 하늘에서는 그 자체를 비롯해서 해 · 달 · 별 등의 우주와 천체, 그리고 바람이나 천둥과 같은 기상현상을 들 수 있다. 한편, 지상에서는 산 · 물(샘 · 강 · 바다) · 땅과 같은 거시적인 실체와 바위 · 나무 · 운석(隕石) · 곡식 등과 같은 작은 물체를 예로 들 수 있다.
기준을 달리해서 그 숭배대상들이 속한 위치를 떠나 물리적 외형을 중심으로 분류한다면, 천체 및 기상에 관련된 자연물 또는 자연현상에다가 산 · 물 · 땅과 같은 거시적인 지상의 실체들을 묶어서 ‘지리적 자연숭배’로 범주화하고, 이에 비해서 바위 · 나무 · 운석 · 곡식 등 지상의 작은 물체들은 ‘물체의 자연숭배’라는 범주로 묶을 수 있다.
한편, 이와 함께 동물도 자연숭배의 대상 가운데 하나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숭배의 대상이 되는 동물로는 용 · 범 · 곰을 비롯해서 까마귀 · 까치 · 오리 · 말 등과 이밖에도 가신(家神)의 하나인 업의 테두리에 드는 뱀 · 족제비 등을 보기로 들 수 있다.
숭배의 대상인 자연현상이나 자연물이 일단 초자연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신령이라고 생각되거나 신령의 집으로 믿어지는가 하면 범상을 벗어난 각별한 힘을 지닌 존재로 믿어지고, 그럼으로 해서 인간과의 의사교환이 가능한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애니미즘의 원리가 바탕이 되고 있으며, 또한 이렇게 자연 및 자연물이 초자연화할 때 부분적으로는 의인화의 과정도 작용한다.
그것들도 사람처럼 영혼을 지니고 있거나 사람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자연숭배에서 자연의 초자연화가 이루어질 때 거기에는 신격화 · 의인화와 함께 애니미즘의 원리가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 원리에 따라 숭배대상인 자연을 세 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세 원리는 단독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중복해서 작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격화 의인화 애니미즘의 세 원리만큼 그 작용의 보편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주물숭배(呪物崇拜)’도 자연숭배를 유발하는 원리의 하나로 지적될 수 있다.
돌이나 물 · 곡식 등이 범상을 넘어선 힘을 지닌 존재로 간주되고, 그럼으로써 그것들이 주술행위의 동기구실을 하게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민속 가운데 양밥 · 치방 · 방술 등으로 일컬어지는 주술행위에서 여러 가지 자연물들이 주물로서 활용되는 것이 그 예라고 하겠다. 지리적 자연숭배 가운데에서도 하늘 · 산 · 물 · 바람 등은 특히 신격화 현상과 의인화의 작용이 두드러져서, 이른바 자연신앙과의 구별이 모호해진다.
우리 나라 상고대의 왕조 신화와 근래까지 전래된 무속신화, 그리고 무속신앙 전반을 총괄적으로 살펴볼 때 주요한 자연신앙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천신 · 산신 · 수신 · 풍신 등은 하늘 · 산 · 물 · 바람으로부터 추상된 신격을 갖춘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자연 속에 깃들어 사는 별개의 신인지를 가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이른바 ‘지리적 자연신’이라 할 수 있는 신들은 어느 경우에나 우주론, 특히 우주구성론의 단위로서 그 존재의 의의가 설명될 수 있다. 즉, 인간이 우주의 발생이나 구성 그리고 작용 등에 관해서 이해하고 해석한 내용을 표상하고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이들 ‘지리적 자연신’ 가운데 천신은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남성원리와 결부되어 있다.
한 왕조의 시조, 무당의 시조신, 그리고 한 가계의 시조신은 말할 것도 없고 우주의 첫 창조자의 개념이 천신과 맺어져 있다. 따라서, 천신은 조상신이라는 관념과 특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남성원리와 직결된 북두신은 수명의 장단을 비롯해서 인간의 운명을 맡은 신으로 믿어져왔으므로 예외로 보이지만, 이것은 중국 도교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한편, 산신 · 수신 그리고 풍신은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여성원리와 결부되어왔다.
