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10경 가운데 으뜸인 팔영산(八影山, 608m)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가 병풍처럼 이어지며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이다. 1998년 7월 30일 전라남도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011년 팔영산 도립공원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편입되면서 현재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로 불린다. 팔영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산지가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사례이다. 국립공원 지정 면적은 17.91㎢이다.
팔영산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금닭이 울고 날이 밝아 햇빛이 바다 위로 떠오르면 이 산의 봉우리가 마치 주1에 떨어진 인쇄판 같은 모습을 보여 ‘영(影)’ 자가 붙었다는 설, 또는 세숫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의 그림자를 보고 감탄한 중국의 위왕이 이 산을 찾으라고 명하였는데, 신하들이 고흥에서 이 산을 발견한 것에서 유래하였다는 설 등이다. 팔영산은 본래 팔전산(八顚山, 八田山)으로 불리었다.
팔영산은 유문암질 응회암을 주로 하고 일부 사면에서 화강암이 나타나는 산지이다. 주봉은 깃대봉이며 유영봉에서 적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부 일대는 가파른 사면 경사를 나타내며 수직의 급애와 절리가 발달해 있다. 이러한 급경사 사면은 해당 부분을 형성하는 암석에 발달한 주상절리의 붕괴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깃대봉과 북쪽의 선녀봉으로 둘러싸인 중심에는 상대적으로 풍화 저항 강도가 약한 화강암류가 분포한다.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풍화와 침식이 진행되며 해발고도가 낮아져서 분지저(盆地低)를 이루고 동쪽으로 입구가 개방된 침식 분지의 형태를 보인다. 깃대봉의 해발고도는 608m이다. 고흥반도의 동쪽에 우뚝 솟아 있으며 북사면의 경사가 다소 급한 편이다. 해발 400m 이상의 정상부는 암석이 노출되어 절벽을 형성하고 있으며, 북쪽 사면으로는 8개의 암석 봉우리가 있다. 이 8개의 봉우리는 해발고도가 낮은 곳에서부터 제1봉으로 간주하여 가장 높은 곳에 제7봉이 위치하고 제8봉은 고도가 조금 낮은 곳에 있다.
고흥군은 1998년 초 각 봉우리 정상 표지석에 고유 이름을 새겨 놓았다. 제1봉은 유영봉(491m), 제2봉은 성주봉(538m), 제3봉은 생황봉(564m), 제4봉은 사자봉(578m), 제5봉은 오로봉(579m), 제6봉은 두류봉(596m), 제7봉은 칠성봉(598m), 제8봉은 적취봉(591m)이다.
산에는 굴참나무, 갈참나무, 고로쇠나무 등 참나무류가 주종을 이루며 소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천연림을 활용하여 팔영산 자연휴양림을 조성하였다. 산에서 발원한 하천 가운데 동쪽 계곡을 흐르는 팔영천이 있으며, 이 하천은 남해로 흘러간다. 산에서 흘러내린 그 외의 하천은 산 주변에 건설된 팔영제, 시목저수지, 금사저수지, 백운하저수지 등으로 유입하여 주변 농경지의 농업용수로 이용된다.
팔영산에 오르면 서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으로 다도해 국립공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날씨가 청명한 날에는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산의 입구에서 여덟 개 봉우리에 대한 시가 적힌 간판을 만날 수 있다. 8개 봉우리 사이의 험준한 구간에는 철제 계단을 설치하여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부 구간은 산세가 매우 험하여 위험하다.
능가사(楞伽寺)주2 근처에는 오토 캠핑장(자동차 야영장)이 설치되어 있고, 산 정상부의 동쪽으로 해발 400m 지점에는 팔영산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자연휴양림까지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팔영산에는 30년 이상 된 편백나무 32만 4천 그루가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416㏊의 면적의 편백 치유의 숲을 조성하였다. 팔영산 편백 숲은 2∼5km에 이르는 숲길 8개가 있다. 가을철에는 코스모스가 만개한다.
팔영산의 등반 코스로 팔영산 오토 캠핑장과 능가사에서 오르는 길, 성기제에서 오르는길, 곡강에서 오르는길, 남포미술관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팔영산 지구 탐방 지원센터는 능가사의 아래에 있다. 대부분의 등산로는 정상인 깃대봉에서 칠성봉, 두류봉, 사자봉, 생황봉, 성주봉, 유영봉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을 따라서 만들어져 있다. 이 구간은 남쪽으로는 암석이 노출된 가파로운 경사가 나타나고 있고, 동쪽의 자연휴양림 부분은 상대적으로 완경사이다.
고려 충렬왕 때 통역관으로 공을 세워 재상에 올랐던 고흥 출신 류충신이 은거했다는 류정승 은거지로 알려진 피난굴, 신선대, 강산폭포 등도 팔영산의 볼거리이다.
팔영산 북사면의 탐방 지원센터 근처에 자리한 능가사는 호남지방의 4대 사찰로 꼽히기도 한다. 417년(신라 눌지왕 1)에 주3이 창건하여 보현사라고 불렀다고 전해기지는 하지만 신빙성은 없다. 보현사는 정유재란 때 왜군에 의해 불에 타 버려 폐찰이 되었다가 1644년(인조 22)에 중창되어 능가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능가사에 있는 대웅전(보물, 2001년 지정), 동종(보물, 2008년 지정), 사적비(전라남도 유형문화재, 1978년 지정), 추계당 및 사영당 부도(전라남도 유형문화재, 2004년 지정) 등은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