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글로 되어 있는 작품으로, 형식은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모두 17행이다. 정약전(丁若銓) · 권상학(權相學) · 이총억(李寵億)이 지은 「십계명가」와 더불어 최초의 천주가사이다.
『만천유고(蔓川遺稿)』에 전하는데, “기해년(己亥年: 정조 3) 12월 주어사(走魚寺)에서 이광암 벽(檗)이 지은 노래”라는 주기(註記)가 붙어 있다. 이로 볼 때 권철신(權哲身)의 주어사 강학이 끝난 뒤 지은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천주가사는 「천주공경가」에서는 특히 『구약성서』의 시편과 같이 자신의 신앙고백임과 동시에 종교적인 포교성을 띠고 있다. 당시 유교문화 속에서 신을 발견하고 영혼에 눈을 뜨는 의식개혁의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3단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제1단락에서는 천주의 존재에 대한 인식과 영혼에 눈을 떴음이 노래되어 있다. 그리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임금에게 충성하며 삼강오륜을 지켜가는 중에도 천주를 공경하는 것이 으뜸이라 하였다.
천주를 공경하는 것이 으뜸이라는 이 사상은 유교 윤리와는 크게 배치되는 것이다. 이 사상으로 유학자들에 의하여 천주교가 무군무부(無君無父)의 종교로 낙인찍혀 마침내 큰 박해를 불러 일으킨다.
이는 천주교의 십계명 중 제1계명인 “하나이신 천주를 만유(萬有) 위에 높인다.”는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천주는 왕보다 더 큰 임금이요 부모보다 더 큰 부모이기 때문에 왕이나 부모보다 으뜸으로 공경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2단락에서는 영혼불멸과 불사금지(佛祀禁止), 천당 · 지옥설의 시비를 노래하고 있다. 주자는 사람이 죽으면 혼기(魂氣)가 흩어져 남는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마두(利瑪竇, Ricci, M.)는 영혼은 신이며 화(火) · 기(氣) · 수(水) · 토(土)의 사행(四行)과는 무관한 것이라 하였다.
화 · 기 · 수 · 토의 4원소로 된 육체는 썩어서 없어지지만 영혼은 신이기 때문에 불멸한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제3단락은 결사로 천주 공경을 시비하지 말라고 노래하고, 천주를 믿으면 무한한 영광이 있으리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