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雜文)을 모은 책으로, 문장이 그 일에 따라서 각기 다르게 이름이 붙여지며 일정한 체재가 없는 것이 특색이다. 그러나 잡저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은 그 주장이 반드시 의리(義理)에 합하여야지 잡되어서는 안되므로 현대식 잡문과는 구별이 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잡저는 의리를 근본으로 하고 성정(性情)에서 나와야 한다는 전제가 붙게 되는 것이다. 유협(劉勰) 의 『문심조룡(文心雕龍)』 잡문편에 “이름은 비록 잡(雜)이라 하지만 내용의 의리는 토론의 대상이 된다.”라고 한 것에서 그 성격이 이해될 것이다.
우리 문헌에 등재된 잡저는 이규보(李奎報)의 「한신전박(韓信傳駁)」을 비롯하여, 이곡(李穀)의 「석문(石問)」, 정도전(鄭道傳)의 「답전부(答田父)」, 김수온(金守溫)의 「고몽문(告夢文)」, 성현(成俔)의 「조용(嘲慵)」 등이 명편이며, 이제현(李齊賢)의 「책제(策題)」를 위시한 역대의 책제도 그 범주에 든다.
그 중에 「고몽문」은 은구어(銀口魚)의 말을 은유(隱喩)로 하여, 호족들의 발호(跋扈) 때문에 착한 백성들이 살 수가 없음을 표현하였으며, 성현의 「조용」은 세상사람들이 조급함 때문에 많은 실패를 가져오는데, 자신은 게으름으로 득을 본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부귀영화를 급급하게 누리려다 도리어 패가망신하는 것을 문학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람의 공부를 평가하는 데 가장 먼저 잡저를 본다고 하였으니, 여기에서도 잡저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