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

현대문학
작품
1972년 9월부터 1978년 8월까지, 이병주(李炳注)가 『세대』에 연재한 장편 역사소설.
작품/문학
발표 연도
1972~1978년
간행 연도
1985년
작가
이병주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지리산』은 1972년 9월부터 1978년 8월까지 이병주가 『세대』에 연재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1938년에서 1956년에 이르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기를 배경으로 민족사적 모순과 갈등이 잉태된 비극의 순간들을 포착해 서사화했다. 무엇보다 이 시기 지리산에서 활동했던 빨치산의 존재와 남북 간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구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작가 이병주는 객관적 사실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데 의미를 두는 실록소설의 양식을 채택함으로써 역사적 사건과 평가에 입체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다.

정의
1972년 9월부터 1978년 8월까지, 이병주(李炳注)가 『세대』에 연재한 장편 역사소설.
구성 및 형식

『지리산』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지리산에서 활동했던 주1의 존재와 남북 간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구체적으로 조명한 7권 분량의 장편 역사소설이다. 1972년 9월부터 1978년 8월까지 『세대(世代)』에 연재되다 중단되었으며, 1978년 단행본이 나온 이후 집필된 분량을 추가해 1985년 기린원에서 전 7권으로 완간하였다. 각 권의 제목은 제1권 『잃어버린 계절』, 제2권 『기로(岐路)에서』, 제3권 『작은 공화국』, 제4권 『서림(西林)의 벽(壁)』, 제5권 『회명(晦明)의 군상(群像)』, 제6권 『분노의 계절』, 제7권 『추풍(秋風) 산하』이다.

내용

『지리산』의 서사는 1938년부터 1956년에 이르는 민족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경상남도 함양 출신의 수재 박태영은 주2 유학 중 조선인에 대한 일본의 징병제가 시행되자 이를 피해 귀국한 뒤 학교 선배인 하준규와 함께 덕유산 은신골에 숨어든다. 이후 괘관산과 지리산 칠선골 등으로 거점을 옮겨 가며 일제에 항거할 목적으로 ‘보광당’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식량 비축과 무술 훈련 등에 힘쓴다.

해방을 맞아 보광당이 해체되고 모두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박태영은 조선공산당 창단 멤버인 이현상의 권유로 보광당 당수였던 하준규, 노동식과 함께 공산당에 입당해 활동한다. 이때 정국은 반탁과 찬탁으로 어지럽고, 그러던 중 공산당이 찬탁으로 돌아서자 박태영은 공산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다 당에서 축출된다. 자신이 축출되었음을 모른 채 공산당 활동을 계속해 가던 중, 10월 파업 이후 지리산에 은신한 주3을 위한 보급물자를 보내려다 박태영은 경찰 당국에 붙잡히고 만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서대문형무소에 갇혀 있던 박태영은 인민군에 의해 풀려난 뒤, 조선공산당 기관지 기자로 선발되어 아내이자 동지인 김숙자와 함께 전주로 가게 된다. 박태영은 전주 지국에서 이태를 만나게 되는데, 곧이어 인천상륙작전과 유엔군의 공격을 받아 김숙자를 고향에 돌려보낸 뒤 인민군들과 함께 피난길에 나선다.

이 시기 한국 정부는 대대적인 공비 소탕 작전을 벌이고 남부군은 토벌대의 공격으로 전멸 직전에 이르게 된다. 박태영과 이태는 여분산을 시작으로 회문산 등지로 옮겨 다니며 남부군의 유격대원으로 활동하지만, 1953년 휴전 협정주4된 뒤 이현상 이하 간부들이 경찰에 의해 몰살되고 하준규가 체포되어 사살되는 등 남로당원들은 대다수 죽음을 맞이한다. 박태영은 남은 대원들을 지휘하며 끝까지 항거하지만, 결국 1954년 6월 전 대원을 자수시키고 지리산에 남아 마지막 빨치산, 파르티잔으로 최후를 맞는다.

