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가사이다.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승훈(李承薰)의 문집 『만천유고(蔓川遺稿)』 속에 한글로 필사, 수록되어 있다.
이 노래 이름 밑에 “기해년(己亥年, 1779) 12월 주어사에서 강론한 뒤 정약전 · 권상학 · 이총억이 지어 부친 것(己亥 臘月 於走魚寺 講論後 丁巽菴 權公相學 李公寵億 作歌寄之)”이라는 주기(註記)가 있는 것으로 보아, 3인이 합작하여 이승훈에게 준 것임을 알 수 있다.
1779년 겨울 이익(李瀷)의 제자인 권철신(權哲身)은 경기도 광주(廣州) 앵자산(鶯子山)에 있는 주어사와 천진암(天眞菴)에서 그 제자들과 천주교 교리에 관한 강론(토론회)을 가졌다.
천주교측에서는 이 토론회를 ‘강학회(講學會)’라고도 부르는데, 이 강학회에 모인 사람은 이승훈 · 정약전 · 권상학 · 이총억 · 이벽(李檗) 등이었다. 이 강학회가 끝난 뒤, 천주교 교리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이벽은 「천주공경가(天主恭敬歌)」를 짓고, 정약전 등은 이 「십계명가」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
형식은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모두 70행이다.
내용은 천주교의 십계명을 차례로 노래하고 있다. 그 중 몇 구절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ᄉᆞᄅᆞᆷ ᄂᆞᄌᆞ ᄒᆞᆫ 평ᄉᆡᆼ의/므슨 귀신 그리 ᄆᆞᆫ노/아침 저녁 죵일토록/ᄒᆞᆸᄌᆞᆼ ᄇᆡ례 쥬문 외고/잇난 돈 귀ᄒᆞᆫ 재물/던져 주고 바텨 주고/ᄌᆞ고 ᄭᆡ쟈 ᄒᆡᆼ신 언동/각긔 귀신 모셔봐도/허망ᄒᆞ다 마귀 미신/우ᄆᆡ한고 ᄉᆞᄅᆞᆷ드라/허위허례 마귀 미신/밋지 말고 텬쥬 믿셰.”
이같이 마귀 · 미신을 믿지 말고 천주를 믿을 것을 권하고 “○도각시 마무신막/외고 우러 복 바드냐/절 한다고 효ᄌᆞ 되냐”고 반문한다.
그 뒤, 다시 “닐곱ᄂᆞᆯ 쥬ᇰ 엿ᄉᆡᄀᆞᆫ은/근면 노력 ᄃᆞᄒᆞ고셔/닐곱○ ᄂᆞᆯ 고요히/텬쥬 공경 ᄒᆞ여보셰”라고 하면서, “인간 금슈 쵸목 ᄆᆞᆫ물/그 아버지 텬쥬일셰/부모 효조 ᄋᆞᆯ고지면/텬쥬 공경 ᄋᆞᆯ고지고”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가사의 문학사적인 의의와 특색을 다음의 몇 가지로 들 수 있다. 이제까지의 가사 작품이 대부분 유 · 불 · 선(儒佛仙) 삼교(三敎)의 사상을 바탕으로 창작된 데 반해, 이 작품은 한국 최초로 천주교 사상을 바탕으로 지어진 천주가사이다.
종교적 포교가사(布敎歌辭)로서 예술성은 희박하나 사상사적으로 볼 때 미신타파와 서구적 신의 발견과 그에 대한 인식, 서학(西學)의 유교적 연역, 충효의 대상이 임금, 부모에서 천주로 이행됨을 볼 수 있다.
표현에 있어서도 난해한 한자 숙어보다는 쉽고 대중적인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최근 이경민은 그때 천주교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밖에 가지지 못한 그들이 이런 작품을 지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시 국내에 들어온 한역 교리서(漢譯敎理書)를 통해 그들이 천주교 교리에 상당히 밝았음을 인식하지 못한 데서 오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