무엇보다도 우선, 이들은 실제로 노고(老枯), 즉 할미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예컨대 산할미 · 물할미 · 바람할미 등이 그것인데, 이것은 이들이 여계시조(女系始祖) 또는 여계의 보호자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가락국의 국모(國母)로 일컬어지는 가야산 정견모주(正見母主), 신라의 국모로 믿어지는 선도산성모(仙桃山聖母) 등이 그 예이다. 이 경우 산의 모주라든가 산의 성모라는 명칭은 산할미의 특수화된 호칭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민속신앙의 현장인 별신굿 · 도당굿 그리고 서낭굿이나 동제에서 신봉되고 있는 산신의 경우에는 그 성이 반드시 여성만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호랑이로 표상되어 남성원리를 반영하는 산신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마을굿의 산신이라고 통칭할 때, 그들은 모두 마을의 수호신이다. 그러나 그들은 때로는 마을의 창업주라는 관념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을의 수호신으로서의 산신이라는 관념은 국가의 수호신으로서의 산신이라는 관념과 한 묶음으로 엮어질 수 있을 것이다.
수신과 풍신은 대체로 여성적 성격이 뚜렷하다. 이들 가운데 수신은 신라 혁거세왕의 비(妃)인 알영(閼英), 고구려 동명왕의 비인 허비, 그리고 고려 작제건(作帝建)의 부인인 용녀(龍女)가 그러하듯이 한 왕조의 여계 시조라는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국의 수많은 우물이나 샘의 물할미가 모두 어느 공동체의 시조신을 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물의 기능과 결부된 풍요와 다산의 신으로 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산신의 경우에도 시조신으로까지 인식되기 이전에 단지 산의 성격으로부터 추상된 신격, 또는 단순히 산에 사는 신으로만 관념되는 산신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리적 자연숭배 가운데에서도 일기와 기상에 관한 것은 특별한 성격을 보여준다. 일기와 기상이 시기에 맞지 않는 변화를 보이는 경우, 예컨대 봄날의 눈, 오뉴월의 우박 등은 공포의 대상으로서 그것이 지닌 우의적(寓意的)인, 또는 계시적인 의미의 해석이 현실에 깊이 관여하였던 것이다. 그것들은 사회현실과 인간의 현재 및 미래를 좌우하는 조짐으로서 해석되었던 것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조짐이 하늘의 뜻을 묻는 신의해석(神意解釋)의 자료가 되었던 것이다. 이 경우에도 그 하늘이 하늘의 신격화인지, 아니면 하늘에 있는 신인지를 가리기는 어렵다.
자연의 이와 같은 징후들은 길과 흉 양쪽으로 해석되었거니와, 흉 쪽으로 해석되었을 경우에 치러지는 주술까지도 당연히 자연숭배의 일부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길흉 양면에 걸친 징후는 곧 자연 그 자체가 지닌 양면성, 즉 평화와 파괴, 풍요와 기근, 질서와 혼돈의 이중성과 관련되어 있다.
나무나 바위 · 곡식 등에 대한 이른바 ‘물체의 자연숭배’에서도 그들 물체에서 추상된 신격, 곧 목신 · 암석신 및 곡신(穀神)이 직접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인지, 아니면 이들 속에 깃들인 신령스러운 힘이나 존재가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인지를 가름하기는 어렵다. 나무나 바위가 동신(서낭신)의 신체(神體)로 간주되었을 때, 이들은 지역사회의 수호신 또는 그 창업신으로 모셔졌다.
이 때 나무의 경우는 대체로 오래 묵은 연륜과 형체의 괴기성이 두드러지지만, 서낭바위의 경우에는 대체로 단일입석으로 형체의 괴기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는 않는다. 이들 서낭나무 · 서낭바위는 각각 단군신화의 신단수(神壇樹)나 마한의 소도(蘇塗), 그리고 석기시대의 선돌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원형을 구할 수 있다.
한편, 동물숭배의 경우에서도 단군신화의 곰이라든가 금와왕설화(金蛙王說話)의 개구리를 예로 들 수 있듯이 조상신숭배와 연결되어 있는 양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신라 왕관의 새깃이나 혁거세신화(赫居世神話)의 말, 솟대(또는 수살대) 끝의 새 등에서는 이른바 ‘우주동물’의 관념을 추출해낼 수도 있다.
아울러,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물로서 우주구성론을 표상하는 한 예로서 신라 왕관의 새깃 · 사슴뿔 · 나무 등을 총괄적으로 분석할 때, 새깃은 하늘을, 사슴은 땅을, 그리고 나무는 하늘과 땅의 중간을 표상한다고 보아 우주를 삼계로 나눈 신라인의 우주구성론의 기본구도를 엿볼 수 있다. 자연숭배는 자연이 인간들의 생의 환경으로서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서부터 비롯한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유대를 인간의 의지대로 지속시키고 또한 강화해나가고자 하는 동기에 바탕해서 더욱 촉진된다. 이와 같은 유대에 대한 소망은 전통 한국사회처럼 농업경제에 의존한 사회의 경우 한결 더 절실하였고, 그만큼 자연숭배가 종교로서 가지는 비중이 높아지고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