『지리산』은 주인공 박태영을 중심으로 한 서사적 일대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박태영의 고향 친구인 이규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박태영이 신념에 투철한 급진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이규는 내성적이고 사색적인 노력가로 현실 타협적인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 사상을 접하고 혁명을 위해 지리산에 들어간 박태영과 상급 학교에 진학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이규는 서로 다른 삶을 선택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작가가 에필로그를 덧붙여 이규의 이야기로 이 대서사극의 끝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1956년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이규는 끝까지 투항했던 박태영의 최후를 전해 듣고 격동의 역사를 증거하는 현장인 지리산을 찾는다. 김숙자가 낳은 박태영의 아들은 프랑스에 유학을 가 화학자가 되는데, 작가는 이규를 통해 대원들과 그 가족들의 후일담이 전달되도록 설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규는 해설자와 같은 위치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작가 자신의 시각과 태도를 투영한 존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의의 및 평가

『지리산』은 소재의 규모나 희소성, 첨예화된 사건에 대한 증언과 해석의 문제로 인해 여전히 쟁점과 논의의 소지가 큰 작품이다. 역사적으로 지리산은 지형적인 특성상 은신과 저항의 공간으로 기능해 왔던 장소이기도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대립 국면 속에서 ‘빨갱이’ 집결지라는 장소 정체성을 갖게 된다. 이런 까닭에 지리산을 배경으로 빨치산의 활동상을 그린 이 소설은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소설이라는 오해와 반공주의를 내세운 소설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게 된다. 실제로도 이 소설은 주5’ 서사를 다루되 이를 공산주의에 반(反)하는 형태로 발화하고 있으며, 공산주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공산당의 교조주의를 비판하는 양면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 이병주는 이 작품에서 지리산의 역사적 · 표상적 의미를 밑그림 삼아 민족사적 모순과 갈등이 잉태된 비극의 현장을 재현하되, 과도기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물 유형을 내세워 역사적 사실에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개인주의적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사상이 정치화되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록함으로써 우리 세대가 안고 있는 민족사적 과업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 것이다.

『지리산』은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피하기 위해 해설자적 위치의 인물을 내세워 목격자적 증언으로 일관하고, 실제 역사를 다루되 객관적 사실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데 의미를 두는 '실록 소설'을 표방한다. 실록 소설로서 『지리산』은 민족의 격동기를 살아간 다양한 인물군과 잡다한 사건들을 통시적이고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제의 주6 사건, 일제 치하의 예방구금법, 일본 공산당 활동, 군국주의 철학, 건국준비위원회 설립 과정, 여순사건, 제주 4·3 사건 등 분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내부의 모순과 갈등의 드라마가 독일의 프랑스 침공, 스페인 주7 등의 세계사적 맥락 안에서 작중 인물의 활동과 긴밀히 연계된다. 그리고 이 가운데 각자의 방식으로 난세의 현실에 대처하다 시류에 따라 부침을 겪는 좌 · 우익의 여러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펼쳐진다.

이와 같이 문학과 역사를 가로지르는 이병주의 박학다식한 사유와 혜안이 담겨 있는 『지리산』은 대하(大河) 민족 서사극으로 손색이 없는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이병주, 『지리산』 (기린원, 1985)
이병주, 『지리산』 (한길사, 2019)

단행본

김윤식, 『이병주 연구』 (국학자료원, 2015)
김윤식, 김종회, 임헌영, 『역사의 그늘, 문학의 길—이병주 문학연구—』 (한길사, 2008)
김종회, 『월광에 물든 신화』 (바이북스, 2022)
안경환, 『이병주 평전』 (한길사, 2022)

논문

김윤식, 「지리산의 사상—이병주의 《지리산》론—」 (『문학사와 비평』 1, 문학사와 비평학회, 1991)
박중렬, 「실록소설로서의 이병주의 『지리산』론」 (『현대문학이론연구』 29, 현대문학이론학회, 2006)
이동재, 「분단시대의 휴머니즘론과 문학론—이병주의 『지리산』—」 (『현대소설연구』 24, 한국현대소설학회, 2004)
정미진, 「공산주의자, 반공주의자 혹은 휴머니스트—이병주 사상 재론—」 (『배달말』 63, 배달말학회, 2018)
주석
주1

적의 배후에서 통신ㆍ교통 시설을 파괴하거나 무기나 물자를 탈취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비정규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6ㆍ25 전쟁 전후에 각지에서 활동했던 공산 게릴라를 이른다. 우리말샘

주2

‘도쿄’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이름. 우리말샘

주3

적의 배후에서 통신ㆍ교통 시설을 파괴하거나 무기나 물자를 탈취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비정규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6ㆍ25 전쟁 전후에 각지에서 활동했던 공산 게릴라를 이른다. 우리말샘

주4

서로 약속하여 만든 문서에 도장을 찍음. 우리말샘

주5

‘남조선 노동당’을 줄여 이르는 말. 우리말샘

주6

‘일본식 성명 강요’의 전 용어. 우리말샘

주7

1936년 에스파냐의 좌익 정부와 독일, 이탈리아의 지지를 받은 프랑코 장군의 우익 군부 사이에 일어난 내란. 1939년에 프랑코 장군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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